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에게 가장 친숙한 플레이보이 모델?!
공학도에게 가장 친숙한 플레이보이 모델?!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1.03 10:32
  • 조회수 1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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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처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정사각형의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레나 이미지'라고 불리는 사진인데요.

 

Lena, 또는 Lenna image. 출처: 알렉산더 스쿡 교수의 연구실 홈페이지

얼굴과 어깨만 드러난 이 여성의 모습은 영상 압축이나, 영상 노이즈 제거 등과 관련 과학적 출판물에서 시험용 이미지로 널리 쓰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영상처리, 신호처리 교과서에는 '레나 이미지'를 이용한 결과 비교가 나오죠.

 

이 이미지의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의 모델이었던 레나 소더버그입니다. 원본은 놀랍게도 1972년 11월 플레이보이에 삽입된 사진입니다. 따라서 원본 전체 사진은 수위가 좀 있지요. 도대체 어쩌다가 이 이미지가 이미지 작업의 전통이 된 걸까요?

 

이 사진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1973년 USC(남가주대학교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의 전자공학과 조교수였던 알렉산더 스쿡으로 추정됩니다. 최대한 극적으로 알고리즘을 증명하기 위한 사람 얼굴을 찾던 그들은 기존에 사용되던 이미지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압축하고, 압축된 이미지를 다시 구성하고, 작은 크기 이미지를 확장하는 등의 여러 알고리즘을 증명하기에 단순한 이미지는 성능을 증명하기 힘들 것 같고, 복잡 하기만 한 이미지 또한 적절하지 않지요.

 

대학원생들과 함께 새로 사용할 이미지를 급하게 찾다가 <플레이보이>에 있는 이 사진을 보게 됩니다. 이를 당시의 스캐너로 512x512픽셀 크기로 스캔하니 어깨까지 드러나는 이미지가 되었어요. 이를 시작으로 학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해요.

 

알렉산더 스쿡은 이 외에도 다양한 테스트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현재 USC에 교수로 있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레나 이미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도 물론 있었어요. 그래서 <플레이보이>에서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포기했습니다. 아마도 소송을 해봤자 이익이 없다는 판단이었을 거예요. 레나 이미지가 들어간 호는 2006년 5월까지 최다 판매를 기록하였으니 플레이보이지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지 않았을까요?

 

1991년 1월 전통있는 전자컴퓨터공학 논문지 IEEE의 Transactions on Image Processing 의 편집장이던 David C. Munon는 "왜 하필 레나 이미지가 많이 쓰이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1. 레나 이미지는 복잡함과 단순함, 그리고 질감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어 다양한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데 좋다.

 

2. 예쁘다. 그리고 연구진의 태반은 남자이다. 따라서 배우고자 하는 학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상 처리에서 마찬가지로 자주 쓰이는 이미지는 개코원숭이의 사진인데요. 개코원숭이보다는 아무래도 레나가 좀 더 예쁘기는 하죠.

 

baboon image. 출처: homepages.cae.wisc.edu

이 분의 분석도 사람들이 널리 쓴 이후에 하신 말씀이니, 실제로 개개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사진을 썼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요?

 

한편, 레나는?

 

레나 소더버그는 자신의 사진이 영상처리 학계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요. 젊은 시절 잠시 누드모델 일을 하다가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모델이나 영상처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25년이 지나 본의 아니게 영상처리에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는 이유로 레나는 1997년 IS&T 50주년 기념 학회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되었어요. 그 이후 2015년 ICIP(International conference of Image Processing)에도 한번 더 초청되었다고 해요.

 

1997년의 레나 소더버그(좌, 출처: cs.cmu.edu)
2015년의 레나 소더버그(우, 출처: flickr.com)

항상 예시 이미지로 보던 사람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 업계 사람들도 깨나 흥분했다고 합니다. 1997년 레나는 "수 십년간 제 얼굴만 보느라고 지겨우시겠어요"라고 농담을 던졌다고 하는데요.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나 이미지는 활발하게 쓰이고 있어요. 

 

연구자들도 찾아보기 전에는 누구인지 몰랐다가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기에 계속 나오지' 싶어 찾아보다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아마 앞으로 사람들이 수십 년은 더 레나의 얼굴을 보게 되지 않을까요?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석사과정 김진솔 (ijinsol@gmail.com)

이웃집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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