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공기, "자동차 도로보다 유해하다"
집안 공기, "자동차 도로보다 유해하다"
  • 김동진
  • 승인 2018.02.19 13:19
  • 조회수 6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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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만 되면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외출이 꺼려지죠. 밖에 나가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 밖은 위험해"라며 집에 있길 선호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집 안과 사무실 등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공기도 별로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도로보다 50배 유해

 

두둥.. 먼지를 이렇게까지...... 출처: 자연과 생태
두둥.. 먼지를 이렇게까지...... 출처: 자연과 생태

책 <먼지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뿐만 아니라 집 안과 사무실 공기에도 먼지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초 베를린 연방건강청에서는 독일 플레스부르크(Flensburg)와 가미쉬(Garmisch) 지방 사이 3천 가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 가구의 실내 공기는 대도시의 '차가 많이 다니는 교차로보다 50배나 유해'했다고 하네요. 

 

집안의 공기가 바깥공기 못지않게 나쁘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집안의 공기가 바깥공기 못지않게 나쁘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2014년 보고서에는 실내 공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430만 명,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등에서 나온 실외 오염물질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370만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오는데요. 실내 공기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실외 대기 오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보다 더 많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습니다.

 

일반적인 가정에는 집먼지 진드기, 박테리아, 세균, 비듬, 살충제, 납과 수은, 중금속 및 각종 화학물질이 있다고 하는 데요. 이 물질들은 두통과 피로를 조장하고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북미환경보호단체(EPA)는 '오염된 집'을 건강에 해로운 5개의 환경위협 목록에 올렸다고 하네요.

 

적을 알고 나를 알자

 

책 <먼지보고서>에 따르면 먼지는 크게 거친먼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거친먼지는 10~20㎛ 크기로 꽃가루, 바다모래, 비듬, 마모된 타이어 조각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눈으로는 인식할 수 없습니다. 코를 막히게 하거나 눈을 가렵게 하거나 기관지 점막에 붙습니다. 다행히 우리 몸의 호흡기 점막은 이 정도 오염물질을 차단할수 있다고 하네요. 

 

다만, 미세먼지부터는 인체가 막을 수 없습니다. 1~10㎛크기의 미세먼지와 1㎛ 미만의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끝까지 들어오고 기관지와 아주 작은 폐포에 눌러 앉는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혈액을 타고 인체 다른 부위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분석인데요. 

 

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신체 어디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정확히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다양한 염증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공장이나 기차, 자동차에서 화석 연료를 태울때 주로 미세먼지가 발생합니다. 출처: Pixabay
공장이나 기차, 자동차에서 화석 연료를 태울때 주로 미세먼지가 발생합니다. 출처: Pixabay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공장에서 무언가를 태우거나 난방을 할 때 그리고 자동차 엔진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석면 같은 건축 단열재, 담배 연기에 있는 유해한 입자들도 모두 크기가 0.5㎛ 미만의 초미세먼지라고 하네요.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공기 오염이 더 심각합니다. 시골 지역에서 1㎥당 1㎛보다 작은 먼지입자가 약 1,000만 개 수집되는데요. 도시에서는 이보다 10배 많은 먼지가 검출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흡연공간에서는 100억 개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먼지는 인구수와도 관련 있습니다. 도시 공기에서 채집되는 먼지 내용물은 인구수에 비례해 증가하는데요. 한 사람 한 사람 걸을 때마다 풀덕풀덕 먼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집안 곳곳이 먼지 지뢰밭

 

그리고 바깥보다 집안 내부에 더 많이 축적되어 있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중금속인데요. 크롬, 납, 수은처럼 건전지나 일반 소비재에 많이 사용되는 중금속들은 먼지 속에 축적되기 때문에 집 안에서 더 많이 검출된다고 합니다.

 

집 안에는 중금속 농도도 높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집 안에는 중금속 농도도 높다고 합니다. 출처: Pixabay

함부르크 위생환경연구소 학자들이 수년 전 어떤 화학물질이 휘발되지 않고 먼지에 내려앉는지 조사했는데요. 플라스틱에 들어가는 색소, 접착제 그리고 살충제 등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많았는데요. 컴퓨터와 모니터 위의 먼지에서 신경에 해를 끼치는 '브롬화 난연제'가 검출됐습니다.

