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샤워 "피부 더 건조케 해"
수돗물 샤워 "피부 더 건조케 해"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2.07 17:38
  • 조회수 20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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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충제 계란', '생리대 부작용'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덩달아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한다는 노케미족(No-chemi族)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화학물질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돗물이다. 수돗물에는 미량의 염소(Cl)가 함유되어 있다. 염소는 가격이 싸고 소량으로도 강력한 멸균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소는 수돗물 소독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수돗물 소독 과정에서 염소의 기전은 다음과 같다.

 

Cl₂ + H₂O → HOCl + HCl

HOCl → H+ + OCl-

 

먼저, 염소(Cl₂) 성분이 물(H2O)에 첨가되면 하이포아염소산(HOCl)으로 가수분해 된다. 또 하이포아염소산(HOCl)은 수소이온(H+)과 일산화염소(OCl-)로 이온화 된다. 여기서 생성물인 하이포아염소산(HOCl)과 일산화염소 이온(OCl-)은 살균 표백 작용을 가진 물질로서 물 속에 있는 유기화합물을 산화·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오염된 물 내에는 상당한 양의 암모니아(NH₃)가 함유되어 있는데 염소가 주입되면 상호 반응하여 클로라민(chloramine) 화합물을 형성한다. 그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NH₃ + HOCl → NH₂Cl + H₂O

NH₂Cl + HOCl → NHCl₂ + H₂O

NHCl₂ + HOCl → NCl₃ + H₂O

 

이때 생성되는 NH₂Cl, NHCl₂, NCl₃를 '결합잔류염소' 또는 '클로라민'이라 하며 마찬가지로 수돗물 살균의 역할을 한다.

 

염소주입에 따른 잔류량.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결합잔류염소'라는 명칭처럼 염소는 잔류성이 높다. 따라서 수돗물이 배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배수되는 공급 과정에서도 해로운 미생물을 지속적으로 없애는 역할을 한다. 현행 수도법에서는 잔류염소를 0.2ppm 정도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마셔도 위험할 수준은 아니다. 참고로 사람에게 유해한 염소 농도는 1,000ppm 정도다.


만약 잔류 염소 냄새에 따른 불쾌감이 든다면 물을 끓이거나 상온에 수시간 방치하면 된다. 염소는 끓는점이 34도로 낮은 편이라 휘발성이 높다. 이 때문에 물을 끓이거나 방치하면 물 속에 용해되어 있는 염소성분이 쉽게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염소의 그늘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염소가 휘발성이 강하다면 피부 접촉의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했듯 염소가 물에 용해되면 유해성이 없는 이온 상태로 전환되어 음용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염소가 휘발되어 기체상태로 존재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Nature & Health>지에 따르면 염소가 기체상태로 피부에 닿으면 피부 표피의 지방을 제거해 피부 속에 있는 수분을 증발시켜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심하면 피부가 가려운 '피부 소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에서는 염소 성분의 산화작용에 의해 각질층의 구조 변화와 보습력이 떨어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샤워할 때 염소 기체 발생

 

일상생활 속에서 염소 기체가 자주 발생하는 공간이 바로 욕실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경우 물의 열성으로 NH₂Cl, NHCl₂ 등 염소 성분이 휘발되어 수증기 형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되고 밀폐된 욕실 내에서 농축된다. 이때 피부 모공 속으로 잔류염소가 흡수될 수 있다. 

 

실제, 조완근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염소 처리된 수도수를 이용하여 목욕하는 개인은 수돗물 속의 화학물질이 샤워중 피부를 통해서 체내에 흡수된다고 학위 논문을 통해 밝힌 바 있다(수도수를 이용한 샤워시 호흡과 피부접촉으로 인한 클로로포름 인체 체증 1993년).

 

또 미국 유명 저널의 논문자료에선 "피부로 침투된 염소는 인체 세포 내의 단백질 및 지방산과 결합하여 세포를 파괴하고 피부와 두뇌의 노화를 촉진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The Journal of Dermatology 2003년).

 

따라서 전문가들은 샤워물이 뜨거울수록, 그리고 샤워기간이 길어질수록 실내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이 더 많이 발생해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를 하고 있다. 무엇이든 과잉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데 샤워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안은?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독제의 종류에는 염소뿐 아니라 자외선, 오존, 이산화염소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들 소독제는 염소와 같은 잔류효과가 없고 가격이 비싸 실용적이지 못하다. 염소 성분이 인체에 해로운가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염소 소독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염소 성분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샤워 시간은 길지 않게, 물의 온도는 미지근하게, 샤워 후에는 충분히 환기시켜 혹시라도 있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원 남두호(nam2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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