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기를 생산하려면 연료가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원자력이나 태양열, 풍력발전소에서는 각각 우라늄과 햇빛, 바람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최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계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팀은 ‘열 공명기(thermal resonator)’라는 기계를 제작했습니다. 이 기계는 한 쪽 면 온도가 다른 쪽 면 온도와 차이나는 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14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 기계는 제벡 효과(Seebeck effect)를 이용합니다. 제벡 효과란 서로 다른 금속의 양 끝을 접합해 온도차를 주면 이 온도차에 의해 전자기장이 발생하는 걸 말합니다. 이 효과를 응용하면 낮과 밤의 일교차만으로도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주요 연구자인 마이클 스트라노(Michael Strano)는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허무맹랑한 콘셉트에서 시작됐다"면서 "그냥 책상에 앉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전기를 생산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항상 온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이러한 공기는 무한한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도 열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신소재들을 사용해 전기 발전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방법은 좀 더 효율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거품모양의 발포 금속(metal foam), 그래핀, 특수 왁스 종류인 옥타데칸(octadecane)을 이용해 열 공명기를 제작했습니다. 옥타데칸은 온도차에 따라 고체와 액체로 쉽게 변하면서 열을 방출하고 흡수합니다. 이러한 재료로 만든 열 공명기는 열전도율과 열용량이 최적화 돼 있다고 하네요.
열전도율은 물질의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온도가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열용량은 어떤 물질을 1℃ 상승시키는 데 필요한 열의 양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열 전도율이 높은 금속은 열용량은 낮은데요. 이번에 MIT에서 개발한 소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고 합니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섭씨 10도 정도인 곳에서 이 기계는 350mV의 전압과 1.3mW의 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정도면 배터리나 기타 다른 동력원 없이도 작은 센서나 통신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 기계는 일교차만 있으면 작동하기 때문에 태양열 에너지처럼 날씨나 기타 다른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추후 냉장고나 기타 온도차이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전기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정전이 되면 작동하는 보조 전력으로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