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고 실험! 몸 속 원소들을 상품화한다면?!
위험한 사고 실험! 몸 속 원소들을 상품화한다면?!
  • 강지희
  • 승인 2018.04.12 14:00
  • 조회수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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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 사회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하게 변해왔습니다. 이러한 불명확함에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은 사회학적, 과학적, 심리학적(그리고 그 외 다수의) 지식들을 사용해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미래를 예측하는 수많은 저서들과 강연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출처: pixabay)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출처: pixabay

이런 미래를 예측하는 문학 작품 중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요. 그 중 하나(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는 바로 올더스 헉슬리가 1931년에 집필한 '멋진 신세계'입니다. 이 책에서 그리는 미래 세계는 무조건적인 쾌락 추구와 계급 세뇌 교육, 끝없는 소비생활을 통해 체제를 유지시키는 사회인데요.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들 세계의 잘못된 점을 찾지 못한 채 쾌락만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체제를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의 유전자를 검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태어나기 전에 계급을 나눈 후,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약물 투여를 통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반감을 느낄 수 있는 지능을 파괴하고 여러 명으로 복제를 해서 일을 시키는, 생산성을 위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포기했습니다.

 

이 신세계에서 인간이 단지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적 가치를 얻기 위한 도구라고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한 번 같이 읽어 볼까요?

 

Lenina and Henry climbed into their machine and started off. At eight hundred feet Henry slowed down the helicopter screws, and they hung for a minute or two poised above the fading landscape. The forest of Burnham Beeches stretched like a great pool of darkness towards the bright shore of the western sky. Crimson at the horizon, the last of the sunset faded, through orange, upwards into yellow and a pale watery green. Northwards, beyond and above the trees, the Internal and External Secretions factory glared with a fierce electric brilliance from every window of its twenty stories. Beneath them lay the buildings of the Golf Club-the huge Lower Caste barracks and, on the other side of a dividing wall, the smaller houses reserved for Alpha and Beta members. The approaches to the monorail station were black with the ant-like pullulation of lower-caste activity. From under the glass vault a lighted train shot out into the open. Following its southeasterly course across the dark plain their eyes were drawn to the majestic buildings of the Slough Crematorium. For the safety of night-flying planes, its four tall chimneys were flood-lighted and tipped with crimson danger signals. It was a landmark.
             
"Why do the smoke-stacks have those things like balconies around them?" enquired Lenina.
             
"Phosphorus recovery," explained Henry telegraphically. "On their way up the chimney the gases go through four separate treatments. P2O5 used to go right out of circulation every time they cremated some one. Now they recover over ninety-eight per cent of it. More than a kilo and a half per adult corpse. Which makes the best part of four hundred tons of phosphorus every year from England alone." Henry spoke with a happy pride, rejoicing whole-heartedly in the achievement, as though it had been his own. "Fine to think we can go on being socially useful even after we're dead. Making plants grow."
             
Lenina, meanwhile, had turned her eyes away and was looking perpendicularly downwards at the monorail station. "Fine," she agreed. "But queer that Alphas and Betas won't make any more plants grow than those nasty little Gammas and Deltas and Epsilons down there."
         
"All men are physico-chemically equal," said Henry sententiously. "Besides, even Epsilons perform indispensable services."

이 세계의 사람은 죽어서 이름이 아닌 인을 남기고 떠나가는군요. (출처: pixabay)
이 세계의 사람은 죽어서 이름이 아닌 인을 남기고 떠나가는군요. 출처: pixabay

긴 영어 글을 짧게 요약하자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태워서 인을 얻고, 1kg가 조금 넘는 양의 인으로 비료를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화학적으로 동일하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유전자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조금 흥미롭네요.

 

사실 이 방식은 나름대로 경제적 가치가 있습니다. 평범한 성인 남성의 평균 몸무게가 68.6kg이고(남성의 평균 몸무게가 여성의 평균 몸무게보다 무거우니 더 많은 물질들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물질별 경제적 이득의 차이를 좀 더 확실하게 나타내기 위해 성인 남성의 평균 몸무게를 기준으로 선택했습니다), 사람 몸무게의 약 1% 정도가 인이라고 하니 평범한 성인 남성의 몸에는 총 0.686kg의 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약 98%를 회수한다고 하니 총 회수되는 인의 양은 0.67228kg이네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인이 6% 포함된 20kg 비료(그럼 인이 총 1.2kg 포함되어 있겠죠!)의 가격이 35,000원이라고 하는데요. 0.67228kg의 인은 약 10kg의 비료를 만들 수 있으니 총 17,500원어치의 비료를 만들 수 있겠군요. 비료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인, 질소, 칼륨의 값어치가 모두 동일하고, 이들이 비료 가격에 기여하는 모든 요소들이라고 가정하고 한 번 인을 사람 몸에서 추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계산해 봅시다.

