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부패공무원' 잡는 Treg 세포?!
내 몸에서 '부패공무원' 잡는 Treg 세포?!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10.19 16:11
  • 조회수 8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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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부패공무원 잡는 특별기동감찰반: Treg 세포

 

그렇습니다. 저는 루덴스키옹과 밥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사람은 원래 셀카를 찍는다며 그에게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가 그만….그와의 대화는 거기서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것은 제가 “두유노 킴치?”를 물어보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루헨진 선수가 팬들에게 싸인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지요. 돌이켜보면 루덴스키 역시 루씨라는 사실은 아마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오늘은 그래서 Treg cells 분야의 락스타, 루덴스키옹(Alexander Rudensky) 랩에서 지난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읽어보았습니다.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46/n7658/full/nature22360.html)

 

지난번 B cells를 군인에 비유하였으니(B세포가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T cells는 공무원에 비유해야 하겠습니다. 대학을 마친 (T cell differentiation in Thymus) 이들은 두 가지 직종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CD8+ T cells and CD4+ T cells). CD8+ T cells가 범인을 덮쳐 테이저건으로 지져버리는 '형사양반'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CD4+ T cells는 경찰청 행정업무를 분담하는 ‘공무원느님’ 정도 되겠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그들의 역할답게 '도우미 T 세포(T helper cells)'로도 불리웁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9급 공채에 막 합격한 신입공무원 “T양(CD4+ T cells)” 입니다.

 

T양은 어린 나이에 집(Bone Marrow)를 떠나 기숙학교(Thymus)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사회진출 이후엔 자취생활(Periphery)에 익숙한 21세기 신여성의 표본입니다. 집덕후인 B군…과는 차원이 다르달까요. 그녀는 최근 그녀의 오랜 꿈, 경찰공무원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공채 합격 이후 T양이 지원할 수 있는 부서는 크게 4개 부서로 알려져 있습니다(Th1, Th2, Th17 and Treg). 이 부서 배치는 T양이 취득한 자격증(Lineage determining transcription factors)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T양은 어떤 자격증을 따야할까 고민 중이네요. 예를 들어 Th1 부서지원은 T-bet 자격증이 , Th2 부서에의 지원은 GATA3 자격증이, Th17 부서지원은 Rorgt, 그리고 Treg 부서 지원을 위해서는 Foxp3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각 부서의 하는 일은 모두 다릅니다만 T양은 특별히 Treg 부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 부서는 경찰청의 다른 부서들을 감사할 수 있는 '특별기동감찰반'을 상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녀는 뭐랄까….다른 동료들의 부정부패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녀의 앞에 어떤 직장 생활이 펼쳐질까요? 두둥....

 

후후 오늘은 그녀의 첫 근무일 입니다. 앗 저 녀석은?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싸이렌을 켜고 달리는 소방차가 있네요. 그녀는 나지막히 속삭입니다.

 

"조져!!!"

 

그렇습니다. 그녀는 Foxp3 자격증을 따고 정식으로 Treg 부서에서 일하게 된 것입니다. 면역세포들은 외부 침입인자를 공격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지만 우리 몸 자신의 세포, 즉 선량한 시민을 외부인자로 ‘잘못’ 인식하여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들 맛간(...) 면역세포를 몸 안에서 제거하지 못하면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세포가 되레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하게 되어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이 발생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1형 당뇨 등이 있지요. 따라서 닝겐의 부패공무원 잡는 특별기동감찰반의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따로 몸안에 존재합니다. 면역학에서는 이들을 Treg 세포(Regulatory T cells)라고 부릅니다.

 

짬이 차고 일에 익숙해지자 T양은 약간의 고민에 빠집니다. 내가 이 부서에서 계속 일 할 수 있으려나? 다른 업무도 좀 배우고 싶은데… 보통 면역세포의 발달 과정은 한 길로 길이 정해지면 분화 이후 한 가지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일을 하는 세포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Lineage commitment). 기존 이론대로라면 T양은 은퇴할 때까지 뼈 빠지게 Treg 부서에서 일해야 합니다. 헬조선? 훗...면역세계의 직장 생활은 좀 더 다크합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최근 Foxp3를 발현하는 Treg 세포 중에 일부는 이상하게도 다른 부서 진출에 필요한 자격증들(Transcription factors)을 동시에 발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오늘 논문에서 저자들은 Foxp3 자격증을 따고 Treg 부서에 배치된 T양이 Th1 부서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T-bet 자격증까지 취득해버린 이유를 알고 싶어합니다. 저자는 이들을 T-bet+ Treg cells 로 명명하고 이들의 역할을 규명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원인 인자의 역할을 규명을 위해 접근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원인 인자를 제거한 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아름다운 genetic tools를 이용(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하여 이들 T-bet+ Treg cells를 몸안에서 제거하고 Th1 immune activation/autoimmunity 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Yes, I said it, T양을 몸 안에서 제거…하고 무슨일이 일어나나 본 게 맞습니다…불쌍한 T양…. 나아가 저자들은 이 Tbet+ Treg cells의 역할이 Th1 부서에서 하는 일을 관리하긴 하지만 다른 부서들, Th2 and Th17 responses와는 무관함을 보입니다. 결국 T양은 Treg 부서에 속해 있으면서 T-bet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하고는 Th1 부서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아마도 Th1 부서에 키다리 훈남이라도 있는가 봅니다. 냐옹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집사의 면역학(zipsaimmunology@gmail.com)

반려과학자 유니온

Catholic Church

원문 출처 : https://www.facebook.com/immunology001/posts/51567928876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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