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빅뱅 때 소멸됐어야 했다?
우주는 빅뱅 때 소멸됐어야 했다?
  • 김동진
  • 승인 2018.02.13 17:10
  • 조회수 1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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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트랙>에는 물질과 반물질의 반응을 이용해 우주선을 빠른 속도로 이동시킨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상호작용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소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요.

 

반물질? 양성자? 중성자?

 

영국 옥스퍼드 대학 물리학교수 프랭크 클로우스가 쓴 책 <반물질>에 따르면 반물질(Antimatter)은 쉽게 말해 물질의 반대 성질을 띄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원자 안에는 전류가 흐르고 강한 자기장도 걸려 있습니다. 또 전기적 힘으로 구성된 입자들이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낸다고 합니다. 반물질 원자 내부에도 이런 전류와 자기장, 전기적 힘이 존재하지만 그 전기적 성질은 정반대라고 합니다. 

 

보통 물질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되는데 반물질은 이와 전기적 성질이 정반대인 반양성자, 반중성자, 반전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는 마이너스(-)지만 양전자는 플러스(+)이고, 양성자는 전기적으로 플러스(+) 상태지만 반양성자는 전기적으로 마이너스(-)를 띠고 있다고 합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며 소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Pixabay

그런데 이러한 물질과 반물질과 관련해 한 가지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입자 물리학 표준 모델에 따르면 빅뱅 당시 물질과 반물질은 동일한 비율로 생산됐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사는 우주는 처음 생성됐을 때부터 이들 물질과 반물질 상호 작용으로 진작에 소멸됐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들이 물질로 이루어져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반물질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은 입자 물리학에서 풀리지 않는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물질이 대칭균형을 깨고 우주를 차지할 수 있었나 질문합니다.

 

수세기 동안 물리학자들은 보통물질의 입자와 반물질 입자의 주요 구성 성분을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전하의 차이 말고는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물질과 반물질의 작용으로 우리 우주는 소멸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미스터리. 출처: Pixabay

물리학자들은 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통해 고에너지 양성자들의 충격에서 오는 물질과 반물질 입자의 행동에 대한 미세한 차이점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어떤 실험도 물질과 반물질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실험은 물질과 반물질 사이에 완벽한 대칭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우주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하나의 측정법이 있는데 바로 반양성자(antiproton)의 자기 모멘트(magnetic moment)입니다. 자기 모멘트는 입자가 자기장으로 인해 받는 힘을 나타내는 벡터량을 말합니다. 반양성자는 일반적인 물질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전기적 성질이 반대인 입자로 양성자와 질량과 스핀은 같지만 기본전하량의 부호가 반대인 소립자를 말합니다. 따라서 양성자의 자기모멘트와 반양성자의 자기모멘트 값은 동일해야 합니다. 

 

최근 CERN(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의 국제연구진은 반양성자 감속기를 이용해 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를 굉장히 정밀하게 측정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매체 <Nature>에 발표됐는데요.

 

양성자와 반양성자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연구진은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는 서로 상반되는 부호를 제외하고는 동일하다는 점을 발견했고, 미스터리는 더 깊어져 갔습니다. 자기 모멘트는 물체가 자기장에 반응하여 힘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인데 이것이 동일 하다면 물질과 반물질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완벽히 대칭을 이루고 있다면 서로 반응해 진작에 소멸해 버렸어야 합니다.

 

주요 연구자 크리스찬 스모라는(Christian Smorra)는 “실험결과 물질과 반물질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주는 사실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비대칭이 어딘가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는 물질과 반물질의 다른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양성자는 CERN에서 인공적으로 생산됐고 연구진들은 실험을 위해 반양성자들을 저장해 두었습니다. 물질은 반물질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전기와 전기장을 이용해 반양성자들을 극저온으로의 환경으로 저장하였습니다. 연구진들은 "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는 너무나 작아서 정밀히 측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반양성자의 자기모멘트는 양전자의 자기모멘트의 660분의 1 크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CERN에서 분석한 결과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자기모멘트는 부호만 반대고 동일한 측정값을 가진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연구진은 지난 2015년에 반양성자를 만들고 405일동안 가둔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반양성자의 자기장을 지난 번보다 350배나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지구의 둘레를 4cm 단위의 정확도로 측정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정확도라고 합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반양성자는 -2.792847344142 자기 모멘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양성자의 자기모멘트는 2.7928473509 입니다.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자기모멘트는 부호만 반대이고 거의 동일한 측정값을 가집니다. 이 미세한 차이는 실험의 오차한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연구진들은 만약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자기모멘트에 실제로 차이가 있다면 실험의 오차한계보다 더 작을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진들은 미래에 저항성 냉각 시스템의 향상으로 더 지금보다 약 10배 정확한 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 값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더 정확한 값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 물질과 반물질이 정말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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