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와 스노보드의 과학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와 스노보드의 과학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2.01 12:51
  • 조회수 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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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설상 종목 7개, 빙상 종목 5개, 마지막으로 슬라이딩 종목 3개로 나뉜다. 얼마 안 되는 종목이지만 루지, 바이애슬론, 스켈레톤 등 생소한 이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주 오래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종목이 있다. 바로 스키와 스노보드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이제 겨울철 대중스포츠다. 많은 사람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려고 겨울을 기다리곤 한다. 그렇다면 스키와 스노보드에는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을까. 스키와 스노보드의 과학을 알고 더 재미있게 즐겨보자.

 

스키와 스노보드, 중력과 마찰력의 조화

 

스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스키 장비는 기원전 6천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와 동물의 뼈를 평평하고 길쭉하게 깎아 잘 미끄러지게 만든 스키 형태의 신발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됐다.

 

스키는 19세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1980년에 신발과 스키 판을 결속하는, 금속으로 만든 바인딩 장치가 개발됐다. 그 덕분에 조종성이 향상됐고 안정성도 높아졌다. 스키 판은 스키 장비의 핵심이다. 그런데 바닥이 평평한 스키 판은 왜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것일까. 눈과 스키 판 모두 고체이므로 당연히 마찰력이 생겨서 속도가 줄어드는 게 정상이 아닐까.

 

스키 판은 중력과 마찰력이라는 두 가지의 힘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미끄러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중력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평평한 곳에서는 운동 방향과 직각이 되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경사가 심할수록 중력의 작용이 운동 방향에 가까워져 이동이 쉬워진다. 산이 높은 교외에 스키장이 위치한 이유다.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스키 판을 미끄러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고체보다는 액체의 마찰력이 덜하므로 눈에 열을 가해 녹이면 그만큼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프랭크 보우든(Frank P. Bowden)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1939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서 스키 실험을 진행했다. 평소의 눈은 영하 상태의 온도를 유지하지만 중력으로 인해 스키 판이 무게를 가해 경사면을 미끄러지면 압력과 마찰열이 발생해 결국 녹아내려 마찰력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스키 판의 속도가 높아지거나 기온이 심하게 낮아지면 눈을 녹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이때는 스키 판 밑면에 왁스를 발라 더욱 미끄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래도 마찰력이 가장 작은 순간은 섭씨 0도 가까운 온도에서 눈이 녹기 시작할 때다. 너무 추운 날씨에는 스키를 제대로 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사진 1. 스키의 빠른 활강속도에는 마찰력이 관여한다. 출처: Shutterstock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스노보드도 마찬가지다. 스노보드는 여름철에 파도타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겨울에도 서핑이 가능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63년 중학교 2학년의 미국 청소년 톰 심스(Tom Sims)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도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서핑보드를 약간 개량해 눈 위에서 타는 ‘스너퍼(Snurfer)’를 선보였다. 1971년에는 ‘스노보드(snowboard)’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찰력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찰력을 적절히 높여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마찰력이 없으면 경사지를 내려오면서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속도를 높이되 적절한 순간에 턴(turn)이라는 회전 운동을 실행한다.

 

평평한 바닥에 스키 판을 놓고 옆에서 바라보면 ‘캠버(camber)’라 불리는 가운데 부분이 약간 떠 있다. 사람이 스키 판 위에 올라서면 무게에 의해 캠버가 땅에 닿으면서 전체가 평평해져 미끄러짐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턴을 할 때는 몸과 다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에지(edge)’라 불리는 스키 판 양쪽 날이 눈 속을 파고들게 한다. 이때는 캠버가 수평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리버스 캠버(reverse camber)’ 현상이 발생해 마찰력이 커진다. 또한 눈과 스키 판 사이에 곡선이 형성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스노보드 기술 중 재빠르게 회전하며 고속으로 하강하는 ‘카빙 턴(carving turn)’은 옆 날 에지만 이용하기 때문에 보드 밑바닥 면 전체를 사용하는 ‘슬립 턴(slip turn)’ 기술보다 속도를 30% 이상 높일 수 있다. 턴을 할 때 발가락이나 발꿈치 방향 중에서 눈에 닿는 부분에 더욱 힘을 주어 리버스 캠버 현상을 일으키고 에지를 이용해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 선수들이 몸을 심하게 기울이는 것도 에지를 세워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진 2. 스노보드의 독특한 자세와 턴 기술은 속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출처: Shutterstock<br>
사진 2. 스노보드의 독특한 자세와 턴 기술은 속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출처: Shutterstock

스키와 스노보드는 빠른 속도로 멋지게 회전해서 눈 덮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겨울 스포츠다. 스릴이 커질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정확한 회전 기술을 익히고 마찰력과 회전력을 적절히 제어해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글 : 임동욱 과학 칼럼니스트

<KISTI의 과학향기> 제30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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