 

다시 비료 포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인은 6%, 질소는 14%, 칼륨은 8%가 함유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 17500(6/(6+8+14))=3888.88888......이므로 인을 사람 몸에서 추출해서 비료를 만들 경우, 약 3,889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 비료가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요? (출처: pixabay)
인 비료가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요? 출처: pixabay

그러나 과연 이 방식이 신세계에서 사람의 사체를 이용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일까요? 사람의 몸에 포함된 원소들을 경제적인 상품으로 가공했을 경우의 판매 가격을 계산해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한 번 찾아봅시다.

 

일단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의 비율을 한 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인간 몸의 구성 원소들
인간 몸의 구성 원소들

인간 몸에 포함된 원소들의 종류와 그 비율은 위 그래프와 같습니다. 아까 전 비료를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인도 조금 포함됐네요. 이 외에도 매우 극소량의 칼륨,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다양한 원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는 산소를 처리해 봅시다. 안타깝게도 산소 자체를 상품화하거나 산소 자체를 활용해서 상품을 만드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그러나 산소 분리 비용도 줄이면서 수소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물' 형태로 산소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일단 우리가 가진 수소와 산소로 만들 수 있는 물의 양을 한 번 계산해 봅시다.

 

사람 몸무게는 68.6kg이라고 아까 가정했으니 포함된 산소의 양은 위의 그래프를 참조한다면 45.276kg이군요.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사람 몸 속 수소 양은 6.86kg입니다. 45.276kg의 산소는 총 2829.75몰의 산소라고 할 수 있고, 6.86kg의 수소는 총 6860몰입니다. 물은 산소 하나에 수소 2개가 결합해서 생기는 물질이니 이 모든 산소와 수소로 물을 만든다면 2829.75몰의 물이 만들어지고 수소가 1200.5몰이 남네요.

 

남은 수소에 대한 처리는 나중에 고민해 보도록 하고 일단 2829.75몰, 즉 50.935kg의 물을 생수로 포장해서 팔아보도록 합시다. 초록창 쇼핑 검색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생수의 가격은(가장 무난한 500ml 병 기준으로) 20L에 8,400원입니다. 보통 물의 무게를 1L당 1kg이라고 하니 20kg에 8,400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물은 1kg에 420원이라고 할 수 있고, 50.935kg이면 약 21392원의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까 전 비료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네요.

 

물을 추출해 내면 상당히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겠군요! (출처: pixabay)
물을 추출해 내면 상당히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겠군요! 출처: pixabay

두 번째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원소는 바로 탄소입니다. 탄소를 사람 몸에서 추출해낸다면 탄소 동소체들 중에서 가장 안정한 형태인 흑연으로 추출될 가능성이 높으니(다이아몬드나 풀러렌,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원소 간 밸런스도 안 맞고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물질들이기 때문에 흑연이 추출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흑연으로(가장 원가를 재기 편한) 샤프심을 만든다고 해 봅시다.

 

초록창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가장 많이 팔린 샤프심은 샤프심 12개에 1,300원이더라고요. 샤프심의 무게는 검색해 보니 약 25mg이라고 하네요. 그러면 사프심 0.3kg에 1,300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kg당 약 4,333원이네요. 우리 몸의 18%가 탄소라고 하니 몸에 포함된 탄소의 총 무게는 12.384kg 이겠군요. 그러면 우리 몸의 탄소로 만들 수 있는 샤프심의 총 가격은 53,664(!!!!)원입니다. 인은 물론, 물보다 훨씬 비싸게 팔 수 있겠네요.

 

흑연은.. 비쌌다... (출처: pixabay)
흑연은.. 비쌌다.. 출처: pixabay

이제 세 번째로 많았던, 그리고 물을 만든 후 남겨 두었던 수소 1200.5몰을 처리할 때가 왔습니다. 이 수소를 가장 가성비 좋게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니 '수소수'라는 게 있더라고요. 이 방식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순수한 수소를 이 글에서 판매할 수는 없으니 수소수를 한 번 만들어 보도록 합시다.

 

이 경우에는 (전체 수소수의 가격)-(포함된 물의 가격)이 수소를 추출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되겠군요. 일단 수소수의 가격은 250ml 팩 20개에 24,000원, 즉 5kg에 24,000원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수소의 농도는 1.2ppm이므로 물 10^6mg에 1.2mg의 수소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수소 1200.5몰, 혹은 1200.5g을 전부 포함하고 있는 수소수의 양은 1,000,416kg입니다. 이 만큼의 수소수의 가격은 총 48억 199만 6,800원이고요. 이 중에서 물의 가격을 빼면 43억 8,182만 2,080원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에게 수면 교육법으로 수소수가 몸에 좋다는 생각을 심어둔 뒤 수소수를 생산,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을 것 같네요(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도 없어 보이니...).

