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는 백설공주를 '에틸렌' 이용해 죽이려 했나
왕비는 백설공주를 '에틸렌' 이용해 죽이려 했나
  • 강지희
  • 승인 2018.05.15 15:35
  • 조회수 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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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는 이번에 필진을 새로 모집했습니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요. 과학 자체를 좋아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작성해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멋진 분들인데요. 이런 점 감안해 학생들의 콘텐츠는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주

 

옛날 옛날, 한 나라에 공주가 태어났습니다. 공주는 뽀얀 피부와 까만 머리카락,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아기 주제에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왕비는 공주를 낳자마자 ‘백설공주’라는 이름만을 지어 준 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슬픈 이야기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왕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외로웠는지 몰라도 재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새 왕비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는 괴상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백설공주의 외모를 의식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왕비의 외모를 세상 모든 사람들과 비교해 주는 (요즘 사물 인터넷 같은 느낌이네요) 마법의 거울이 백설공주보다 왕비가 아름답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왕비는 백설공주를 견제하긴 했어도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융통성 없는 마법의 거울은 왕비보다 백설공주가 아름답다는 진실을 여과없이 전달했고, 그 말에 분노한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백설공주는 무사히 왕비의 손에서 도망쳐 일곱 난쟁이가 사는 작은 집으로 피신했습니다.

 

그러나 곧 왕비에게 백설공주의 거처가 들키게 되었고, 왕비는 백설공주를 암살하기 위해 잡화상으로 변장해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전달했습니다. 이 사과를 아무 의심없이 먹은 순수한 백설공주는 죽게 되고, 공주와 살던 일곱 난쟁이들은 공주를 유리관에 보관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나가던 왕자가 관을 발견했고, 잠든 공주에게 키스를 하자 백설공주가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살아난 백설공주와 왕자는 모든 동화가 다 그렇듯이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다들 아시죠? (출처: pixabay)
백설공주 이야기는 다들 아시죠? 출처: pixabay

이 이야기에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는 백설공주의 모습을 보면, 백설공주는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주는 사과는 빨갛게 익어 있습니다. 분명 백설공주의 고향인 독일에서 빨간 사과가 생산되는 시기는 사과 수확에 관련된 기사가 8월 말에 나오고, 사과 수확에 관련된 축제가 9월에 있는 것으로 보아 8월 말에서 9월 초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때 숲속에서 반팔을 입기에는 조금 춥지 않을까요? 9월 초의 독일은 평소 긴팔을 입어야 될 만큼 쌀쌀하다고 하니까요.

 

빨간 사과가 나오는 가을에 반팔이라니...(출처: pixabay)
빨간 사과가 나오는 가을에 반팔이라니... 출처: pixabay

아무래도 마녀는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9월까지 기다린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빨간 사과는 어디서 구한 걸까요? 물론 한여름에 빨간 사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에틸렌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에틸렌은 C2H4의 화학식을 가진 상온에서 무색의 기체상태로 존재하는 간단한 화합물입니다.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염화수소, 물, 산소 등 다양한 물질과 반응할 수 있습니다. 에틸렌은 1669년 처음 발견되었는데요, 이후 에틸렌이 식물 호르몬의 일종으로써 과일의 성숙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호르몬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식물의 생장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데요. 식물은 씨의 발아, 과일의 성숙 등 생장이 필요한 상황이나 상처 혹은 병원체의 공격을 받는 등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 호르몬을 합성한다고 합니다. 에틸렌의 정확한 작용 방식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에틸렌이 식물 내부에서 생산될 때 메싸이오닌이 구리 이온과 아스코르브산의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폼산, 그리고 에틸렌으로 변하고, 남은 황 원자는 메싸이오닌을 재생하기 위해 S-adenosylmethionine(SAM) 형태를 잠시 거쳐 식물 조직 안에 남겨진다고 합니다.

