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가 무서운 이유엔 바늘이 한 몫합니다. 주사는 바늘을 팔에 찔러 액체를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플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왜 맞을 때만 아픈 게 아니라 하루가 지나서도 팔이 쿡쿡 쑤시는 걸까요? 바늘이 피부를 뚫어서 상처가 난 걸까요? 그리고 왜 꼭 주사를 팔에 맞아야 하는 것까요. 불편한데 평소처럼 엉덩이에 맞으면 안 되는 걸까요?
“면역성 반응입니다” 피츠버그 대학의 가정의학과 교수 리차드 지멀맨의 대답입니다. 그는 바늘이 피부를 뚫기 때문에 다음날 아픈 게 아니라 우리의 몸이 주사제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합니다.
팔이 아픈 건 좋은 현상입니다. 백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독감 예방주사는 면역체계에 '항원'을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아주 소량의 항원을 체내에 공급해 백혈구가 독감 바이러스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항원이란 백혈구가 바이러스 같은 외부물질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단백질을 말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몸이 바이러스를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킵니다. 예방주사로 소량의 항원을 투입해,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체계가 제대로 방어할 수 있도록 준비를 미리 해놓는 거죠.
독감 백신을 맞는 경우, 항원들은 팔 안 속의 근육에 축적되게 됩니다. 면역 체계는 아직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외부물체로 인식하고, 공격을 시작합니다. 일부 면역 세포는 항원을 몸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시키고, 어떤 세포는 몸의 다른 부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염증을 유발합니다. 몸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죠.
이 염증 때문에 아픈 겁니다. 통상적으로 5명 중 1명이 이렇게 맞은 부위를 국지적으로 아파하는데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나머지 4명은 면역체계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염증이 고통을 느낄 만큼 심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왜 고통에 개인차가 있을까요?
100% 확실히 알지는 못합니다. 개인에 따른 면역 반응의 차이와 고통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요. 그 차이점은 백신이 제공하는 반응 정도 차이에 기인합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단백질인 B형 간염은 큰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수두 백신과 같은 건 면역 체계에 심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보조제도 한 몫합니다. 이 보조제는 백신안에 있는 첨가물인데 면역체계가 더 큰 반응을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반응이 더 클수록, 면역에 더 좋습니다. 모든 주사가 보조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바이러스들은 보조제 없이도 충분히 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MMR, 수두(chickenpox), 소아마비(polio), 로타바이러스 감염증(rotavirus) 등은 보조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반응이 필요한 바이러스 같은 경우, 보조제는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맞을 때 더 아프겠지만 말이죠.
왜 엉덩이가 아니라 팔인가요?
예전에는 의사들이 엉덩이에도 주사를 놓았다고 합니다. 엉덩이에 있는 근육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이상 엉덩이에 주사를 놓지 않는데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편리함입니다. 공공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독감주사를 맞습니다. 만약 한 사람 한 사람 바지를 내리고 주사를 맞으면 시간도 많이 들고 여러 불편함을 초래할 것입니다.

둘째로는 엉덩이에 있는 지방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백신과 인플루엔자는 지방 조직에 투여될 경우 효과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면역 체계는 일반 피부 조직보다 근육에 놓여진 항원에 더 특별히 반응 합니다. 만약 항원이 엉덩이 지방에 놓여지게 된다면 면역이 제대로 그 역햘을 못할 것입니다. 물론 지방 조직에 더 잘 반응하는 MMR 과 같은 특정 백신도 있습니다.
또한 엉덩이에 주사를 맞게 될 경우 좌골 신경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등 아래 부분과 엉덩이로 이어지는 큰 좌골 신경이 자극을 받게 될 경우, 굉장히 불편한 고통인 좌골 신경통이 올 수가 있습니다. 만약 엉덩이에 주사를 놓게 될 경우, 이렇게 예민한 좌골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죠. 반대로 팔에 있는 삼각근은 중요한 신경들이 없어서 위험 부담이 적습니다.
그래서 독감 주사를 맞을 때(꼭 꼭 맞아야 합니다…) 다음날 팔이 좀 쑤신다는 걸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