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덕후' 손!
요즘은 듣는 것뿐 아니라 직장이나 학내 밴드 활동을 직접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오늘은 '징징징징~' 심장을 울리는 '전자 기타'의 매력을 디테일하게 파헤쳐봤습니다.
일반 기타를 칠 때는 '딩딩딩' 맑은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일렉트로닉 기타 현을 치면 '지지지징'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요. 이를 '디스토션'이라고 합니다. 기타 연주에서 풍성함을 더해주는 음색이지요.
이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초대되기도 한 록 밴드 '국카스텐'의 '거울' 공연을 잠시 감상해보시죠. 기타 소리에 집중해보시면 이 '디스토션'을 자유롭게 사용해 독특한 음색을 뽐내는 기타리스트의 연주 실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디스토션' 소리의 정확한 실체가 무엇일까요? 이번 기획은 서울대학교 융합기술대학원 석사이자 밴드 '리틀앤'의 이상민 키보디스트 겸 기타리스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렉기타 소리의 정체는?
기타 현 안 쪽에 붙어 있는 장치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픽업'이라는 장치입니다. 픽업은 기타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줍니다. 기타 중에서도 일렉트릭 기타는 '마그네틱 픽업'을 이용합니다.
마그네틱 픽업 내부에는 자석과 코일이 장착돼 있는데요. 따라서 픽업에서 자기장이 발생합니다.
이 자기장 근처에서 쇠 성분의 기타줄이 진동하면 자기장에 영향을 줍니다. 중학교때 배우는 '전자기 유도'에요. 바뀐 자기장은 전기적 신호로 변환됩니다. '마이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건데요.
마이크는 신호를 '소리'로 받는 반면 픽업은 신호를 '진동'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렇게 전환된 신호는 기타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밖으로 나가게 되죠.
기타를 연주할 때는 이런 형태의 전기 신호가 생성됩니다.
'디스토션'은 기타의 신호를 왜곡한것
디스토션은 한 마디로 소리의 신호를 '찌그러뜨려' 나는 소리입니다. 소리를 찌그러뜨린다는 개념이 생소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모든 기기는 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신호의 수준이 있습니다. 만약 이를 넘어서면 신호의 일부를 잃습니다. 소리가 일정한 '사인파'였을 때, 신호 처리 수준을 점점 더 넘어가면 다음 그림처럼 위가 잘리는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점점 '사각파'의 형태가 돼요. 이를 '클리핑'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사인파를 사각파로 변환하며 소리를 비교하는 영상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사각파가 되면서 점점 음색이 '쇳소리'로 바뀌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잘 들어보시면 여러 옥타브의 같은 음이 겹쳐졌다는 점도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내려던 소리 뿐 아니라 진동수가 '수 배'에 달하는 소리들이 함께 나게 됩니다. 그 결과 최대로 처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가면 '쇳소리' 같은 음색이 연출됩니다. 이 소리를 '디스토션'이라고 해요.
디스토션을 넣을지 말지는 '이펙터'라는 장치를 통해 조절하는데요. 이펙터는 기타의 신호를 '증폭'해 클리핑하게 됩니다. 이펙터에 따라 증폭, 클리핑하는 정도와 방법이 다릅니다. 따라서 각각의 이펙터는 다른 음색을 내죠.
공연에서 사용하는 이펙터는 발로 밟을 수 있게 돼 있어 양손을 써야하는 기타리스트들도 편하게 쓸 수 있어요.
이웃님들 '슈게이징'이라는 음악 장르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등의 밴드는 사운드 메이킹에 극도로 신경쓰기 때문에 공연 중 이펙터를 계속 내려다보며 발로 조작합니다. 이 때문에 신발을 본다는 뜻의 '슈게이징'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책 The Guinness Who's Who of Indie and New Wave Music에 따르면 Sound지를 비롯한 영국의 음악 잡지사 등에서 쓰기 시작한 이름이라고 해요.
어쨌거나 이웃님들께서 록 공연을 관람하거나 기타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 '디스토션'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일 수 있다면 이번 기획도 성공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