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가 피아노 잘 치는 이유는?
치매 할머니가 피아노 잘 치는 이유는?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8.03.15 10:29
  • 조회수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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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55살 때 진행성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PET 단층 촬영 결과 나라의 뇌는 아밀로이드의 공격을 받고 있었고 MRI를 찍어보았더니

뇌가 쪼그라든 부분이 자그마치 일곱 군데나 됐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몬트리올 인지평가(Montreal Cognitive Assessment)는 30점 만점에 6점밖에 되지 않았고,

가끔은 0까지 떨어졌다. 그녀는 기억을 잃었고, 옷을 입거나 샤워를 할 수도 없었다.

머리를 빗지도 못했고, 혼자 화장실에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 실력은 여전히 훌륭했다"

 

책 <알츠하이머의 종말>에 소개된 한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보통 치매 환자라고 하면 피아노 연주는커녕 간단한 의사소통도 어려울 것 같은 게 상식인데요. 

 

이 환자는 혼자 힘으로 씻을 수도, 옷을 입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피아노 연주 실력은 아주 훌륭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가 다른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도 나타나곤 하는데요. 위 책에 언급된 치매 환자와는 다른 알츠하이머 환자의 피아노 실력을 잠시 감상해보시죠.

 

언뜻 봐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현상인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알츠하이머는 뇌에 필요한 과정이다?!

 

<알츠하이머의 종말>저자 데일 브레드슨은 이러한 사례가 알츠하이머 발병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단 전제가 있는데요. 알츠하이머가 뇌 스스로 생존을 위해 인지기능을 퇴행시키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알츠하이머는 뇌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결과라고?! 출처: 토네이도

 

사람이 젋고 건강할 때는 우리 몸이 뇌 기능 유지를 위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가늠합니다. 이에 맞도록 신경 세포를 제거하거나 새로운 자원으로 대체하는 작용이 활발한데요.

 

1천 조 개에 가까운 시냅스에 에너지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뇌는 투입되는 영양분이나 호르몬이 두뇌 시스템을 지탱하기에 충분한지 아닌지를 판단해 시냅스나 뉴런을 강화하거나 축소시킨다고 합니다.  

 

나이 들면 뇌가 생존을 위해 사소한 기억을 포기하면서 에너지를 아낀다고. 출처: flickr@affen ajlfe

나이가 들면 시냅스의 성장과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영양소 공급이 부족해지는데요. 이렇게 되면 뇌는 이전의 시냅스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전략적으로 규모를 축소한다는 분석입니다. 이 과정에서 '뉴런의 자살'이 활성화되고 뇌의 시냅스가 사라집니다.

 

이른바 '뇌의 축소 작업'은 결국 기억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할당하지 않는 걸 말합니다. 생존에 직결되는 숨 쉬는 법, 체온 조절하는 방법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밤 친구와 있었던 사소한 일은 기억하기를 아예 포기하는 겁니다.

 

새로운 기억을 희생하고, 가장 소중하고 반복되는 일, 가장 좋아하는 취미와 관련된 기술을 선택하는 작용이 알츠하이머라는 거죠.

 

최근 기억부터 사라지는 이유

 

알츠하이머 환자는 최근 기억부터 잃어버립니다. 왜 그럴까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해주는 기관은 '해마'입니다. 해마가 다른 뇌 부위에 비해 알츠하이머 초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가 시작되면 최근 기억부터 지워지는 겁니다.

 

알츠하이머 초기 뇌의 다른 영역은 부피가 줄지 않습니다. 반면 해마의 경우 MRI 촬영을 해보면 크기가 줄어든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알츠하이머 초기에 손상되는 해마. 출처: Wikimedia Commons 

알츠하이머 환자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된 오래된 기억, 말하는 능력, 계산 능력, 쓰기 능력은 그대로 남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들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한 시간 전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여덟 살 때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호흡 같은 핵심적 기능을 통제하는 시냅스는 가장 마지막에 손실됩니다. 그 기능마저 잃어버리면 환자는 사망에 이른다고 하네요. 

 

알츠하이머 왜 걸릴까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 분자가 뇌에 고농도로 축적돼 뉴런 사이의 연결고리를 감소시키고 결국에는 뉴런을 죽게 만드는 방식으로 조금씩 진행됩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뉴런 주위에는 독성 단백질이 뭉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있습니다. 출처: 토네이도

뉴런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는 아밀로이드전구체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이하 APP)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뉴런이 APP를 만들면, 프로테아제라고 부르는 분자 가위가 APP를 자릅니다. APP를 구성하는 695개의 아미노산을 세 개로 자르기도 하고, 눈에 띄는 한 곳만 자르기도 합니다. 

 

APP가 어떻게 잘리느냐에 따라 뉴런이 강화되기도, 제거되기도. 출처: 토네이도

APP의 경우 세 부분으로 자르면 sAPPβ, Jcasp, C31, 아밀로이드 베타 이 네 개의 펩타이드가 만들어집니다. 이 네 가지 펩타이드는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데요. 뇌의 시냅스가 사라지게 하고 확장된 뉴런을 쪼그라들게 만들며 뉴런의 자살을 활성화 합니다.

 

반면 APP가 한 부분만 잘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sAAPα와 αCTF라는 두 개의 펩타이드로 분리되는데요. 이들은 앞서 언급한 펩타이드 네 개와 전혀 반대 특성을 띱니다. 시냅스를 연결하고요, 시냅스가 밖으로 돌출돼 영양을 얻게 해줍니다. 뉴런의 자살도 막아줍니다.

 

알츠하이머 예방·치료, "가능하다"

 

결국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려면 네 개 펩타이드의 생성을 최소화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를 막는 두 개의 펩타이드 생성을 최대화 해야 하는데요. 브레드슨 박사는 여성 호르몬, 남성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인슐린, 비타민D를 비롯해 여러 가지 분자가 APP 수용체와 펩타이드 분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외 수면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도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네요.

 

브레드슨 박사는 암 유발 펩타이드 관리를 위해 만든 맞춤형 생활 수칙 '리코드(ReCODE)'를 10명에게 적용했더니 그 중 아홉 명이 호전됐다고 말합니다. 이 생활 수칙의 목적은 알츠하이머에 걸렸거나 그 전 단계 환자의 인지기능이 후퇴하지 않도록 막는 것인데요.

 

브레드슨 박사가 만든 '리코드' 프로그램. 출처: 토네이도

브레드슨 박사는 치매 예방의 중요한 답으로 생활 습관을 꼽습니다. 특정 영양제를 섭취하거나 식단에 제한을 두는 것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게 가장 중요한 치매 예방책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브레드슨 박사는 이 방법으로 환자들의 증상을 호전시켰다고 합니다. 

 

또 위에서 언급된 개개인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 리코드(ReCODE)를 적극 권장하는데요. 5가지 방법이 치매 예방에 도움 된다고 합니다. 이 5가지 방법이란 인슐린 관리, 염증과 감염 관리, 호르몬과 영양소 공급, 독성물질 제거, 시냅스 재건을 말합니다. 이 5가지 방법을 통해 뇌의 균형을 찾으면 치매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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