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건강한 아이 더 선호? '모성애 이론들'
母, 건강한 아이 더 선호? '모성애 이론들'
  • 강지희
  • 승인 2018.01.18 20:13
  • 조회수 3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aliey의 조각상 Maternal Affection. 출처 : Flickriver

모성애라는 단어는 신성한 미덕 중 하나로 간주되기도 하죠. 세상을 둘러보면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가 있는 한편, 자식을 매정하게 내치는 어머니가 존재하기도 하는데요.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끼기 힘들어 죄책감을 느끼는 어머니도 있습니다. 반면 친자식이 아닌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어머니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 모성애는 어떤 경위로 나타나는 것일까요? 여러 이론과 실험을 추려보았습니다.

 

모성애, 뇌 때문이다?

 

위가 모성애 느낄 때, 아래는 로맨틱한 사랑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영역. 출처 : Business Insider

마리오 마르쿠스의 책 <이게 다 뇌 때문이야>에 따르면 모성애를 느낄 시에는 뇌에서 각각 활성화되는 영역과 비활성화되는 영역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대학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의 안드레아스 바르테스와 세미르 제키는 엄마들에게 자기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했습니다. 모성애를 느낄 때 각각 활성화되는 영역과 비활성화되는 영역을 관찰하기 위해선데요.

 

그 결과 뇌섬엽, 대상회, 측중격핵과 선조체의 중간부위가 활성화됐습니다. 하지만 비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인 전전두엽피질의 중간 부위, 두정엽에서 후두엽으로 넘어가는 부위, 측면대상피질의 앞 부위, 편도체, 측두극은 비활성화되었다고 하는군요.

 

사랑에 빠진 연인의 뇌를 관찰한 경우에도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다 뇌 때문이야>를 저술한 마리오 마르쿠스는 이러한 결과를 보고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 출처 : Parents Magazine

성영신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이 엮은 책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에 따르면 경험과 학습이 뇌 구조와 반응 양식을 변화시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 살 이하의 아기가 있는 사람들은 남녀 상관없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웃음소리를 들을 때보다 뇌의 편도체 영역의 특정 부분이 더 크게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아기가 없는 사람들은 아기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 활성화 정도가 컸습니다.

 

호르몬 때문이다?

 

새끼들을 돌보는 어미 쥐. 출처 : Alok Patel MD

래리 영의 책 <끌림의 과학>에 따르면 쥐를 포함한 설치류 암컷들은 짝짓기 경험이 없을 때 새끼를 보면 무서워서 피하거나 죽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면 새끼를 낳기도 전에 보금자리부터 만드는데요. 새끼가 태어나면 극진히 보살핀다고 합니다.

 

쥐가 모성애를 갖는 과정. 출처 : Frontiers

동물행동학자 제이 로젠블랫은 1964년 짝짓기 경험이 없는 암컷 쥐와 새끼 쥐 여러 마리를 쥐 장에 넣는 실험을 했습니다. 처음에 암컷 쥐들은 새끼들을 멀리 하거나 공격했죠.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암컷 쥐는 새끼 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고, 일주일 후에는 품어주고, 핥아주는 등 어미 쥐와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4년 후, 로젠블랫은 임신한 암컷 쥐와 짝짓기 경험이 없는 암컷 쥐의 혈관을 이어붙여, 임신한 쥐의 피에서 모성 행동을 일으키는 성분들이 짝짓기 경험이 없는 암컷 쥐에게도 적용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새끼가 태어났을 때, 어미는 물론이고, 혈관을 이어붙인 암컷 쥐도 어미처럼 행동했다고 합니다.

