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거대 동굴 블루홀 "위험한 매력"
바닷속 거대 동굴 블루홀 "위험한 매력"
  • 김진솔
  • 승인 2018.05.15 15:13
  • 조회수 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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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환상적인 지형이 많습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나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지형, 제주도의 성산일출봉까지 자연이 빚은 장관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인데요. 지금부터 '바닷속' 놀라운 지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환상적인 바닷속 동굴, 바로 '블루홀' 입니다.

 

지구의 구멍, 블루홀

 

그레이트 블루홀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레이트 블루홀. 출처: wikimedia commons

사진으로만 봐도 빨려들어갈 것 같죠? 중앙아메리카 벨리즈 해안에 있는 그레이트 블루홀의 사진입니다. 세계에는 그레이트 블루홀 뿐 아니라 이집트 다합, 바하마의 딘블루홀 등 다른 블루홀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남중국해에서 세계 최고 깊이 블루홀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이때 발견된 블루홀의 깊이는 자그마치 300m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가장 깊은 블루홀이었던 바하마의 딘즈 블루홀(203m)을 뛰어넘었어요.

 

블루홀 색깔이 급격히 짙어지는 이유는 느낌 그대로 급격하게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프리다이버 기욤 네리는 바하마의 딘즈 블루홀에 뛰어드는 영상을 본인의 유튜브에 올렸는데요. 이 장면을 보면 좀 더 생생하게 깊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없이 잠수하는 다이빙의 종류입니다.

 

블루홀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기욤 네리 출처: 유튜브/Guillaume Néry
블루홀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기욤 네리. 출처: 유튜브/Guillaume Néry

참고로 이미 온 몸이 물 속에 들어가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하강!

 

하강!
하강! 출처: 유튜브/Guillaume Néry

이날 기욤 네리는 113m 지점을 딛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바하마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딘즈 블루홀의 총 깊이는 203m라고 하네요. 영상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Guillaume Nery base jumping at Dean's Blue Hole, filmed on breath hold by Julie Gautier

 

블루홀은 수직으로만 파인 구조가 아니다

 

블루홀의 구조는 일자로 쭉 파인 구멍이 아니고, 양 옆으로도 뻗어나가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바하마의 가디언 블루홀의 경우 아예 두더지 집처럼 옆으로 나 있습니다.

 

가디언 블루홀 출처: Cavebiology
가디언 블루홀. 출처: Cavebiology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 걸까요? 바하마동굴연구재단(Bahamas Caves Research Foundation)에서는 이를 '카르스트(Karst)' 지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카르스트 지형이란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3)이 지하수에 녹으면서 생기는 다양한 지형과 구조를 총칭합니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동굴뿐 아니라 지반의 약화로 인한 싱크홀 등 다양한 구조를 만듭니다. 

 

텍사스 A&M의 박사 Thomas M. Iliffe는 바하마와 버뮤다 지역의 해양동굴들을 전문으로 연구합니다. 그의 홈페이지 Cavebiology 내용에 따르면, 블루홀은 석회암 지역 침식으로 생긴 싱크홀이 지각 변동으로 인해 잠긴 지형입니다. 그래서 블루홀도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된 거죠.

 

카르스트 지형 출처: 한국지리 교과서(금성출판사)
카르스트 지형. 출처: 한국지리 교과서(금성출판사)

동굴 천장에 구멍이 뚫려 지표와 연결된 모양이죠? 이런 싱크홀이 형성된 지역에 지각변동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싱크홀과 동굴 구조 안으로 바닷물이 채워지며 '블루홀'이 형성되는 거죠.

 

블루홀 내부에는 다양한 구조물들을 볼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에서는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종유석, 석순 같은 구조가 선명히 보이죠.

 

웨슬리 C. 스카일스의 그레이트블루홀 파노라마 사진 출처: National geography
웨슬리 C. 스카일스의 그레이트블루홀 파노라마 사진. 출처: National geography

바닷속에 있는 역동적인 구조물, 감탄할 수밖에 없겠네요. 참고로 이런 구조물 사진을 찍는 건 상당히 위험한 도전입니다. 위 사진은 웨슬리 C. 스카일스가 찍은 파노라마 사진으로, <National Geography>에 실린 사진입니다.

 

상당히 위험해보이지만 그만큼 신기하네요 출처:
상당히 위험해보이지만 그만큼 신기하네요. 출처: National geography

가운데 잠수부만 지우면 마치 일반적인 석회동굴과 비슷한 구조에요.

 

블루홀에서 전해진 생생한 비극

 

블루홀은 환상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측면도 있습니다. 바닷속에서는 작은 실수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죠. 블루홀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이집트의 다합에 있는 블루홀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집트 다합에 있는 블루홀에서는 2000년 4월 28일 다이빙 강사였던 유리 립스키의 사망사고가 있었는데요. 당시 유리 립스키가 촬영했던 헬멧카메라 영상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아래의 링크는 해당 영상을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장면입니다.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수중카메라 특성에 따른 붉은 색감과 빠르게 가라앉는 장면, 그리고 전문가들의 말 자체로 충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등은 시청을 삼가주세요.

