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도 "여보세요? 어, 나 도서관!" 이 기술 뭐지?
클럽에서도 "여보세요? 어, 나 도서관!" 이 기술 뭐지?
  • 이주영
  • 승인 2018.03.05 10:15
  • 조회수 6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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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는 이번에 필진을 새로 모집했습니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요. 과학 자체를 좋아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작성해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멋진 분들인데요. 이런 점 감안해 학생들의 콘텐츠는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주

 

“여보세요. 거기 어디야?”

“뭐라고?.......”

“거기 어디냐고!!!”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려! 뭐라고?”

 

노랫소리와 함성소리가 가득한 공연장, 기차가 멈출 때 쯤 들려오는 칠판 긁는 소리, 쿵쾅 거리는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았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왜 휴대폰에는 '내 목소리 제거' 기능만 있고 '주변 소리 제거' 기능은 없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직접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반전! 이미 10년 전에 이 같은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이 출시됐더라고요.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지난 2008년 LG전자와 팬택이 선보인 ‘알리바이폰’과 ‘허쉬폰’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휴대폰이 어떻게 소음을 제거할 수 있다는 걸까요? 덧붙여 왜 당시에는 그닥(?) 뜨지 못한 걸까요.

 

알리바이폰과 허쉬폰의 원리

 

 

우리가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휴대폰이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소음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알리바이폰과 허쉬폰은 사람이 실제 소리를 인식하는 방법을 휴대폰에 적용시켰다고 합니다.

 

두 귀를 닮은 마이크

 

알리바이폰과 허쉬폰의 원리. 제가 그려봤어요!

우리는 두 귀를 통해 소리를 인식합니다. 이에 LG와 팬택은 휴대폰의 위쪽과 아래쪽에 하나씩 위치한 두 개의 마이크를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입과의 높이차가 생겨 아래쪽에는 음성신호가 위쪽에는 소음이 강하게 입력되는데요. 이 같은 차이를 통해 음성 신호와 다른 신호를 구분하게 되는 것입니다.

 

청각을 인지하는 과정을 담은 A1024칩

 

사람이 소리를 인지하는 과정/ 출처 - http://soriclinic.com/?page_id=81
사람이 소리를 인지하는 과정. 출처: soriclinic.com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크게 구분했다면 좀 더 세밀하게 분리해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하겠지요. 그러한 기술이 바로 ‘오디언스’사가 개발한 A1024칩입니다.

 

이 칩에는 사람이 귀와 달팽이관 뇌관 그리고 대뇌의 청각중추를 통해 소리를 인지하는 ‘청각인지단계’를 회로로 구현한 ASA기술이 쓰였습니다. 또한 들어오는 소리의 음높이와 강도 시간차와 같은 특성을 이용해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리는 기본 진동수의 파동과 그 파동의 정수배의 파동을 가진 고조파(高調波)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동수의 패턴을 분석하면 a라는 소리와 b라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도 이러한 원리를 통해 소리를 구분하는데요. 가령, 30Hz의 소리에는 60Hz(2배) 180Hz(6배)와 같은 고조파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소리와 40Hz의 소리를 다른 소리로 인식한다는 거죠. 즉,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소리들을 그룹화하고 그 중에서 음성 신호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을 제거함으로써 소음을 지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트란소노’가 개발한 ‘일렉토복스’

 

하지만 알리바이폰과 허쉬폰은 소리가 없는 묵음 구간에서 소음을 인식해 전체 구간에서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소음을 잘 잡아내지 못합니다. 음성신호가 왜곡될 위험도 있는데요. 이에 ‘트란소노’는 전방향 탐색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소음의 진동수가 바뀌면 0.3초 내에 잡아내 앞선 두 휴대폰의 단점을 보완했죠.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기에는 비용적 측면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기술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 소음 제거 전아래) 소음 제거 후 출처 -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901N026
출처 -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901N026

헤드폰에도 적용되는 소음제거 기술

 

최근에는 휴대폰 이외에도 헤드폰이나 이어폰에서도 비슷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오히려 휴대폰 보다는 이 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헤드폰은 어떤 원리를 통해 소음을 제거 하는 걸까요?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 과정/ 출처 - http://koc.chunjae.co.kr/Dic/dicDetail.do?idx=10249
노이즈 캔슬링 과정. 출처: koc.chunjae.co.kr

헤드폰은 앞서 소개한 휴대폰에서 쓰이는 원리와는 다르게 좀 더 간단합니다.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쇄간섭’이라는 원리를 활용한 건데요.

 

여기서 상쇄간섭이란 반대 위상의 두 파동이 중첩될 때의 간섭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2와 -2가 만나 0이 되는 것이죠. 헤드폰은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헤드폰 속에 마이크를 준비했으며 바로 이 마이크가 소음과 반대되는 위상의 파동을 만들어 귀로 보내는 것입니다. 즉, 소음과 마이크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소리가 서로 상쇄간섭을 일으켜 저희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게 되는 거죠.

 

그러나 이러한 노이즈 캔슬링도 여러 문제점이 노출됩니다. 먼저 소음을 잡아내는 범위가 중저역대로 맞춰져 있어 모든 소음을 잡지 못합니다. 또한 대부분은 충전식이기 때문에 방전되면 이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쌉니다.

 

어떠셨나요? 이웃님들. 저는 노이즈 캔슬링을 수업시간에 배웠었는데요. 이를 활용해 휴대폰에 도입하면 어떨까 싶었지만 여간 많은 문제가 뒤따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일각에서는 이를 잘 활용한다면 층간 소음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저는 반대로 위험을 감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은 항상 양날의 면을 가지고 있듯이 이번 기술 또한 마찬가지인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어떤 원리를 통해 또 어떤 제품들이 탄생할지 기대되는데요. 가격이 저렴해진다면 그 때 저도 한 번 써보고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유전공학과 3학년 이주영 (wnddl111@naver.com)

이웃집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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