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세상에, 이런 증후군이 있었어?
[추석] 세상에, 이런 증후군이 있었어?
  • 박연수
  • 승인 2017.09.29 12:54
  • 조회수 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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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모도 못 알아보는 '카그라스 증후군'

 

"우리 아버지랑 똑같이 생겼지만 아버지는 아니에요. 도대체 왜 아버지 흉내를 내려는 걸까요? 어쩌면 아버지가 저를 돌보라고 돈을 주고 사람을 산 건지도 몰라요..."

 

캘리포니아주립대 UC산타바버라 심리학과 교수 마이클 가자니가의 책 <뇌로부터의 자유>에 등장하는 라마찬드란 교수의 환자 사례입니다. 이 환자가 보고 있던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라마찬드란 교수의 책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에 소개됐는데요. "선생님, 이 여자는 제 어머니를 아주 닮았어요. 그러나 어머니가 아니에요. 그저 내 어머니인 척 하는 사기꾼이에요"

 

눈, 코, 입 다 똑같은데 우리 아버지는 아니에요. 출처: gratisography

두 사례 모두 '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delusion)'을 앓고 있는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카그라스 증후군이란 '가까운 친구, 가족이 겉모습만 똑같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정신질환입니다. 심지어 과거의 자기 자신조차 자신과 닮은 다른 누군가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라마찬드란 교수의 책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을 보면 카그라스 증후군은 시각 정보와 편도체를 연결하는 회로에 문제가 있어 발생합니다.

 

뇌의 편도체(amygdala)는 정서적인 반응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그라스 증후군인 사람은 시각과 편도체를 연결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눈으로 보고도 알지 못하다니. 슬픈 증후군입니다.

 

2. '걸어다니는 시체 증후군' 

 

"전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제 피부 안에 아무런 장기도 없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게 해주세요"

 

걸어다니는 시체라면 좀비인가요? 출처: pixabay

프랑스의 신경학자이자 의사인 줄스 코타르(Jules Cotard)의 진료 기록입니다. 클라우디아해먼드의 책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를 보면 이 병은 1880년에 최초로 이 증상을 발견한 의사의 이름을 따 '코타르 증후군(Cotard Delusion)'이라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인도의 과학 저널리스트 아날 아난타스와미는 그의 책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자아의 8가지 그림자>에서 이 병이 매우 희소한 정신질환이며 '걸어다니는 시체 증후군'으로 불린다고 설명합니다. 환자 자신이 죽었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부패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혹은 뇌나 심장과 같은 중요한 장기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죠. 자궁이 없다고 생각하는 소녀, 뇌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남성 등도 코타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3. 외계인 손 증후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모음집 <나무>에는 어느 날 주인공의 '왼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왼손은 자율권을 주장하며 주인공의 '뇌'가 내리는 명령을 거부하죠. 신체 구석구석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끔 만드는 작품 '조종'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인상 깊구나 하고 웃어 넘길 법한 이야기인데 실제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 입니다. 이 병은 1908년 독일의 신경외과의사 골드스타인(Goldstein K.)이 발표하며 널리 알려졌는데요. 외계인손증후군이란 '무의식적으로 사지가 움직이는 운동 질환'입니다. 제어가 불가능합니다. 손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지만 간혹 다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탠릭 큐브릭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에 이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제어할 수 없는 오른손이 계속 나치 식 으로 경례합니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영국 BBC가 2011년에 보도한 사례를 보시죠. 뉴저지에 사는 카렌은 간질 치료를 위해 뇌의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이후 의사를 만나 상담을 하는데 의사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카렌, 뭐하는 거에요? 당신 손이 셔츠 버튼을 풀고 있어요!” 카렌은 그제서야 왼손을 인식했습니다. 다시 오른손으로 단추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단추를 모두 다 채우자마자 왼손이 다시 셔츠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뇌졸중, 뇌수술 등 뇌에 물리적 충격이 가해질 경우 나타난다고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뇌신경세포가 죽는 크로이츠펠트-야곱병(Creutzfeldt-Jakob disease)등 신경 퇴행성 질환 때문에도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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