 

성장을 촉진시키는 에틸렌의 작용 때문에 감귤류나 토마토의 성숙을 촉진시킬때도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작용을 감안한다면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전해 줄 사과를 빠르게 익히기 위해 사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과일의 에틸렌 발생량과 그 영향(출처: http://www.seehint.com/word.asp?no=11744)
여러 과일의 에틸렌 발생량과 그 영향. 출처: http://www.seehint.com/word.asp?no=11744

다음 표의 각 과일의 에틸렌 발생량을 보면 성숙한 키위와 사과, 토마토가 에틸렌을 많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에틸렌을 합성해서 사용하기 쉽지 않았을 듯하니 여러 개의 사과를 같이 보관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빠르게 익혔을 것 같네요. 혹은 토마토나 성숙한 키위와 함께 보관했거나요.

 

사과와 다른 과일을 함께 놓으면 사과의 에틸렌이 다른 과일들의 성숙도 촉진시킨다고 하네요. (출처: pixabay)
사과와 다른 과일을 함께 놓으면 사과의 에틸렌이 다른 과일들의 성숙도 촉진시킨다고 하네요. 출처: pixabay

왕비가 빨간 사과를 만드는 데 에틸렌을 사용했을 거라고 추측되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에틸렌에 있는 마취효과 때문입니다.

 

에틸렌의 마취효과는 1923에 발견되었는데요. 에틸렌은 50년대 초까지 수술실에서 마취제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꽤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폭발 위험성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흡입마취제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에틸렌은 어떤 방식으로 마취 효과를 일으키는 걸까요? 이를 위해 마취제의 원리에 대해 일단 한 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마취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전신마취와 부분마취입니다.

 

먼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을 것이고 원리가 더 많이 밝혀져 있는 부분마취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부분마취는 마취의 대상자가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고 특정 부위의 신경 신호만 차단되어 감각(고통 포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분마취의 원리는 전신마취와 달리 조금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요. 아무래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의식에 관련된 문제가 얽혀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부분마취제는 부분마취제에 포함되어 있는 벤젠 고리가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에 붙어 이를 차단하는데, 이는 신경세포의 역치의 세기를 높여 강한 자극을 가해도 신경세포가 반응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의식은 있지만 특정한 부위의 신경세포만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백설공주에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에틸렌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전신마취의 메커니즘은 아직 잘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사람의 의식의 본질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전신마취는 사람의 의식까지 전부 마비시키는 마취 방식이기 때문에 사람의 의식이 작용하는 방식을 알아야 이것을 차단시키는 원리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전신마취에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이론은 차단설로써 알려져 있습니다. 차단설이란 의식, 감각, 운동, 반사 작용이 차단되어야 완전히 마취가 된 것이라는 woodbridge의 이론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에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수술 도중(혹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되는 순간에)에 의식이 돌아오거나 고통을 느끼거나 무의식적인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의도치 않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조건을 전부 만족시켜 주는 마취제는 아직 없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약물을 활용하는 과정을 거쳐 마취 대상자가 잠시 아무 것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마취 대상자의 심장이 멈추거나 숨이 멈추는 경우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없다고 하니 난쟁이들이 생각이 있었다면 백설공주의 심장이 뛰고 숨을 아직 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백설공주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듯합니다. 물론 현대 사물 인터넷보다 더 성능이 좋아보이는 마법의 거울이 나온다던가 하는 더 정신나간 내용이 많은 이야기니까 이 정도는 일단 넘어가죠.

 

큰 수술을 할 때는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죠. (출처: pixabay)
큰 수술을 할 때는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죠. 출처: pixabay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백설공주는 잠시 죽었다가 왕자의 키스로 다시 살아나게 되지요. 하지만 여러 동화 속에서 클리셰로 사용되는 왕자의 키스는 사람을 살리는 능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백설공주가 죽은 듯 누워 있었던 이유는 잠시 마취로 인해 기절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당시의 장례식 기간은 이틀 정도였고 그 이후에도 계속 누워 있었다고 하니 목에 걸린 사과 조각이 방출하는 에틸렌이 계속 백설공주를 기절시켰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래서 사과조각이 목에서 빠져나온 후 마취에서 깨어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에틸렌의 마취효과가 사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뭐 애초에 목에 걸린 사과 조각이 사람 하나를 오래 죽은 듯이 기절시킬 가능성도 없다시피 하니 이 문제에 대해서도 넘어가도록 합시다. 어차피 동화니까요.

 

그렇게 백설공주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출처: pixabay)
그렇게 백설공주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출처: pixabay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18학번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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