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 분출공이 주목받는 이유
열수 분출공이 주목받는 이유
  • 강지희
  • 승인 2017.11.28 13:48
  • 조회수 1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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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아름답고 경이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바다도 마찬가지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시작으로, 심해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놀라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심해를 탐험하는 앨빈호. 출처: whoi.edu

심해에서 유난히 독특한 광경을 나타내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김창완 선생의 책 <김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에 따르면 미 해군 심해 잠수정 앨빈 호는 1977년, 2,700m, 270기압이나 되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해저 화산 지대로 내려가 지질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열수 분출공. 출처: Culturing Science

앨빈 호는 심해에서 60m가량 되는 길이의 굴뚝 같은 구조물을 발견했습니다. 그 구조물에서는 350도가 넘는 뜨거운 물이 검은색 연기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이런 고온, 고압의 구조물 주위에는 황세균을 포함하여 눈이 없는 새우, 흰색 게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사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합니다.

 

열수 분출공의 분포. 출처: Wikipedia

현재까지 열수 분출공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에서 300개 이상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열수 분출공을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하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들이 있을까요?

 

열수 분출공이 만들어지는 원리

 

열수 분출공이 만들어지는 원리. 출처: GNS Science

열수 분출공에 있는 검은 굴뚝들은 언제나 바다 속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요. 닉 레인의 책 <생명의 도약>에 따르면 이 연기는 진짜 연기가 아니라 산도가 높고 섭씨 400도의 온도를 가진 대단히 뜨거운 금속 황화물이 심해의 엄청난 압력을 이기고 해저의 마그마에서 분출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검은 연기는 곧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식어 침전 되죠. 열수 분출공의 굴뚝은 황철석이나 황화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는 넓은 지역에 두껍게 쌓인 검은 연기의 침전물이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열수 분출공의 독특한 생태계

 

독특한 생태계도 주목할 만합니다. 열수 분출공 주위에 사는 생물들은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황세균. 출처: Google Sites

먼저, 황세균(Sulphur Bacteria)입니다. 닉 레인의 책 <생명의 도약>에 따르면 바닷물은 열수 분출공의 검은 연기 아래에 있는 마그마 속으로 스며들면서 극도로 뜨거워지고 풍부한 무기 염류와 기체를 얻는데요. 대부분은 황화수소 기체라고 합니다. 황세균은 여기서 뽑아낸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서 유기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떡조개와 관벌레. 출처: Extreme Marine, TerraMar Project

하지만 황화수소는 본질적으로 에너지가 풍부하지 않으며, 오직 산소와의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황세균은 떡조개(Calyptogena okunanii), 관벌레(Riftia pachyptila)와 공생 관계를 맺습니다. Newton Highlight의 책 <바다의 모든 것>에 따르면 떡조개와 관벌레는 황화물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박테리아를 자신의 몸속에 살게 해 그 박테리아가 만드는 생산물을 얻어 살아간다고 합니다.

 

열수 분출공이 주목 받는 이유

 

과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열수 분출공을 찾고 개발하려고 애를 씁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크게는 두 가지입니다.

 

열수 분출공의 검은 연기. 출처: five-oceans.co

첫째, 열수 분출공에는 인간에게 중요한 자원이 풍부합니다. 한국해양연구소의 책 <해양생물의 세계>에 따르면 열수 분출공은 계속 검은 연기를 내뿜는 열수광화 작용을 하는데, 이를 통해 주변에 유화광물이 침전된다고 합니다. 이 유화광물에는 구리, 납, 은, 아연, 그리고 카드뮴과 같은 여러 종류의 금속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들은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과 자원의 중요성을 토대로 열수광상(熱水鑛床)을 개발하기 위해 심해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시지구 상상도. 출처: NASA

둘째, 열수 분출공을 통해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해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열수 분출공에서 이른바 생명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원시지구’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원시지구는 초기의 지구를 뜻하는데요. 이기영의 책 <지구가 정말 이상하다>에 따르면, 47억 년 전 탄생한 원시지구의 표면은 산화 규소나 현무암질 마그마로 덮여있었다고 합니다.

 

수억 년이 지난 후, 지구에서는 가스가 방출되면서 수증기, 이산화탄소, 및 소량의 질소와 이산화황 및 염화수소로 이루어진 대기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지구 표면이 식으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구름을 형성하고 큰 비가 내림으로서, 지구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황과 염화수소가 녹아있는 ‘원시바다’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원시바다와 유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출처: 천재학습백과

강금희의 책 <물의 사이언스>을 보면 초기의 지구에는 대기의 압력이 약 90기압이나 되었으므로, 얕은 바다에도 열수 분출공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열수 분출공은 고온, 고압으로 유기 합성에 적합하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열수 분출공은 메탄수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 유기물을 만들기 쉽도록 하는 가스의 농도가 아주 높습니다. 생명에 반드시 필요하고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철, 아연, 몰리브덴 등의 금속 이온의 농도도 높다고 합니다.

 

이처럼 열수 분출공은 생명 탄생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생명체들은 원시 바다의 열수 분출공에서 단백질을 포함한 유기물을 시작으로 서서히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기도합니다.

 

또한, 마쓰이 다카후미의 책 <우주인으로서의 삶>에서는 생물의 계통수에서 최초의 생명체는 고세균과 진정세균 사이에 있다고 저술하는데요. 극단적인 산성과 고온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미생물이 고세균에 속하는 것을 고려하면, 생명은 열수 분출공과 같은 환경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조명받는 열수 분출공,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 공급처를 넘어 생명의 기원까지 살펴볼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일지도 모르겠어요.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웃집 필진 강지희(jihee04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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