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카메라 용도는 '그림 보조장치'
초기 카메라 용도는 '그림 보조장치'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1.23 16:31
  • 조회수 7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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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숙한 디지털카메라, 그 이전은 필름카메라였지요. 그러면 그 전에는 어떻게 사진을 찍었을까요?

 

카메라 옵스큐라, 상은 맺히되 저장은 할 수 없었다

 

'카메라'라는 말은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뜻하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라는 말에서 시작된 용어입니다. 어두운 방이라는 뜻이지요. 방의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와 반대쪽 벽에 맺히는 원리에요. 우유곽을 이용해서 바늘구멍 사진기를 만들어 본 적이 있나요? 검은 상자 한 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반대쪽에 상을 맺히게 하는 장치이지요.
 

카메라 옵스큐라, 최초의 바늘구멍사진기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 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Problemata Physica)에요. 이 책에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경관을 관찰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때까지의 카메라 옵스큐라는 실험용에 그쳤을 뿐, 용도를 가지고 이용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초등학생들이 바늘구멍 사진기를 만들었을 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사진기인데 왜 사진이 안 나와요? 여기다 그려야돼요?”

 

일리가 있는 질문이지요? 실제로 카메라 옵스큐라의 첫 용도는 그림 보조장치였습니다. 2,000여년이 지난 16세기에 들어 이탈리아의 과학자 지오반니 바리스타 델라 포르타는 자연의 마술(Magiae Naturalis)이라는 책에서 카메라 옵스큐라를 화가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보조 수단으로 추천합니다. 맺힌 상을 따라 그린 뒤 채색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트레이싱이지요. 이때를 시작으로 17세기에는 카메라 옵스큐라가 화가들에게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기 편하도록 반사장치를 덧붙여서 말이지요.

 

또한 바늘구멍 대신 렌즈가 도입됐어요. 바늘구멍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상이 더 선명해졌고, 맺힌 상을 보기 위해 화가가 굳이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게 되었지요.

 

그림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카메라 옵스큐라. 윗면에 비친 상에 대고 따라그렸다고 해요!

꽤 신통한 장치였겠지만, 어쨌거나 그림이라는 수단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었지요.

 

감광반응의 발견, 기록의 시작

 

화학의 발달로 화합물이 빛과 만났을 때 일어나는 반응인 감광반응을 알게 되면서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사진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최초의 사진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본 조망>(좌) 과 이를 스캔한 것(우) 출처: Harry Ransom center 소장

이것이 최초의 사진이에요. 1826년 혹은 1827년 프랑스 사람이었던 니예프(Joseph Nicephore Niepce)가 찍었다고 하는데요. 역청(아스팔트라고도 하는데요, 정확한 명칭은 Bitumen of Judea입니다)과 물을 섞어서 퓨터(납과 주석의 합금)판 위에 골고루 바른 뒤 열로 건조시켰다고 해요. 최초의 필름이 탄생한 것이죠. 이를 카메라 옵스큐라에 끼워서 자신의 집 창문에다 설치하고, 8시간 이상 노출시켰습니다. 

 

그 후 그는 판을 라벤더오일과 석유젤리(상표명인 바셀린으로 많이 알려져있어요)으로 씻어냈죠. 태양과 반응하지 않은 역청을 씻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말렸지요.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사진이 얻어졌어요. 밝은 부분은 반응한 역청이고, 어두운 부분은 퓨터 판입니다. 희미하지만 사진이 나타났을 때 느꼈을 희열은 상상조차 되지 않네요.

 

드디어 영상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 8시간의 노출은 너무 길지요? 게다가 광원이 이동하기 때문에 왜곡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따라서 역청을 이용한 사진술은 바로 상용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사진관의 대중화, 습판사진

 

감광제는 계속해서 발전했어요. 상용화가 된 것은 1851년, 영국의 프레드릭 스콧 아처에 의해 발명된 콜로디온 습판기법(wet plate, collodion photography) 덕분 입니다. 철이나 유리면에 감광유제를 발라 유제가 마르기 전 촬영하는 방식이에요. 감광제로는 은 염의 환원반응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상’ 이 발명됩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 까지 감광반응을 기다리려면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응 핵만 만든 뒤 암실에서 환원반응을 추가로 진행하여 농도를 높이는 과정이지요. 그 결과, 감광판을 준비하고 하나의 사진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약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어요. 이 방식은 즉석제작이 가능하고, 표면이 견고한데다 다중렌즈 카메라 등으로 한 장에 여러장면을 찍을 수 있게 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습판사진 제작과정.

다만 감광제 생성반응부터 현상까지를 암실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야외촬영 등을 하는 경우 암실을 들고 다녀야 했고, 현상까지 바로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사진사도 상당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었지요.

 

감도라는 말은 필름이나 카메라 센서에서 빛에 반응하는 물리적 수치를 말하는 것인데요. 반응하는 수치가 높을 수록 어두운 상황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예전 부모님께서 사용하시던 필름카메라의 ISO는 100~200정도가 보편적이었고, 괜찮은 스마트폰 카메라는 ISO 50~3200을 지원합니다. DSLR에는 25600 까지도 올라가요. 그렇다면 ISO 1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습판사진에서의 감도가 ISO 약1이라고 합니다.

 

습판사진은 185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약 30년간 성행하다가, 유리건판기술의 발전으로 서서히 쇠퇴합니다. 우리나라는 건판기술이 발달된 이후 사진술이 들어오는 바람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에요. 그러나 2000년 이후 특유의 회화적인 느낌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다시 시도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용산구에 있는 등대사진관에서 유일하게 습판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910년대에 코로나 사에서 만들어진 카메라를 이용한다고 하네요. 감도가 낮다보니, 강한 조명을 쪼이고 30초간 멈춰있어야 해요.

 

1910년 제작된 코로나 사의 카메라 - 출처 : 등대사진관 페이스북
습판사진 촬영 , 처리과정과 결과물 . 출처 : 등대사진관 페이스북

좀 더 간편하게, 유리건판기술의 발달

 

이 다음으로는 유리에 감광제로 브롬화은을 코팅한 유리건판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1871년 영국의 리치 매독스(Richard Leach Maddox)가 발견한 방법이에요. 젤라틴을 이용하여 유리에 은염이 발라진 상태의 건판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습판보다 훨씬 더 편리한 사용이 가능해지게 되었어요. 

 

이는 20세기 초 활발하게 사용되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일제강점기 시절 유리건판 기술이 도입되어 당시의 사진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소유하고있던것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건축, 고고학, 인물과 문화에 관련된 유리건판사진들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유리건판 사진기
유리건판으로 찍은 사진들. 1913년 여인들의 사진(좌), 경복궁 경회루 앞마당(우)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위 사진들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훼손된 궁궐 등을 복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차근차근 발전한 결과 유리건판 다음으로 우리에게 그나마 익숙한 필름의 시대가 열리는데요. 필름으로 들어서면서 사진사가 아닌 일반인이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 적이 됩니다.

 

기록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 때문일까요? 사진만큼 꾸준히 발달해 온 기술도 드물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의 사진 관련 기술들이 어떻게 발달해 나갈지 기대되는군요.

 

서강대학교 화학과 석사과정 김진솔 (ijinsol@gmail.com)

이웃집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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