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당한 로봇이 사람에게 욕을 하며 행패를 부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한 보안업체의 연구결과 로봇도 컴퓨터처럼 해킹에 취약한 부분이있고 이를 악용해 로봇의 말과 행동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보안업체 아이오액티브(IOActive)는 최근 연구를 통해 일본의 IT기업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로봇 '페퍼(Pepper)'와 '나오(NAO)'를 해킹해 랜섬웨어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여기서 잠깐! 랜섬웨어(Ransomware)란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 해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한 뒤 이를 인질 삼아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몸값을 뜻하는 영단어 '랜섬(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입니다.
<로봇도 비트코인을 원한다>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아이오액티브 연구진은 나오를 해킹했는데요. 원래 어린이 성격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나오를 강도처럼 행동하도록 조작했습니다.
아이오액티브에서 공개한 실험 영상에는 나오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다가 연구진이 해킹해 프로그램 설정을 변경하자 갑자기 돌변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나오는 "우리 매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고객을 응대하다 갑자기 "게임을 하고싶군. 나는 해킹됐다. 비트코인이 필요하다"면서 두 주먹을 부딪히는 듯한 동작을 해 보입니다. 그러다가 "나는 비트코인을 사랑한다. 비트코인을 주지 않으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나오는 세계적으로 1만대 정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페퍼는 세계 2,000개 기업에서 2만대 정도를 활용 중이라고 합니다. 이 로봇들은 상업용, 교육용으로 주로 사용되는데요.
이런 친구들이 해킹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는 평가입니다. 나오는 페퍼와 동일한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어 나오에게 가능한 설정 변경은 페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두 로봇은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오디오 데이터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결제 정보 등과 같은 상업용 데이터도 가지고 있어 해킹을 당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옵니다.
실험 영상에서 나오는 "당신은 매우 멍청해 보인다"면서 인간에게 모욕적인 말도 했는데요. 페퍼에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어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액정에 포르노를 재생시켜 공공 장소에서 재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의 운영체제를 장악할 수 있는 취약점을 발견했고 이를 해킹해 로봇을 통제했다고 전합니다. 페퍼는 휴대전화 소매점에서 고객 응대용으로 비치된 경우가 많은데요. 연구진은 이 로봇이 연결돼 있는 공공 wifi 네트워크를 통해 침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로봇들은 한 번 해킹되면 수리에 수 주가 걸릴 뿐 아니라 약 95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해커들이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아이오액티브측은 먼 미래에는 로봇이 수집한 정보를 미끼로 인간의 성욕을 해소시켜주는 섹스 로봇이 등장 할 수 있다면서 해커가 이 로봇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해킹해 인간 주인에게 금품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