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패러독스

90년대에는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석기 작가의 잡지 <화학세계>의 2013년경 기사 <레스베라트롤, 너 실체가 뭐니?>에서 프렌치 패러독스의 개념이 나옵니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유럽이나 미국 사람처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데도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낮은 현상을 말합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프랑스인은 와인을 즐겨 마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와인은 여러 종류의 기능성 물질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레스베라트롤은 이 프렌치 패러독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레스베라트롤, 어떤 물질일까요?
레스베라트롤의 효과

레스베라트롤은 프렌치 패러독스의 주역답게 비만율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의 책 <한국인 무병장수 밥상의 비밀>에 따르면 2008년 한국식품연구원은 레스베라트롤과 비만의 관계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쥐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여 살을 찌운 후 레스베라트롤이 첨가된 사료를 첨가해 먹였습니다. 그 결과, 고지방 사료를 먹은 쥐가 정상식을 먹은 쥐보다 지방세포가 더 커져 있었지만 레스베라트롤을 먹이자 지방세포가 다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 물질로서 활성산소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Matthieu Frombaum의 논문 <Antioxidant effects of resveratrol and other stilbene derivatives on oxidative stress and NO bioavailability: Potential benefits to cardiovascular diseases>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은 특히 혈관에서 다른 물질의 기능을 도와 활성산소를 없앤다고 합니다.
혈관에는 ∙NO라는 물질이 있는데요. ∙NO는 eNOS로부터 만들어져 혈관에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활성질소입니다. 하지만 위의 그림과 같이 호흡 과정에서 전자를 이동시키는 효소인 NADH oxidase가 초과산화물(Superoxide)을 발생시키면 초과산화물와 ∙NO 사이에서 반응이 일어나 유해한 물질인 Peroxynitrite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eNOS는 산화 스트레스를 받아 ∙NO가 아닌 초과산화물을 발생시킵니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Peroxynitrite가 발생하고, 활성산소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레스베라트롤은 위의 그림처럼 Estrogen receptor(ER)와 같은 막-결합 구조물에 상호작용해, cAMP kinase와 SIRT1의 기능을 촉진함으로써 eNOS를 활성화시켜 ∙NO의 생산을 증가시키고 활성산소를 줄여 혈관을 확장시킨다고 합니다.
뇌에도 좋다?
미국의 버지니아 기술 연구소 ( Virginia Tech Carilion Research Institute)의 2017년 3월 기사 <Resveratrol, a compound found in red wine, protects neuromuscular synapses, muscle fibers in aging mice>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이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버지니아 기술 연구소의 교수 그레고리오 발데즈 (Gregorio Valdez)의 연구진은 쥐를 이용해 레스베라트롤이 뇌에 주는 효과를 실험했습니다.

연구진은 2살짜리 쥐들에게 1년 간 레스베라트롤로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척수의 뉴런에서 근육으로 흐르는 운동 명령을 전달해 자발적인 운동에 관여하는 '신경근 접합부'라는 시냅스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죠.
그 결과 연구진은 레스베라트롤이 신경근 접합부의 마모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레스베라트롤이 나이든 쥐의 신경근 시냅스와 근육 섬유를 보호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와인의 레스베라트롤이 특별한 이유

레드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의 과피와 과육에는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레드와인은 포도보다 레스베라트롤 함량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장석원 박사의 논문 <Determination of Several Phenolic Compounds in Cultivars of grapes in Korea>에 따르면 실험에서 포도즙과 레드와인의 레스베라트롤의 함량을 비교한 결과 레드와인이 포도즙보다 레스베라트롤 함량 수치가 높았다고 하는군요. 그 이유는 레스베라트롤이 알코올에 대한 용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권용욱의 책 <정력 식품&건강법>에 따르면 레드와인을 섭취한 후 레스베라트롤과 알코올은 상호작용이 더 잘 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간 때문인데요.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돼 NADH를 만듭니다. NADH는 호흡 과정에서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하죠. 즉, NADH는 한 번 사용된 항산화 물질을 환원시킴으로써 다시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항산화 물질의 효과가 배가 되도록 하죠. 이런 과정으로 인해 레드와인의 레스베라트롤은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하면 안 좋아

하지만 와인의 레스베라트롤을 무작정 맹신하면 안 됩니다. 정재훈의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기사 '프렌치 패러독스의 역설'에 따르면 하루 1~3잔 정도의 와인은 심혈관계에 어느 정도 좋지만, 과하게 마시면 알코올로 인해 수많은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사에서는 한 연구에서 과거 프랑스 사람들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을 때는 질병이 만연했으며, 알코올 소비가 줄어들면서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군요.
정재훈 박사는 와인을 더 많이 마시려는 고민을 하지 말고,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웃집 필진 강지희(jihee0478@naver.com)
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생물학과 4학년
이웃집대학생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