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과제 '무임승차', 대처법은?
조별과제 '무임승차', 대처법은?
  • 박연수
  • 승인 2018.03.02 14:41
  • 조회수 9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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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입니다. 대학가에는 새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새학기의 설렘도 잠시, 곧 과제들이 쏟아질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특히, 조별과제. 무임승차 조원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조별과제'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인데요. 실제 대학 생활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큰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조별과제 참여학생 유형. 출처: 개그콘서트Facebook
조별과제 코너 모습. 출처: 개그콘서트 Facebook

이 코너의 백미는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보노보노'입니다. 하지만 보노보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구성원을 보면 조별 모임에 관심이 없고 휴대전화만 보는 선배, 귀여운 보노보노까지 동원하며 발표 준비하는 후배들, 핑계를 대며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 전체적으로 훈수만 놓기 바쁜 복학생 등입니다.

 

조별과제 꼴불견 1위 무임승차자

개인적으로 흰 옷 입고 있는 사람이 제일 나쁨. 거짓말쟁이. 출처: 개그콘서트Facebook
복학생과 프리라이더. 출처: 개그콘서트Facebook

특히 뻔한 거짓말을 대며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이 코너에서도 얼토당토하지 않은 거짓말을 뻔뻔하게 해대며 나갈 궁리만 하는 모습으로 관객의 폭소를 자아냅니다. 골프 치고 온 학생이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면서 골프채를 귀이개라고 가리키는 식으로 재밌게 과장해 풍자합니다.

 

 

지난해 한 아르바이트 포털에서 대학생 1,1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실 내 꼴불견’ 설문조사 결과 1위는 조별과제에 묻어가는 '얌체 무임승차족'으로 나타났습니다. 70.7%인 압도적인 수치였죠. 서강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른 설문조사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 가장 불편했던 부분 역시 '조원들의 소극적인 참여 자세'였습니다. 전체 응답의 73.8%였습니다. 

 

조별과제는 소수의 학생들이 과제를 전담해 완성해도 모든 점수는 조원들에게 똑같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수들 중에는 '협동심'을 본다는 명목으로 발표 PPT에 이름을 지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하는 사람'만 하는 업무의 편중이 일어나 열심히 하는 사람은 배로 일하게 됩니다.

 

'무임승차' 왜 일어날까 

 

1913년 링겔만(Macimilien Ringelmann) 교수는 줄다리기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 결과 사람이 증가할수록 1인당 힘을 쓰는 정도는 감소하는 결과를 발견했죠. 그래서 이를 '링겔만 효과'라고 부릅니다. '사회적 태만'이라는 표현으로도 알려졌어요. 집단에 속해 있으면 힘을 덜 들이려는 심리가 있다는 겁니다.

 

링겔만은 5m짜리 밧줄이 연결된 힘 측정기를 이용했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은 각각 혼자일 때와 여럿일 때 줄을 당겨 힘을 측정했습니다. 혼자 줄을 당길 때 100%의 힘을 가했다면 두 명일 때 개인이 쓴 힘은 93% 정도였습니다. 세 명일 때는 85%, 네 명일 때는 49%로 나타났습니다. 그룹 인원이 많아질수록 개인의 기여도는 점점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970년대에는 다른 사람이 변수를 추가해 실험했습니다. <제이콥 모건의 다가올 미래>, <매드 사이언스 북>을 보면 미국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자 알란 잉함(Alan Ingham)이 링겔만 실험을 재현했습니다. 잉함은 실험 참가자 안에 그저 줄을 잡고만 있도록 지시한 동료를 배치했습니다. 실험 대상자은 눈을 가리고 맨 앞에서 잡아당기도록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전혀 힘을 쓰지 않고 줄만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는 함께 잡아당기기로 약속된 사람의 수에 따라 자신의 힘을 조절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태만해지는 거죠.

 

널 어쩌면 좋니...'흡혈박쥐'에게 배운다?!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안 하고 협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자연에서 교훈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흡혈박쥐는 서로 협동하고, 협동하지 않은 개체에는 협동의 대가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행동생태학 표지사진. 출처: 자연과생태
이번에 참고한 행동생태학. 출처: 자연과생태

서울동물원 자료와 자연과생태의 <행동생태학> 책을 참고하면 흡혈박쥐는 무리생활을 합니다. <행동생태학> 책을 보면 흡혈박쥐는 낮에는 쉬고 밤에는 먹이를 찾아 나서는데요. 먹이 찾으러 떠난 성체 중 1/4는 사냥에 실패하고 돌아옵니다. 사냥에 실패한 박쥐들은 다른 박쥐들에게 음식을 구걸합니다. 그러면 흡혈박쥐들은 가족이 아니어도 자신이 구해온 먹이를 나눠준다고 해요.  

 

흡혈박쥐. 출처: Bradypus at wikipedia
흡혈박쥐. 출처: Bradypus at wikipedia

그러면서도 흡혈박쥐들은 이전에 그 박쥐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정도에 따라 돕는 수위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박쥐 혹은 보답했던 박쥐에게는 먹이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거부합니다. 

 

 

흡혈박쥐는 신진대사가 매우 빨라서 사나흘 밤 피를 마시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흡혈박쥐들은 서로 협동해서 서로 사냥한 피를 나눈다는 분석입니다. 인간도 서로를 위해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타인을 돕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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