 

로젠블랫은 이러한 행동 변화의 원인이 호르몬이라고 확신했지만, 어떤 호르몬이 작용하는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연구한 끝에 모성을 유발하는 호르몬은 에스트로겐, 프로락틴, 그리고 옥시토신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호르몬이 임신한 어머니에게 미치는 영향. 출처 : Nature

에스트로겐은 젖을 나오게 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의 생성을 촉진합니다. 옥시토신은 자궁 평활근을 규칙적으로 수축시켜 아기를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하죠. 프로락틴과 옥시토신은 이뿐만 아니라 뇌에도 작용하여 모성 회로를 활성화하고 모성 행동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락틴은 뇌의 내측시각교차앞구역에 있는 뉴런의 모양을 바꿔서 모성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옥시토신은 프로락틴과 함께 새끼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진화 때문이다?

 

마크 넬리슨의 책 <다윈의 안경으로 본 인간동물 관찰기>에 따르면 모성애는 번식을 목적으로 한 진화로 인해 생겨났다고 합니다.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위한 진화 과정에서 발전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모성이라는 것이죠.

 

차별받는 아이. 출처 : Vicinito

이를 대표하는 이론이 바로 ‘건강한 아이 가설’이라고 합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엄마는 건강한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건강한 아이는 살아남아 손자를 안겨줄 것이라는 보증 개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모는 약한 아이를 희생시켜 그 아이에게 돌아갈 투자를 건강한 아이에게 쏟습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자손을 더 많이 얻고 그 자손들이 지금의 우리의 조상이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얼핏 들으면 참 냉정해 보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마크 넬리슨은 책 <다윈의 안경으로 본 인간동물 관찰기>에서 두 개의 통계를 예시로 보여주는데요. ‘건강한 아이 가설’에 더 못을 박았죠.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장애가 있어 번식 가능성이 낮은 아이들은 건강한 아이들보다 빨리 버려지거나 입양되고, 시설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쌍둥이. 출처 : National Geographic

또한,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각 아이의 건강을 비교한 후 엄마의 관심을 얼마나 받는지 관찰했습니다. 생후 4개월의 쌍둥이의 경우에는 절반 정도의 건강한 아이가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후 8개월 된 쌍둥이의 경우에는 모든 경우에서 건강상 이유로 아이 차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의 책 <모성애의 발명>에 따르면 일부 사회사학자들은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모성애가 과거부터 존재했는지, 아니면 근대에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만들어진 것인지를 의심스럽게 여긴다고 합니다.

 

15세기 초 프랑스 농부들의 노동을 그린 그림. 출처 : Encyclopedia Britannica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의 책 <모성애의 발명>에 따르면 농업과 수공업 중심이었던 산업화 이전 시대의 가족의 개념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가족이 아닌 ‘집안 전체’의 살림살이, 즉 하나의 경제 공동체였다고 합니다. 이는 노인과 아이를 포함한 가족의 모든 일원이 노동을 통해 공동의 생존 보장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뜻이었죠. 아이를 많이 낳았던 이유도 노동력과 노후 보장 등의 경제적인 이유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진 근대로 가면서 부르주아 계급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자율성에 대한 요구가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이는 남성에게만 해당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가정에 한정된 일만을 하게 되었죠. 남성들은 외부 세계와 직업과 사회를 담당하고, 여성은 가정과 집안일과 가족을 담당하게 됐다는 건데요.

 

산업화 시대 당시의 아이들의 교육. 출처 : Hack Education

이런 현상과 함께 어린이의 발달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근대에는 교육을 통해 어린이를 인간으로 만든다는 철학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교육이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바깥에서 일을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어머니가 중심으로 맡게 되었죠.

 

빅토리아 시대 어머니의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이럼으로써 어머니의 역할은 점점 더 '여성의 가장 고유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어머니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모성애라는 말이 나오며 모성애는 신성한 미덕으로 승격되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모성애의 바탕이 된 배경이 상당히 차별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모성애, 그 기원이 어디든 간에 저는 엄마의 모성애가 좋답니다.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웃집 필진 강지희(jihee0478@naver.com)

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생물학과 4학년

이웃집대학생 1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2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