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맨몸으로 뛰어들면 "이렇게 됩니다"
블랙홀에 맨몸으로 뛰어들면 "이렇게 됩니다"
  • 김동진
  • 승인 2018.03.29 07:10
  • 조회수 4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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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 Tyson)은 "블랙홀에 뛰어드는 것이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멋지게 죽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온몸이 원자 단위로 분해돼 죽을 수 있는 곳이 블랙홀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밝혔는데요.

 

블랙홀은 너무나 특이한 천체입니다. 실체가 무엇인지, 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번쯤 블랙홀을 떠올리며 엉뚱한 상상을 해봄직한데요. 정말 인간이 블랙홀에 맨몸으로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블랙홀이란?

 

우선 블랙홀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갈게요. 책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에 따르면 블랙홀은 질량이 매우 큰 별이 수명이 다해 붕괴되면서 급속히 수축돼 형성되는 천체입니다. 빛도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중력이 강력한데요. 빛이 안 보이다 보니 블랙홀이라고 부릅니다.

 

책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출처: 시공사

블랙홀의 형성 과정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태양보다 10배 이상 큰 별이 있습니다. 

2. 이 별이 자신이 가진 모든 연료를 소진합니다.

3. 별의 중심에서 핵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4. 별은 자신의 중력을 버티지 못해 바깥에서부터 빛의 1/4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5. 별 표면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철로 이루어진 별의 중심을 때리고 다시 표면으로 되돌아가기까지 몇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6. 1,000억개의 별을 가진 은하계 전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며 폭발합니다. 

7.  폭발이 끝나고 남은 부분이 중력 때문에 수축되면서 크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면적인 약 601㎢ 정도로 작지만 어마어마한 질량(태양의 5배)을 가지게 됩니다.

 

이 천체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은 매우 커서 빛의 속도보다 빨라야만 중력권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블랙홀입니다.

 

블랙홀 상상도.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 가운데 부분이 어둡게 보입니다.

 

'사건의 지평선'까지 초속 300,000km로 낙하

 

다시 본론으로 돌아옵시다. 맨몸으로 블랙홀에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인간은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 바깥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블랙홀 안 '사건의 지평선'

참고로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물체는 무인 태양탐사선 헬리오스인데요. 태양 주위에서 태양 중력을 이용해 가속됐을 때 순간 최대 속도가 시속 252,792km를 기록했습니다. 매우 빠르지만 광속의 0.02%정도 밖에 되지 않아 블랙홀을 빠져나올 수는 없습니다.

 

일단 사람이 우주선에서 블랙홀을 향해 발을 떼면 자유낙하를 시작합니다. 블랙홀의 바깥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할 때 쯤이면 초속 300,000km의 빠르기가 되는데요.

 

초속 300,000km로 떨어져도 블랙홀 근처에는 충돌할 물체가 없어 괜찮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빨리 떨어지고 있어도 몸 상태는 괜찮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블랙홀 근처에는 충돌할 만한 물체가 없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인 우주 공간에는 부딪칠 게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수소 원자들인데요.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초속 300,000km로 이동했다가는 이 수소 원자들과 충돌해 몸이 산산조각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블랙홀 주위는 대체로 순수한 진공상태여서 자유낙하 중 수소 원자와 충돌해 죽을 일은 없다는 분석입니다. 수소든 뭐든 이미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을테니까요. 

 

블랙홀에서 바깥을 바라본 풍경

 

만약 중력이 순식간에 증가해 눈깜짝할 사이에 사람을 빨아들이는 소규모 블랙홀이 아니라 중력이 서서히 증가하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라면 살아서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 당신은 블랙홀 바깥 우주선에 있는 동료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시야가 불완전합니다. 모든 것이 뒤틀려 보이지요. 블랙홀 속에서는 당신의 몸뿐 아니라 빛조차 구부러지고 뒤틀리니까요. 작은 구멍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물속에서 물 밖의 세상을 보는 것과 비슷한 이미지 같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몸이 스파게티처럼 늘어난다

 

블랙홀에 가까운 신체부터 빨려듭니다. 쭈욱~ 늘어나는 몸.

블랙홀 중심에 더 가까워지면 급격히 증가하는 중력의 힘 때문에 몸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요. 신체 중에서도 블랙홀에 조금 더 가까운 부위가 멀리 있는 부위보다 더 큰 중력을 받으면서 다른 신체 부위보다 길게 늘어나는 겁니다. 다리가 가깝다면 다리가 늘어나고 상반신이 가깝다면 머리나 어깨가 라면 면발처럼 쭉 늘어나겠죠. 몸을 둥글둥글하게 말고 있어도 블랙홀에 가까운쪽부터 쭈욱 늘어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으아아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모습.
으아아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모습.

블랙홀의 중심으로 갈수록 이러한 힘은 점점 더 커집니다. 몸의 남은 부분까지 계속 찢겨나갈 겁니다. 이 과정은 중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중력 특이점'으로 가는 내내 이어집니다. 온몸이 조각날 때까지 말이죠. 모든 절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맨눈으로 보면 그냥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블랙홀의 중심으로 갈수록 몸이 점점점 찢겨나간다고 합니다. 
블랙홀의 중심으로 갈수록 몸이 점점 찢겨나간다고 합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블랙홀은 몸을 잡아당길 뿐 아니라 수축시키기도 하는데요. 이 힘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의 화학적 결합력을 넘어서면 조각난 몸의 분자들이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블랙홀은 이렇게 우리몸을 원자 상태로 분해해 특이점을 향해 끌어당깁니다. 당신은 블랙홀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원자 상태로 떠돌게 됩니다. 

 

이렇게 원자 상태로 빠져나올지도 모르니 희망을 잃지 마세요~

단, 아직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는데요. 블랙홀이 모든 걸 빨아들이면 어느 순간 에너지가 포화돼 일정 에너지를 토해내지 않을까요? 스티븐 호킹 박사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이라 해도 내부에서 '호킹 방사선'이 새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호킹 박사 주장에 따르면 호킹 방사선은 블랙홀이 완전히 증발할 때까지 계속 방출된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수십억년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당신의 몸 일부가 광자의 형태로 발산돼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블랙홀에 맨몸으로 뛰어들면 몸이 스파게티처럼 늘어난 뒤 조각조각 끊어지고, 원자 혹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로 압축·분해돼 죽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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