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정육면체에 가까운 이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치 공깃돌이나 주사위, 초콜릿처럼 생겼는데요. 이 물체는 '변'입니다. 쉬운 우리말로 똥이라고 하지요.
누구의 배설물일까요? 주인공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동물의 이름은 웜뱃(wombat)입니다. 캥거루목 웜뱃과에 속하는데요. 호주 공식 관광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호주에 주로 서식합니다. 웜뱃 중 '애기웜뱃'이라는 종은 '핑키'라는 애칭으로 불린다네요. 웜뱃은 귀엽지만 덩치가 꽤 크고 빠릅니다. 몸길이는 1m가 넘고 몸무게가 20~35kg까지 나가는데요. 성인이 품에 안으면 한아름 팔을 둘러야 할 정도죠.
웜뱃의 달리기 속도는 최대 40km/h라고 합니다. 참고로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 속도가 약 44.7km/h입니다.
캥거루 목인 웜뱃은 배에 새끼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달렸어요. 특이하게도 캥거루와 달리 아기 주머니가 뒤쪽을 바라보고 있어 땅을 팔 때 주머니 입구쪽으로 흙이 튀지 않아요.
웜뱃, 어떻게 큐브 똥 만드나?
네모난 똥이 나오려면 항문이 네모 모양일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의외로 웜뱃의 항문 모양은 평범합니다. 정육면체 똥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항문보다 웜뱃의 긴 소화 과정과 대장의 구조에 있습니다.
웜뱃의 소화과정은 보통 14~18일이 걸립니다. 사람이 길어봐야 10시간 걸리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길죠? 영양소와 물을 흡수하는 긴 소화 과정을 거치며 음식물은 아주 건조하고 단단해집니다. 또한 대장의 첫 부분에는 변을 입방체로 만드는 수평 융기가 들어있어요. 여기서 정육면체 형태가 만들어집니다. 반면 대장의 끝은 비교적 부드럽죠. 따라서 건조하면서도 고도로 압축된 웜뱃의 똥은 정육면체를 유지한 채 항문에 도달한 후 배출됩니다.
왜 큐브 똥을 싸는가?
변 모양 형성 과정이 그렇다고 쳐도,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웜뱃 똥이 이런 모양인 보다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웜뱃은 왜 정육면체 똥을 싸는 걸까' 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동그란 똥보다 정육면체 변을 보면 이점이 뭘까' 바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동물의 배설물은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따라서 다른 개체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밖에 없죠. 동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배설물을 활용합니다. 개처럼 영역 표시에 쓰는 경우도 있고, 고양이는 변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땅에 묻기도 하죠. 웜뱃은 야행성 영역동물입니다. 구르지 않는 똥은 영역 표시에 아주 유용합니다. 웜뱃은 자신의 서식지 밖 바위와 통나무 꼭대기에 똥을 쌓아둡니다.
따라서 다른 웜뱃이 똥을 발견하기 쉽습니다. 바닥이 어느정도 불안정해도 똥이 둥글지 않기 때문에 때문에 자리를 잘 잡고 앉아 있어 영역 표시에 유용합니다.
이밖에 변은 여러 모로 유용한데요. 농사의 거름 뿐 아니라 낙타 똥은 땔감으로 씁니다. <이웃집과학자>에서는 코끼리의 똥으로 만드는 종이를 소개한 적도 있지요.
이제는 똥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만 같은데요. 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