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꼬마선충, '의식 가진 로봇' 열쇠?!
예쁜꼬마선충, '의식 가진 로봇' 열쇠?!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1.16 18:07
  • 조회수 2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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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는 이번에 필진을 새로 모집했습니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요. 과학 자체를 좋아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작성해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멋진 분들인데요. 이런 점 감안해 학생들의 콘텐츠는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주

 

과학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생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줄여서 C. elegans)'입니다. 실온이나 그보다 약간 낮은 온도에서 전부 자라는데 3일 밖에 걸리지 않아 배양하기 쉽습니다. 냉동보관이 가능하다는 점 이외에도 많은 이유 때문에 생명과학 실험에서 자주 사용하는 모델 생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형광물질로 자태 드러낸 예쁜꼬마선충 . 출처:  labs.bio.unc.edu-

그런데 예쁜꼬마선충 덕분에 컴퓨터 안에서 존재하는 '가상의 생물'이 만들어 질 수 있다면 믿기시나요? 나아가 자아를 가진 로봇이 탄생할 가능성도 생겼다는 분석입니다.

 

비결은 '단순함'

 

예쁜꼬마선충의 단순함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세포 숫자가 약 1,000개입니다. 그 중 신경세포는 약 300개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사람은 뇌 뉴런만 약 1,000억개인데요. 맞비교 하면 이 녀석이 얼마나 단순한 친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신경세포 '뉴런'은 우리 몸 신경계를 이루는 단위 세포인데요. 자극을 전달하고 사물을 인식하는 등 우리가 느끼는 모든 걸 제어하는 단위체입니다. 상대적으로 신경세포, 즉 뉴런 수가 적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해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C. elegans의 뉴런 지도 . 출처: The New York Times

위 복잡한 지도가 바로 예쁜꼬마선충의 뉴런을 지도화한 모습입니다. 지도를 자세히 해석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략 뉴런이 몇 개 있고, 어디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 하는 지 참고해봄직 한데요. 뉴런들이 어떻게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나타냅니다. 이러한 뉴런의 '연결성 정보'를 커넥텀이라고 합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텀이 밝혀진 덕분에 이를 그대로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상을 보면 뉴런의 연결정보, 즉 커넥텀을 입력해 로봇과 연결시키면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게 됩니디.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텀을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행동 패턴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약 1분 30초부터 감상해보실까요? 

 

외부 환경에 대한 자극이 전달된 뉴런에 초록색 표시가 됩니다. 이런 자극을 예쁜꼬마선충의 근육 대신 바퀴를, 후각 대신 음파탐지기를 연결하여 받아들이고 반응해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나 현재 과학자들은 뉴런의 연결 강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기계학습방식을 동원하여 구현하였습니다.

 

다음은 위의 실험과 연결됩니다. 조금 더 신경망과 자극에 대한 반응 기작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연구입니다. 아래의 움직이는 사진을 봅시다.

 

위의 사진은 대장균 같은 먹이가 깔린 배지에서 예쁜꼬마선충이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과 비교할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비슷한지 한 번 확인해 보죠.

 

 

프로그램 내에서 구현된 예쁜꼬마선충이 파란색의 얕은 유체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이는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텀과 운동, 감각신경 등을 구현한 것인데요. 앞선 실험과는 다르게 컴퓨터 프로그램 내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오픈웜(openworm) 오픈소스 프로젝트인데요.  사이트에 들어가면 오픈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예쁜꼬마선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한 시뮬레이션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사용된 파란색 유체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된 것인지에 관한 논문 등 여러 정보도 포함됐죠.

 

가오리 생체 로봇. 출처: Science, Phototactic guidance of a tissue-engineered soft-robotic ray  

최근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소개된 가오리 모방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위에서 본 기계적인 로봇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수명이 있습니다. 세포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녀석은 빛에 반응하도록 설계됐는데요. 고분자 탄성체와 유전자 조작이 된 근육 조직을 만들어 반응합니다. 빛이 깜빡이면 느린 속도로 날개를 퍼덕여 앞으로 나아가죠. 이렇게 실제 유기체와 유사한 로봇까지 함께 개발된다면 오픈웜 프로젝트와 융합해 '의식을 가진 생명체'와 아주 유사한 로봇을 만들 가능성이 열립니다.

 

통속의 뇌 가설. 출처: Alexander wivel

일련의 실험과 프로젝트들은 아직 작은 생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대상을 확장시켜서 1,000억개의 뉴런을 가진 인간 뇌를 구현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당장 본 실험만 하더라도 인공지능 없이 스스로 자극을 받아들여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상의 컴퓨터 공간에서 구현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구현된 인간을 그대로 로봇에 입힌다면 그것 또한 생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 화두를 던지는 프로젝트입니다.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대전동신과학고등학고 1학년 김태현(kth010313@hanmail.net)

이웃집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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