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수도꼭지에서 바로 마시거나 정수기를 쓰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를 이용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시판 중인 생수 대부분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브 미디어(Orb Media)>라는 미국의 비영리 보도 매체가 프레도니아 뉴욕주립대 전문 연구팀에게 의뢰한 결과입니다. 연구는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1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생수병은 9개 국가의 19개 지역에서 구입한 259개였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테스트한 생수 브랜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시판 중이지 않은 생수도 있기 때문에 제품명과 브랜드는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Evian (Danone) ▲Nestlé Pure Life (Nestlé) ▲Dasani (Coca-Cola) ▲Aqua (Danone) ▲Aquafina (PepsiCo) ▲Bisleri (Bisleri International) ▲Epura (PepsiCo) ▲Gerolsteiner (Gerolsteiner Brunnen) ▲Minalba (Grupo Edson Queiroz) ▲San Pellegrino (Nestlé) and Wahaha (Hangzhou Wahaha Group)
이웃분들에게 익숙한 제품은 에비앙이나 아쿠아, 브랜드는 네슬과 코카콜라 정도가 보이네요.
결과는 다소 놀랍습니다. 검사 대상의 93%가 넘는 물병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단, 17개를 제외한 모든 생수죠. '네슬 퓨어라이프'라는 제품에서는 리터당 10,000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한 병당 평균 325개꼴입니다.
해당 연구를 보도한 <오브 미디어>는 생수병 안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서, 천체물리학에서 별을 세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말합니다. 플라스틱에 반응하는 형광성 염료를 넣어 현미경으로 사진을 찍은 거죠.
검출된 플라스틱 조각 크기는 아주 작은 적혈구에서 머리카락 굵기에 해당하는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100미크론 또는 0.10밀리미터 크기의 입자의 경우 리터당 10.4개가 검출됐습니다.
플라스틱 왜 들어갔나?
연구진들은 플라스틱 조각이 유입된 경로를 생산 과정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일부 의견이지만 병뚜껑을 여는 상황에서 플라스틱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연구원도 있었습니다. 검출된 플라스틱의 가장 흔한 성분이 병뚜껑과 같은 폴리 프로필렌이라는 부분이란 점을 근거로 한 거죠.
<오브 미디어>가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건 생수병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세계 수돗물 83%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뉴욕 주립대와 미네소타 주립대에 따르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곳은 미국이었습니다. 미국 수돗물 약 94%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가장 적게 검출된 곳은 유럽으로 약 72%의 표본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아일랜드의 공과대학 GMIT(Galway-Mayo Institute of Technology)의 연구진 앤 마리 박사는 <오브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수돗물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대단히 작은 플라스틱에 꾸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번 이번 연구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WHO 대변인은 지난 3월 15일 영국 보도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이 문제가 우려를 낳는 새로운 영역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며 “WHO가 보다 철저한 테스트를 위해 최대한의 증거를 살펴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과학칼럼니스트 김영돈 (zeromoney71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