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서블·웨어러블 기기를 점점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휘어지는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확확 휘어지면서도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필요합니다.
이런 물질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고체도, 액체도 이용해보며 노력하고 있는데요. 다만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전기가 통하는 이온을 포함한 액체를 쓰자니 형태를 아예 잡지 못하고, 자칫 틈이라도 생기면 새어나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고분자와 이온으로 구성된 고체를 쓰자니 이온전도도가 낮아서 상온에서 쓸만큼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요.
서울시립대학교 문홍철 교수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젤'입니다. 밥상 위의 '묵'을 떠올리시면 편한데요. 상온에서도 전기가 잘 통하는데다, 수 천번 구부려도 성능 저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소자에 비해 제작 과정도 간단하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습니다.
문홍철 교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알려진 이온전도도와 기계적 강도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고성능 고체 전해질을 개발한 것"이라며,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전자피부, 전기화학 디스플레이 등 전기화학반응을 활용하는 모든 전자소자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잘 휘어지는 도체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해질을 뜯어보면 위 그림처럼 엉킨 구조를 띠고 있어, 전하들을 배치할 틀이 되어줍니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결합 세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휘어진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