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세슘 원자 시계와 여행 떠난 이유는?!
두 남자가 세슘 원자 시계와 여행 떠난 이유는?!
  • 이승아
  • 승인 2017.10.10 13:36
  • 조회수 8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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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10월 4일 저녁 7시 30분. 두 남자가 보잉 747 비행기에 올라 안전벨트를 맵니다. 그런데 비행기표가 두 장이 아니라 네 장입니다. 탑승자 성명을 자세히 살펴보니 'Mr. Clock'이라고 적혀있네요. 실제 시계가 좌석에 탑승한 겁니다. 그 시계는 당시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는 세슘 원자 시계였습니다. 도대체 'Mr. Clock'은 어떤 경위로 두 남자와 하늘길에 오른 걸까요?

 


세슘원자 시계 두대와 세계 여행을 시작한 하펠(좌), 키팅(우) 출처: Discovermagazine

시계와 떠나는 세계 여행

 

세계를 여행하는 엄청난 규모의 이 실험은 이른바 '하펠-키팅 실험'으로 불립니다. 이 실험은 한 이론을 증명하는 게 목표였는데요.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었습니다. 

 

스위스 베른 특허국의 3등 심사관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력학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절대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시간의 흐름은 물체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빨리 움직이면, 시간이 더 천천히 간다는 이 이론이 바로 '특수 상대성 이론'입니다. 

 

10년 뒤 그는 여기에 중력도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합니다.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게 핵심이죠. 

 

시계의 무게는 약 60kg정도. 사진출처:Quora/ 정보출처: 책 <매드사이언스북>

그런데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미군 해군 천문대 시보부의 리처드 키팅과 워싱턴 대학의 물리학자 조지프 하펠은 이를 직접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실험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상에 남겨둔 시계와 여행을 떠나는 시계의 시각을 똑같이 맞춰놓고 여행을 다녀온 뒤 시간 차이가 생겼는지 여부를 계산하면 되는 거죠. 하펠은 이 차이가 10억 분의 몇 초일 거라 계산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지상에 시계를 남겨두고, 다른 시계와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참고로 이 같은 실험은 1970년 당시가 미국 항공사들이 세계 여행 상품을 막 내놓기 시작했을 무렵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세슘 원자 시계  KRISS-1 출처: 표준과학연구원

비행기를 탄 세슘 원자 시계 'Mr. Clock'

 

세슘 원자 시계를 잠깐 살펴볼까요? 1967년 파리 국제 도량형(度量衡) 총회에서 1초를 세슘 원자가 9,192,631,770회 진동하는 사이의 시간으로 정의했습니다. 세슘 원자 시계는 오차가 3,000년에 1초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에서도 10년 간의 연구로 2008년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을 개발했죠. 바로 위 사진입니다.

 

세계 여행의 결과

 

하펠과 키팅은 처음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첫 여행에서 그들은 총 65시간 동안 워싱턴-런던-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베이루트-테헤란-델리-방콕-홍콩-도쿄-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댈러스를 거쳐 워싱턴으로 돌아왔죠. 나흘 후에는 반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둘은 아인슈타인 공식에 중력과 속도를 계산하면 비행기를 타고 다닌 시계가 10억분의 17에서 10억분의 63초 늦게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확인해보니 정말 비행기의 시계가 지상에 있던 시계보다 10억 분의 59초 늦었다고 합니다. 예상치에 부합한 거죠. 이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원자시계의 세계일주 : 시간획득에 관한 예언된 상대성'이란 이름의 논문으로 발표됐습니다. 학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고 하네요.

 

사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이 여행 전에 이미 실험으로 증명됐다고 합니다. 높은 속도로 가속돼 붕괴되는 소립자를 통해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일반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죠. 하펠은 "어느 단계에선가 난 결심했어요. 이 실험을 전문가가 아닌 문외한을 위해 하기로 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계의 비행기 티켓 값은 얼마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하펠에 따르면 시계의 항공 요금은 사람 1명보다 200달러가 쌌다고 합니다. 그는 "시계는 비행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먹거든요"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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