 

Fatal Diving Accident Caught on Tape

 

유리 립스키의 영상을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어느 시점부터 유리 립스키가 '혼자' 다이빙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다이빙 강사였기 때문에 혼자라도 괜찮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 같다'고도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다이빙을 할 때는 반드시 짝, 또는 그룹을 지어 다녀야 합니다.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다이빙 용어로 '버디'라고 하는데요.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곧 그는, 통제 불가 상태로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듯 하강합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모래의 속도, 그리고 바닥에 도달한 시간 정도를 보았을 때 그는 분당 30m의 속도로 하강했다고 합니다.

 

하나의 일반 공기통을 비롯해 40m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던 유리 립스키가 영상의 마지막 순간 손목의 다이빙컴퓨터로 91m라는 수치를 확인했을 때 느꼈을 공포는 감히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흐리지만, 91.6이라는 숫자가 보여요.
흐리지만, 91.6이라는 숫자가 보여요. 출처: 유튜브/skoant

'타렉 오마르'라는 이집트의 테크니컬 다이버가 다음날 그를 구조했는데요. 해저 115m지점에서 시신을 발견됐다고 해요. 그는 2016년 10월 20일 이집트 <카이로 씬>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회상했습니다. 그는 유리 립스키가 죽기 전 두 번 만난 적이 있다며, 유리 립스키에게 무모한 다이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그는 다이빙을 강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유리 립스키가 사망한 다합의 블루홀은 '다이버들의 무덤'이라고도 불립니다. 수많은 다이버들이 다합에서 운명을 달리했죠. 다합의 해변에는 그들을 위한 비석이 있습니다.

 

다합 블루홀 인근의 사망한 다이버들을 기리는 현판들. 출처: Wikimedia commons
다합 블루홀 인근의 사망한 다이버들을 기리는 현판들. 출처: Wikimedia commons

검정 테두리의 흰 현판에는 유리 립스키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유튜브에는 수심 112m인 다합 블루홀의 바닥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모래에 덮여 마치 미라처럼 보이는데요. 이 다이빙은 다합의 TDI 강사 Andrey Chistyakov가 주도한 다이빙입니다. Dead diver, Blue Hole, Dahab. Depth 112m(367feet)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블루홀의 치명적 매력

 

일반적인 '펀다이빙' 즉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으로는 40m까지만 내려갈 수 있습니다. 국내 다이빙업체 인투더씨다이브의 오형근 대표에 따르면, "40m 이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가지고 다니는 다른 안전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는 이어 "입수하는 수심에 따라 공기통에 들어가는 기체의 비율을 바꿔야 하며, 공기통도 하나 이상, 호흡기도 하나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기통도 일반적인 공기통이 아니고 trimix라고 부르는 산소, 질소, 헬륨의 조합으로 만든 공기탱크가 필요합니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산소중독과 질소마취의 부담이 높아지므로 헬륨의 비율이 높아지는데요. 전문 이론을 배우고 훈련한 다이버들만 즐길 수 있는 매우 난이도 있는 다이빙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블루홀과 같은 해저지형 다이빙은 무슨 매력이 있을까요? 오형근 대표는 "바닷속 동굴은 천장이 막힌 환경에서의 다이빙이어서 또 다른 재미와 탐험의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바다 속은 물속 생물을 보러 간다면, 블루홀 같은 해저동굴은 석회동굴의 구조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특별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거죠.
 

아치를 지나가는 다이버 출처: Tommi Salminen
아치를 지나가는 다이버. 출처: Tommi Salminen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있는 곳이 앞서 말씀드린 이집트 다합인데요. 다합에 있는 블루홀은 '아치'라는 구조가 유명합니다. 수심 53m에 있는 거대한 해저 바위 구멍이 아치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인데요. 산호로 덮인 바위 동굴 너머로 보이는 선명한 푸른색의 바다는 다이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다합, 아치의 크기 출처: johnny africa
아치의 구조, 크기가 거대하죠? 출처: johnny africa

그러나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조금만 더 가도 되지 않을까?' 혹은 '조금 더 머물러도 되지 않을까?' 혹은 '이런 구조를 지나가는 훈련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냥 하던대로 가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마음을 먹게 되면 사고가 발생합니다. 유리 립스키를 구했던 다이브 타렉 오마르는 인터뷰 중 "무지가 그들을 죽인다"는 말을 했죠. 

 

오형근 대표는 이곳에서의 안전 사고와 관련해 "수심에 따라서 혼합 기체의 비율을 잘 계획하고 충분한 훈련이 있는 다이버라면 위험요소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그런 능력이 없는 다이버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닷속 아름다운 블루홀, 다이버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를 알 것만 같은데요.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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