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기술, 어디까지 왔나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기술, 어디까지 왔나
  • 이승아
  • 승인 2017.09.28 23:08
  • 조회수 5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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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귀찮은 날이 있죠. 이런 날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현실이 되고 있다

 

뇌공학자들은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 실제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생각만으로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거나 채널을 바꾸고 로봇 팔을 내 팔처럼 움직이기도 하죠.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입니다. 

 

100여년 전 착상

 

생각으로 무언가를 움직이려면 먼저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야 합니다. 이런 개념은 이미 100여년 전에 소개됐다고 하는데요. 한양대 생체공학과 임창환 교수의 책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에 따르면 1919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지방 일간지 <시러큐스 헤럴드(Syracuse Herald)>에 ‘이 기계는 당신의 모든 생각을 기록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계가 당신의 모든 생각을 기록합니다. 출처: 시러큐스헤럴드/developersclub

그림을 보면, 한 남자가 전극이 달린 밴드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뇌파가 종이에 기록되고 옆에 앉은 사람이 이 뇌파를 해석해 남자의 생각을 글로 정리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생각에 따라 반응하는 뇌의 부위와 전기적인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뇌파를 측정하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기계는 당시의 기술로 실제 제작되진 못했습니다. 더구나 컴퓨터의 도움 없이 사람이 눈으로 뇌파 파형을 판독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생각한대로 마우스가 움직였다

 

미식축구 선수였던 매튜 네이글은 2001년 강도를 만나 목 뒤를 칼에 찔렸고 목 아래 전체가 마비됐습니다. 3년 후 2004년에 네이글은 오른쪽 대뇌 운동 피질에 미세 전극 배열칩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습니다. 

 

이 미세 전극이 네이글의 신경세포의 신호를 컴퓨터에 전송합니다. 네이글이 자신의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자 신호가 발생하고, 컴퓨터가 이를 해독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은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서 TV를 켜고 끄거나, 전자메일을 확인하거나, 라디오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네이글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눈 앞에 보이는 거의 모든 전자 장치들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뇌공학 발전의 위대한 '한 입'

 

마우스 커서를 넘어 로봇 팔 작동도 가능해졌습니다. 로봇 팔을 내 팔처럼 쓸 수 있게 된 건데요. 주인공은 뇌졸중으로 사지가 마비된 케이시 허친슨입니다. 2007년에 머리에 전극을 성공적으로 이식했습니다. 

 

2012년 허친슨 부인의 왼쪽 대뇌피질 운동영역에 이식된 ‘브레인게이트’ 시스템이 뇌와 로봇팔을 연결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약 6년 동안 마우스 커서에 연결돼 있었죠.

 

로봇이 먹여주는 게 아닙니다. 내 생각이... 출처: naturevideo

허친슨 부인은 1997년 마비가 온 이후 정확히 15년 만에 처음으로 즐겨 마시던 커피 한 잔을 스스로의 생각만으로 집어서 마시는데 성공했습니다. 

 

커피 한 잔의 성공 이후 7개월이 지나고 또 다른 성과가 보고됩니다. 퇴행성 뇌질환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 얀 소이어만(Jan Scheuermann)은 로봇 팔을 움직여 커피 잔을 집어 올리고,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초콜릿이 참 먹음직스럽죠?

 

 

소이어만 부인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디며 말한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한 여자에게는 작은 한 입이지만 뇌-컴퓨터 접속에게는 '위대한 한 입'입니다(One small nibble for a woman, one giant bite for BCI).”

 

움직이려는 '의도'를 읽는다

 

위에서 만난 두 환자의 칩은 뇌의 운동 피질 영역에 삽입돼 있었습니다. 리처드 앤더슨 교수 연구진은 칩을 후방두정엽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 PPC)에 이식했습니다. 이 뇌 영역은 움직이려는 '의도'와 연관돼 있습니다. 운동 자체가 아니라 그 앞 단계인 의도를 읽는거죠. 운동 피질 영역의 신호를 받는 방법은 로봇 팔 동작을 제어할 순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연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 공대 연구진의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로봇 팔이 좀 더 자연스럽고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프로젝트의 주인공, 에릭 소토(Erik Sorto )씨. Credit: Spencer Kellis and Christian Klaes, Caltech

앤더슨 교수는 "당신이 당신의 팔을 움직일 때 팔을 들어 올리고, 컵을 잡고, 팔을 들어 올리기 위해 움직일 근육과 운동의 세부 사항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운동의 목표에 대해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그 물 한 잔을 집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라고 말합니다. 

 

에릭 소토(Erik Sorto)는 21살에 총상으로 사지가 마비됐습니다. 2015년에 이 수술을 받아 10년 만에 손을 흔들고, 가위바위보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수하면 볼이 빨개져요

 

생각한대로 로봇 팔을 움직여 커피를 마시고, 초콜릿을 먹고, 가위바위보를 하지만 로봇을 다루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뇌파를 통해 인간의 명령을 감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죠. 

 

한편, 오류를 감지하면 로봇이 움직임을 수정하는 기술도 주목할 만 합니다. <MIT news> 2017년 3월 보도를 참고하면 MIT 대학의 컴퓨터과학및인공지능연구소(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CSAIL)와 보스턴대가 이 방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실수하면 볼이 빨개져요! 출처: MIT

로봇은 뇌파 데이터를 사용해 사람이 오류를 감지했는지 분석합니다. 로봇이 하는 행동에 사람이 동의하는지 살피는 겁니다. 사람이 로봇의 행동에서 오류를 감지하면 관련 뇌파 나오고 이를 로봇 센서가 감지합니다. 그러면 로봇이 행동을 바꿉니다. 그게 아니면 해왔던 대로 계속합니다. 실수를 했을 때 로봇 얼굴의 볼이 빨개지는 건 매력 포인트네요!

 

팔다리를 움직이고, 물건을 집고 마시는 일.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뇌에서 신호를 보내고, 근육이 알맞게 움직이고 실수를 바로 잡기까지 복잡한 과정이 얽혀있습니다. 생각'만'해도 바뀌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과학자, 공학자들이 현실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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