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계 종류가 이렇게 많았어?!
해시계 종류가 이렇게 많았어?!
  • 강지희
  • 승인 2018.02.06 17:40
  • 조회수 6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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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겸 드라마 작가 로빈 그린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간은 우리가 나누어 놓은 것일 뿐이다. 과거와 현재라는 것도 모두 임의로 정한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시간을 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에 맞고, 시간에 늦고, 나는 충분한 시간이 결코 없지만, 원형의 시간, 즉 시간은 자전거 바퀴 같다. 모든 순간이 언제나 일어난다"

 

(이 뜻으로 한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의 말처럼 시간이라는 개념은 (4차원 시공간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 최초로 형성되었을 때는) 인간이 나누어 놓은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전과 오후, 혹은 과거와 현재, 미래만을 나누던 추상적인 개념은 갈수록 더욱 구체화되면서 시, 분, 초를 측정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1초보다도 짧은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지요.

 

시간 측정 방법은 계속 발달돼 왔습니다. 출처: pixabay

최초의 시간 측정은 태양의 이동이나 달의 모양 변화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자연 변화는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니까요.

 

최초의 해시계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은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만들어 보셨을 지도 모릅니다. 과학 교과서에 막대로 해시계를 만드는 활동이 있어요!) 해가 잘 드는 땅에 막대기를 꽂고 각 날짜와 시간별로 막대기의 그림자 길이를 측정한 후 길이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단순하지만 나름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형태의 해시계였죠. 

 

이런 해시계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고대 서양 세계에서 각지에 태양 숭배의 상징으로 세워진 오벨리스크입니다. 태양 숭배의 상징으로 세워졌지만 아래쪽 바닥에 시간을 잴 수 있는 눈금들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해시계의 역할도 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높이는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길쭉하게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눈에 잘 띄는 좋은 공용 시계였을 겁니다.

 

터키의 오벨리스크. 출처: pixabay

그림자의 길이를 활용해서 더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은 새로운 형태의 해시계로 거듭 진화했는데요. 해시계의 종류와 원리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1. 앙부일구

 

앙부일구. 출처: pixabay

아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해시계는 앙부일구일 겁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죠. 앙부일구는 오목한 화로 크기의 둥근 가마솥 시계판 모양입니다. 해를 우러르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1434년 이후로 쭉 사용됐고 18세기 이후에도 시간을 재는 데 썼습니다. 

 

앙부일구는 청동으로 만들었으며 글자는 은으로 새겼다고 합니다. 하루의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는 세로선은 당시 풍습 그대로 12간지로 표현했고, 계절을 확인할 수 있는 가로선은 동지부터 하지까지 24절기로 나타냈습니다. 가운데의 영침(그림자를 만드는 바늘)은 당시 한양의 위도에 맞춘 37도 20분에 맞추어 비스듬히 세웠습니다. 

 

앙부일구는 궁궐이나 관공서, 혹은 양반의 사저에서 널리 사용됐습니다. 흔히 아는 받침대 있는 사발 모양의 야외 설치용과 6cm 이하의 작은 돌로 만든 휴대용 앙부일구로 구분됩니다. 같은 휴대용 앙부일구라고 해도 자석으로 남북 방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과 눈금만 그려놓은 것으로 나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밀하다고는 해도 영침이 서울 기준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2. 적도 해시계

 

적도 해시계 . 출처: pixabay

땅에 막대를 꽂아 만들었던 최초의 해시계는 그림자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고대인들은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거듭했는데요. 해시계의 바늘(노몬)을 위도 만큼 북쪽으로 기울이고 그림자가 표시되는 면(시반면)을 수직으로 세우면 그림자의 움직임이 일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몬은 지구 자전축과 평행해지고 시반면은 적도와 평행해지므로 그림자의 움직임이 원형이 됩니다.

 

그림자의 궤적!

하지 즈음에는 태양이 노몬의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지만 이후에는 태양이 적도면 위에 있기 때문에 시반면 앞쪽에 시간이 표시되게 됩니다. 

 

그러나 추분 이후부터 동지까지는 태양이 적도면보다 아래에 위치하므로 계절에 관계없이 시간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시반면 양쪽에 모두 시간을 표시해야 합니다. 시간 표시는 태양이 24시간 동안 한 바퀴, 한 시간에 15도를 돈다고 가정하고 그림자도 같은 각도만큼 돌아간다고 생각하여 표시합니다. 

 

실제로는 균시차 때문에 태양이 정확하게 24시간 동안 한 바퀴를 돌지 않아서 오차가 생기지만 시간 측정에 심각하게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여기서 균시차란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라서 나타나는 관측 태양시와 실제 태양시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3. 수평 해시계

 

수평 해시계. 출처: pixabay

적도 해시계는 그림자의 움직임이 일정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반면과 노몬을 둘 다 복잡한 각도로 세워야 해서 설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반면을 수평으로 바닥에 놓고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노몬이 시반면에 수직이면 같은 시간이라도 날짜에 따라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 측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자가 날짜가 달라져도 같은 시간 같은 위치를 향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까 적도 해시계의 형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적도 해시계의 노몬은 적도면에 수직이기 때문에 태양의 고도와 상관없이 같은 시간이면 그림자가 같은 위치를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면으로부터 북쪽으로 해시계를 설치할 지역의 위도만큼 노몬을 기울이면 평면 해시계로 시간을 좀 더 편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4. 수직 해시계

 

수직 해시계 . 출처: pixabay

수직 해시계에 대해서도 한 번 알아봅시다. 수직 해시계는 벽이 향한 방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므로 해가 잘 드는 정남쪽에 설치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생각해 봅시다. 수직 해시계의 노몬은 90도, 관찰자의 위도 만큼 벽으로부터 기울어져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이 경우에도 노몬이 적도면에 수직이 되어 시간 측정이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수직 해시계의 시간선은 적도 해시계의 시간선을 이용하여 그릴 수 있는데, 적도 해시계의 시간선의 연장선과 수직 해시계의 한 변의 교점을 수직 해시계의 노몬이 위치한 점과 이으면 됩니다.

