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양찬호 교수 연구팀이 강유전체 나노구조에서 전기적인 위상 결함을 만들고 지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연구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월 게재됐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전기적 위상 결함 기반의 저장 매체를 개발하면 대용량의 정보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이번 연구는 포스텍 최시영 교수, 포항 가속기연구소 구태영 박사,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첸(Long-Qing Chen)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 라메쉬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위상학은 물체를 변형시켰을 때 물체가 가지는 성질에 대해 연구를 하는 학문입니다. 원과 삼각형은 위상학적으로 동일한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16년도 노벨 물리학상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벨위원회는 위상학의 개념을 구멍이 한 개 뚫린 베이글 빵, 구멍이 없는 시나몬 빵, 유리컵 등에 비유했습니다.
시나몬 빵과 유리컵은 다르게 보이지만 구멍이 없다는 점만 따지면 위상학적으로 같은 물질입니다. 하지만 구멍의 개수가 다른 베이글과 시나몬 빵은 위상학적으로 다른 물질이 되는 방식이죠.
즉 물질에서 위상학적이라 함은 연속적인 변형으로는 그 특성을 변화시킬 수 없는 절대적인 보존량을 말합니다. 이러한 위상학적 특징을 이용해 정보저장 매체를 만들면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의도대로 쓰고 지울 수 있는 이상적인 비휘발성 메모리도 제작 가능하죠.
강유전체와 달리 강자성체(자기적 균형이 깨진 상태, 외부 자기장을 제거해도 자기장이 그대로 남아있음)의 경우는 소용돌이 형태의 위상학적 결함 구조가 이미 구현됐습니다.
반면 외부 전기장 없이도 스스로 분극을 갖는 강유전체는 자성체에 비해 위상학적 결함 구조를 더 작은 크기로 안정시키고 더 적은 에너지를 이용해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도 초보적인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실험적으로 위상학적 결함 구조를 어떻게 안정화시키며 어떠한 방식으로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유전체 나노 구조에서 비균일한 변형을 줘 위상학적 결함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강유전체 나노접시(ferroelectric nanoplate) 구조를 특정 기판 위에 제작해 접시의 바닥면에는 강한 압축 변형을 주는 동시에 옆면과 윗면은 변형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방사형으로 압축변형 완화(Compressive strain relaxation)가 일어나 격자의 변형이 오히려 강유전체의 소용돌이 구조를 안정화시킨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고밀도, 고효율, 고안정성을 갖춘 위상학적 결함기반 강유전 메모리에 핵심적인 원리를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