 

가전제품 근처도 위험해?! 출처: Pixabay
가전제품 근처도 위험해?! 출처: Pixabay

이 물질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붙는 걸 방지하는 물질입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 반도체, 카펫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2009년 국제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됐지만 그전에 이미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양이 생산돼 일상생활 곳곳에 퍼져 있다고 하네요. 

 

집먼지는 유아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는데요. 유아들은 양탄자에 있는 먼지와 접촉합니다. 양탄자에 쌓인 집먼지는 담배 3개비에 포함된 분량의 발암물질 벤조피렌(benzopyrene)을 들이마시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이 물질은 신경손상, 폐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이 기어다니는 시기에는 양탄자를 깔지 않는 걸 고려하셔야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축 아파트 공기 나빠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지난 2002년 실내공기 오염도를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발간한 <실내공간 실내공기오염 특성 및 관리방법 연구> 보고서를 보면 신축 아파트의 경우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약 130㎍/㎥ 정도로 실내공기질 관리법 상 유지 기준치 15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유치원, 복지회관, 병원 등 27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또한 사람과 차량이 많은 지하철과 터미널, 지하상가, 지하주차장의 경우도 100~140㎍/㎥ 정도의 수치를 기록해 높은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차량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 터미널 등의 공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출처: Pixabay
차량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 터미널 등의 공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출처: Pixabay

실내공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로는 CO, CO2, NO2, SO2, 미세먼지, 중금속, 석면,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포름알데히드, 병원성세균 등이 있다고 합니다. 

 

또 실내공기오염의 원인으로는 산업 발달에 따라 발생되는 오염물질과 환기부족, 실내흡연, 연소기구의 사용, 오염된 외부공기의 실내 유입 등이 꼽혔다고 하네요. 

 

실내 공기 오염 막으려면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공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통계청이 3만16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24시간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59.3%, 직장·학교 등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28.3%, 대중교통이나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은 7.2%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작 5.2% 정도였다고 하네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니 의외네요. 출처: Pixabay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니 의외네요. 출처: Pixabay

세계보건기구와 미국폐협회에 따르면 실내 공기 속 독성 물질은 실외 공기의 2~5배 정도로 높고 실내 오염 물질이 폐에 도달할 확률은 실외 오염 물질의 1,000배라고 합니다. 실내 공기 정화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실내환경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실내 공기질을 좋게 하려면 환기를 적어도 하루에 2~3차례 이상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봄ㆍ여름ㆍ가을에는 춥지 않을 정도로 창문을 항상 5~20cm 정도 열어놓으면 좋고 겨울에는 창문을 2~3시간 주기로 1~2분 정도 개방하는 게 좋다고 하네요.

 

환기를 하루에 2~3번! 출처: Pixabay
환기를 하루에 2~3번! 출처: Pixabay

또한 오염물질이 많이 방출되는 건축자재, 사무용품은 처음부터 사용하지 말거나 친환경제품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환경부장관이 고시한 오염물질 방출 건축자재는 사용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천연재료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네요. 

 

공기청정기 등 공기정화설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숯 같은 천연 재료나 벤자민, 고무나무 등 유해물질 흡착효과가 있는 식물을 키워 자연정화를 하는 것도 생활 속 지혜입니다.

 

실내 공기 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남천, 틸란드시아, 아이비. 출처: 농촌진흥청
실내 공기 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남천, 틸란드시아, 아이비. 출처: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은 틸란드시아와 아이비가 실내 미세먼지 제거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정 공간에 식물을 넣고 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각각 69%, 65%의 미세먼지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인정한 아레카 야자, 알로에 베라, 잉글리시 아이비. 출처: 농촌진흥청, Wiki Media Commons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인정한 아레카 야자, 알로에 베라, 잉글리시 아이비. 출처: 농촌진흥청, Wiki Media Commons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아레카 야자, 알로에 베라, 잉글리시 아이비를 추천했는데요. 이런 화초들은 합성세제나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벤젠, 니스나 바닥 마감재 성분인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고 수분과 산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공기정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잉글리시 아이비의 경우 공기 중 곰팡이균의 78%를 제거했다고 하네요.

 

먼지 보고서

먼지 보고서

옌스 죈트겐, 크누트 푈츠케 공저 / 강정민

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먼지, 그 미세한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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