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노랑노랑'한 제주 유채꽃의 비결
겨울에도 '노랑노랑'한 제주 유채꽃의 비결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2.05 14:13
  • 조회수 121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4월 제주도는 유채꽃 축제를 엽니다. 만개한 유채꽃밭은 보기에도 좋고 사진 찍기에도 안성맞춤인데요. 유채는 추위와 습기에 강하고 빨리 자라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의 기후조건과 잘 맞습니다. 1960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주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어요. 

 

유채 기름은 콩기름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기름인데요. 예전에는 엔진 윤활유 등으로 사용하다가 인체에 무해한 유채 기름을 생산하는 카놀라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왜, 마트에 가면 '카놀라유'로 식용유 쉽게 찾아볼 수 있잖아요? 향긋한 유채 향수도 인기만점입니다.

 

요즘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설 유료 유채꽃밭이 많아요. 지역주민들의 생계수단이지요.

 

그런데 한겨울에도 유채꽃이 흐드러진 사설 유채꽃밭들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봄꽃 유채가 어떻게 지금 피어있을 수 있을까요?

 

2018년 1월 18일 광치기해변 인근 사설 유채꽃밭. 사진: 김진솔

씨앗은 언제 싹을 틔울까요?

 

식물의 씨앗은 실제로 싹을 틔우는 배와 양분을 공급하는 배젖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싹을 틔우는 시기는 씨가 충분히 성숙하고 주변 환경이 생장에 적절한 때여야겠지요? 씨앗에 물이 공급되고, 적절한 온도조건과 산소농도가 유지하는 조건이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씨앗의 휴면상태는 식물의 호르몬에 의해 조절됩니다. 씨앗을 재우는 호르몬은 ABA(abscisic acid)로, 농도가 높으면 씨앗은 휴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에 반대작용으로 씨앗을 깨우는 호르몬은 지베렐린(gibberelin, GA)입니다. 두 호르몬의 농도가 씨앗이 휴면상태에 들어갈 것인지 발아 단계를 진행할 것인지 결정하는 요인이 됩니다.

 

물, 온도, 산소농도가 적절하면 씨앗은 바로 발아할까요?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조건들이 더 필요한 걸까요? 유채를 포함한 꽤 많은 식물들에게는 바로 ‘겨울’이 필요합니다.

식물을 속이는 방법, 춘화처리

 

씨앗에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고 속이는 방법이 있다니 신기하지요? 이를 '춘화처리'라고 해요.

 

유채 씨앗은 땅에 묻힌 씨앗 상태로 겨울을 지나야만 싹을 틔웁니다. 따라서 가을인 9~11월에 파종해서 씨앗이나 작은 싹 상태로 겨울을 거칩니다. 그 다음 해에 자라나서 4월에 꽃을 피우지요. 

 

씨앗을 인위적으로 저온에 두게 되면 씨앗이 겨울을 나는 중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채의 경우 2~5℃에서 20~30일 동안 처리하는데요. 그러고나서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외부에 파종하면 유채 싹이 돋아나고 꽃을 피우게 되지요. 봄이 온 줄 알고 말이죠. 

 

물론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이기 때문에 가능하겠지요. 제주지역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7℃, 평균 최고기온은 10℃, 평균 최저기온은 4℃ 이고,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유채 외 종자의 춘화처리가 필요한 작물로는 밀이나 보리 등이 있습니다.

 

종자의 춘화처리가 필요한 식물에 처리를 하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기도 하고, 싹이 튼다고 해도 꽃이 피지 않는 등 기형으로 자라납니다. 춘화처리는 러시아의 과학자 트로핌 리센코에 의해 발견된 현상으로, 이를 이용해서 2차대전 때 밀 수확량을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꽃을 피우기 위한 겨울

 

겨울은 씨앗 뿐 아니라 자라던 중 꽃을 피우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개나리가 대표적입니다. 개나리의 생애 주기를 따져보면 잎이 난 뒤에 꽃이 핍니다. 혹시 개나리는 꽃이 먼저 피는 것으로 알고 계시진 않았는지요? 개나리도 다른 식물들처럼 잎이 난 뒤 꽃눈이 생긴답니다. 

 

다만 그 움직임의 첫 시작이 가을이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과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개나리는 꽃눈이 꽃이 되기 위해서 겨울을 지나야만 합니다. 그 사이에 잎은 추위가 오기 전 떨어지죠. 따라서 가을에 꽃눈을 맺은 개나리를 온실로 옮기면 개나리 꽃을 볼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식물의 생애 주기는 더 다양한 요소, 그리고 다양한 시기의 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이를 잘 이용해서 빛을 쪼이는 시간, 산소의 농도 등등을 조절하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을 속일 수 있습니다. 

 

유채처럼 원하는 시기에 꽃을 보고, 봄에 뿌린 밀을 수확하고, 특정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기후에서 식물을 키워내는 등 식물을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하고 있어요.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먹고, 볼 수 있는 거겠지요.

 

서강대학교 화학과 석사과정 김진솔 (ijinsol@gmail.com)

이웃집 필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