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는 힘만으로 강유전체 분극 자유롭게 제어"
"누르는 힘만으로 강유전체 분극 자유롭게 제어"
  • 김진솔
  • 승인 2018.03.23 23:00
  • 조회수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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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이 국내 연구진과 함께 물질이 휘어졌을 때 전기장이 발생하는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수평 방향 분극을 제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외부에 전기장을 가해주지 않아도 변전효과를 통해 전기분극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겁니다. 

 

연구논문의 제 1저자인 박성민 연구원은 <이웃집과학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유전체는 특정 온도 밑에서 자발적으로 분극을 갖는 물질을 말합니다."라고 설명하면서 "분극은 전기적으로 플러스 원자와 마이너스 원자가 서로 갈라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내부엔 다양한 소자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 중 많은 소자들은 압전효과로 전기장을 유도합니다. 압전효과는 물질의 크기와 상관없이 외부에서 균일한 힘을 가했을 때, 물질 내부에 전기 분극이 생기면서 전기장이 유도되는 현상을 말하죠.

 

(a)노란색 화살표는 탐침의 이동 방향, 그림 (b)의 수직 방향의 분극의 변화. 출처: IBS
(a)노란색 화살표는 탐침의 이동 방향, 그림 (b)의 수직 방향의 분극의 변화. 출처: IBS

압전효과와 달리 변전효과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변전효과는 물질이 휘어졌을 때 발생하는데 고체에서는 매우 작게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딱딱한 고체에 힘을 가하면 휘어지기보다는 부서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11년 노태원 단장 연구진이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경우, 매우 큰 변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노태원 단장과 박성민 연구원, 숙명여자대학교 양상모 교수는 나노미터 단위에서는 변전효과가 압전효과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강유전체인 비스무스산화철(BiFeO3)을 실험에 적용했습니다. 비스무스산화철은 8가지 방향의 전기적 분극을 가지면서 동시에 자기적 성질과 탄성도를 모두 지녀 최근 차세대 메모리 소자의 신소재로 관심 받고 있는 소재라고 해요.

 

SPM 탐침의 압력을 이용한 비스무스철산화물의 분극 제어. 출처: IBS
SPM 탐침의 압력을 이용한 비스무스철산화물의 분극 제어. 출처: IBS

공동 연구진은 먼저 비스무스산화철을 나노박막 형태로 증착한 뒤, 주사탐침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e, SPM)의 탐침으로 나노박막에 힘을 가하며 박막 내부의 분극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아주 얇고 뾰족한 탐침으로 나노박막을 누르며 움직이면 탐침의 이동방향에 따라 비스무스산화철 내부의 분극 방향(180º , 71º )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죠.

 

연구진은 탐침이 지나가는 방향에 따라 강유전체 내부 분극 방향이 전환되는 현상을 '후행 변전장(Trailing Flexoeletric Field)'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했습니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첸(L. Q. Chen) 교수와 함께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입증하는데 성공했죠.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수평 방향 분극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면서 위-아래 한쪽 방향으로만 제어가 가능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특히, 후행 변전장을 이용한 수평 방향 분극의 선택적 제어는 복잡한 분극 배열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물리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구현하는 실험적 도구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물질 내부의 전하 운반체들의 분포를 변화시켜 다양한 물성을 관찰하는 등 변전 효과의 활용 및 연구 폭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후행 변전장을 이용한 강유전체 분극의 선택적 제어. 출처: IBS
후행 변전장을 이용한 강유전체 분극의 선택적 제어. 출처: IBS

공동 교신 저자인 숙명여대 양상모 교수는 <이웃집과학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이 없더라도 두 개의 구별 가능한 상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의 후보 중에 하나입니다. 기존의 실리콘 기반 D램이 휘발성 메모리인데 반해, 강유전체는 전원이 없어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비휘발성인 것이죠. 이 연구의 핵심은 이러한 강유전체 분극의 방향을 조절함에 있어, 전기장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적 힘을 가했다는 점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습니다.

 

연구 제1저자인 박성민 연구원은 <이웃집과학자>와의 인터뷰에서 "실험에 사용한 물질은 비스무스산화철입니다. 분극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은 8개이며 기존에는 분극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새로 개발한 '후행 변정장' 기술을 이용하면 산화물 내부 분극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재밌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박막 내부에 분극 제거, 전하를 갖고 있는 전하 운반체들의 농도나 위치조절을 통해 물리적 틍성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먼 미래이지만 기계적 힘을 이용한 메모리 소자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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