 

수소수.. 나름 가성비 좋은 선택인 것 같군요.. 한번 사업을... (출처: pixabay)
수소수.. 나름 가성비 좋은 선택인 것 같군요.. 출처: pixabay

그 다음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물질은 질소입니다. 질소가 들어간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앞에서 인을 활용할 때 만들었던 비료와 액체질소, 과자가 있는데요. 비료를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앞에서 이미 계산했고, 과자에 들어간 질소의 가격은 계산이 매우 어려우므로(과자 봉지 가격에서 포함된 과자의 순수한 가격을 뺴야 하는데 그걸 알 수 없으니...) 액체질소의 가격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매우 비싼 통에 든 제품들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액체질소를 보관하는 통이 단열이 매우 잘돼야 하기 때문에 통의 가격이 비싼 것이지 공기 중에 넘쳐나는 질소의 순수한 가격은 1리터당 500원 정도라고 하네요. 지금 온도가 10도(283K)이고 기압은 1018.6hpa(1.00528004기압)이기 때문에 1리터의 질소는 약 0,043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기상청 자료).

 

액체 질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기화되어 버리면 쓸모는 많이 없겠죠. (출처: pixabay)
액체 질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기화되어 버리면 쓸모는 많이 없겠죠. 출처: pixabay

한편, 몸 안에 들어있는 질소의 총 무게는 2.058kg이고, 이것은 총 0.147몰입니다. 0,147몰의 질소의 1기압 하에서의 부피는 3.42L이고, 가격은 약 1,710원 정도가 되겠네요. 질소는 사람 몸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많이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금전적 이득을 많이 얻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질소 다음으로 사람 몸에 많이 포함된 물질은 바로 칼슘입니다. 칼슘은 다양한 곳(제설용 염화칼슘 등)에 쓰이고 있지만 가장 친숙한(특히 학생들에게) 용도는 바로 탄산칼슘으로 만든 분필일 것 같습니다.

 

분필 가격을 먼저 알아보니 1갑(10개)에 400원이라고 하네요. 분필 1개의 무게를 알아야 사람 몸으로 만들 수 있는 분필의 양을 계산할 것 같은데 분필 1개의 무게를 직접 잴 수도 없고 측정된 수치도 찾을 수 없어서 부피와 밀도로 계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분필의 길이는 약 80mm이고 분필의 지름은 약 9mm이므로 분필의 부피는 약 0.00162L입니다. 분필의 약 98%가 탄산칼슘이라고하니 분필 전체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해서 탄산칼슘의 밀도를 기반으로 분필의 무게를 계산해 보면 (0.00162L*2.711g/ml)*1000ml/L=4.4g 입니다. 이 중 칼슘만의 무게는 1.75g이고요.

 

사람 몸의 약 2%가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사람 몸 속 칼슘은 약 1.372kg입니다.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분필의 갯수는 총 784개이고, 분필 784개의 가격은 31,360원입니다. 하지만 분필 전체 무게의 40%만이 칼슘이므로 칼슘의 가격도 분필의 전체 가격의 40%라고 생각하면 사람 몸에서 칼슘을 추출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은 12,544원입니다. 질소보다는 비싸지만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네요.

 

나중에 ㄱㄱ
몸의 칼슘으로 분필을 만든다고요?! 출처: pixabay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이것 말고도 매우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서 소개하지 않은 원소들은 매우 극소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품화됐을 때의 가격을 구해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네요.

 

현대 사회의 도덕적 기준으로 사람의 몸에 포함된 원소를 가지고 국가적인 사업을 한다든지 물자를 생산하는 것은 당연히 질타받게 될 행위입니다. 물론 사람의 몸을 원소 단위로 분해하는 기술조차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문제지요.

 

근대 이후에 발생한 인권에 대한 개념은 지금까지 점점 발달하는 과학 기술로 인해 인류가 스스로 파멸하는 것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급격하게 변해 갈수록 인권 개념만으로는 발달하는 기술을 제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헉슬리는 아마 이런 현실을 미리 예측하고, 그 현실에 완전히 장악당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멋진 신세계의 모습으로 소설 안에서 표현한 것 같네요. 겉으로는 평화롭고 즐겁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가장 사회에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라고 세뇌당하고, 줄어서도 효율적으로 이용되기 위해 다시 비료라는 공산품으로 변하게 되는 멋진 신세계 속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18학번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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