 

시간선 그리기

5. 아날렘마 해시계

 

아날렘마란 균시차로 인해 같은 시간에 관측한 태양의 위치가 1년을 주기로 8자 모양의 궤적을 그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현상은 균시차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균시차까지 고려한 상당히 정확한 해시계를 아날렘마 해시계라고 부르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이 해시계는 앞에서 수평 해시계를 만들 때 노몬을 수직으로 세우면 그림자의 궤적이 포물선 형태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전에는 복잡하다는 이유로 쌍곡선을 그리는 대신 노몬을 기울이는 것을 선택했지만, 이 해시계는 실제로 시간선을 쌍곡선 형태로 그린 해시계입니다.

 

6. 극 해시계

 

극 해시계는 노몬 대신 시반면을 적도면과 수직으로 놓은 적도 해시계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해시계입니다.

 

7. 유니버셜 해시계

 

지금까지 소개한 해시계들은 위도 문제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해시계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교통수단, 특히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위도와 상관없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1600년 경 위만 오그티드는 관측자가 날짜와 위도만 알면 모든 지역에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유니버셜 해시계를 발명했습니다. 이 해시계는 끈을 묶는 곳을 돌려 위도값을 설정하고, 노몬 구멍을 날짜에 맞춘 후, 노몬 구멍에 태양빛을 통과시켜 시간을 확인하는 형태입니다.

 

8. 원기둥 해시계

 

한스 홀바인의 그림, <대사들>을 보면 원기둥 모양의 도구가 숨어 있습니다. 이 도구는 놀랍게도 해시계인데요. 지평선에서의 태양의 고도로 시간을 측정하는 이동식 해시계입니다. 

 

당시 양치기들이 양 때를 몰고 이동하면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이 해시계를 사용했기 때문에 양치기 해시계라고도 불립니다. 이 해시계는 노몬을 회전시켜서 계절을 맞춘 후 사용해야 합니다. 하루의 길이가 날마다 다르고 같은 경도로 사용 지역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이 형태의 해시계는 잘 응용하면 컵 위에도 인쇄할 수 있습니다.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출처: The National Gallery, London)

10. 링 해시계

 

링 해시계는 12세기 무렵부터 제작되고, 18세기까지 사용되었던 휴대용 해시계입니다. 노몬의 역할을 하는 작은 구멍으로 태양 빛을 통과시켜 시간을 확인하는 작고 간단한 형태의 해시계입니다. 

 

해시계 겉부분에는 각 달을 나타내는 글자가 표시되어 있는데요. 6월의 공간은 매우 좁기 때문에 고대에 만들어진 해시계는 6월이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해시계는 노몬을 움직여 해당하는 달의 글자로 옮기고 끈을 이용해 벽에 단 후, 태양 빛을 노몬 구멍 안으로 통과시켜 해시계 안쪽의 시간선에 비추어진 빛을 보고 시간을 측정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이 해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의 태양 고도를 전부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해시계들은 최초의 막대형과는 다르게 복잡한 수학적 원리를 알거나 1년 동안 매시간마다 태양 그림자나 빛이 비춰지는 위치를 측정해야 정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해시계’를 만들어 주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이 사이트에서는 종이로 벽면 부착용 해시계를 만들어 주는데요.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sundialzone.com’에 접속하여 스크롤을 내리면 볼 수 있는 ‘make sundial’에 들어갑니다.

 

sundialzone 접속 화면 

그 다음 벽 부착용 wall sundial과 창문 부착용 window sundial 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사진상으로 봤을 때 wall sundial은 눈금이 있는 쪽으로 비춰지는 빛으로 시간을 측정하지만 window sundial은 눈금 반대쪽으로 비춰지는 빛으로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눈금이 서로 반대방향인 것 같네요. 

 

다음으로 위성 지도에서 해시계를 부착할 위치를 검색창에서 검색합니다. 검색한 후에는 부착할 벽면의 양 끝을 선택하여(정확하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확대를 많이 하는 게 좋겠죠?) 직선을 그어 벽면의 위도와 경도, 기울기를 선택합니다. 아래쪽에는 solar time(태양시)와 civil time(상용시) 선택이 있는데, 미리 기본적으로 선택되어 있는 solar time만 선택하고 make sundial을 누릅니다.

 

 해시계 만들기 1-형태 선택
해시계 만들기 2-위치 선택
해시계 만들기 3-기타 선택

그러면 pdf로 종이 해시계를 인쇄할 수 있는 파일을 만들어 주는데, 이를 인쇄한 후 방수 처리를 잘 해서(외벽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전에 선택했던 부착 위치에 설치하면 간단한 해시계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위의 조건으로 만든 해시계의 형태

오래 전부터 시간을 측정해 왔던 인류의 역사는 물론, 다양한 수학, 과학적 원리를 담고 있는 해시계를 이번 기회에 한 번 만들어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문헌

해시계-해시계의 수학적 원리 분석 (황운구, 홍성일, 김지영/과학정원)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대전동신과학고등학고 2학년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이웃집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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