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탄생은 난자와 정자의 만남부터 시작합니다. 한 성별에서 한 가지 생식세포만 가질 수 있죠. 남자와 여자가 만나야 각각의 생식세포가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만약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연구자들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얻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317 중 '아홉'이 새끼 됐다
난징의대를 비롯한 중국 공동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원시생식세포(primodrdial gem cell)로 분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원시생식세포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해 배아로 자랄 때 만들어집니다. 이 세포가 나중에 정자나 난자가 됩니다.
이 원시생식세포를 새끼 생쥐의 고환에서 얻은 체세포, 성호르몬 등을 적절히 배합한 배양액에 넣었습니다. 그결과 정자로 분화하기 직전의 상태인 '정세포'를 얻었습니다. 이를 난자와 수정시켜 한 번 분열한 상태의 수정란 317개를 대리모 생쥐의 자궁에 착상했는데요. 317개 중 9개가 성공적인 발생 과정을 거쳐 새끼가 됐다고 합니다.
성공률 낮은 게 아닌가?
정세포를 인위적으로 생쥐 몸 밖에서 만들어 이렇게 성공률이 낮은 걸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책 <강석기의 과학카페>에 따르면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수컷 생쥐 고환에서 얻은 정세포로 만든 수정란 148개를 만들었습니다. 자궁에 착상시킨 결과 14개가 성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시험관 정세포의 성공률이 약 3%, 진짜 정세포의 성공률이 약 9% 정도로 차이가 다소 납니다. 그러나 책 저자에 따르면 정세포가 탄생한 장소 때문이라기 보단 완전한 정자가 아니라서 성공률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자(정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발표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난자'도 시험관에서 얻었습니다.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입니다. 일본 규슈대학교와 도쿄농업대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난자를 분화시켜, 그 난자에서 새끼를 얻었습니다.
하야시 교수 연구진은 이미 2012년에 체세포에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cell/iPSC)를 원시생식세포(primordial germ cells)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시험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쥐의 난소에 넣어줘야 난자가 될 수 있었죠.
몇년 후 도쿄농업대 오바타 야오이 교수의 연구진이 생쥐 배아에서 얻은 원시생식세포를 시험관에서 난자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두 연구진이 만나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난자를 만든 겁니다. 물론 생쥐의 '안'이 아니라 시험관에서 말이죠.
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줄기세포'라는 이름은 같지만, 시작이 다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분화하지 않아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분화 세포를 의미합니다. 원시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일반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형태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이 세포를 만들어낸 연구로 2012년 교토대학교의 야마나카 교수 연구진이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생쥐의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에 비해 시험관 난자 수정란이 착상해, 새끼로 이어지는 성공률이 확연히 낮다고 합니다. 시험관 난자의 성공률은 3.5%인데 난소에서 성숙시킨 난자의 성공률은 60%로 차이가 제법 큽니다. 난징대 연구진의 시험관 정세포와 정소에서 얻은 정세포의 성공률 차이가 6% 안팎이었던 걸 생각하면 꽤 큰 차이입니다.
아직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불임 부부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험관 정자(정세포)에 성공한 난징대 연구진은 최종적으로 이 방식을 불임부부에게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전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동성애 부부도 친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레즈비언 부부가 난자 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게이 부부는 정자 대신 난자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할 장벽이 많겠지만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또 다른 차원의 미래가 성큼 다가온 것만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