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를 교과 과정처럼 배운다면?!
'배그'를 교과 과정처럼 배운다면?!
  • 김진솔
  • 승인 2018.05.18 16:27
  • 조회수 72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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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많은 이웃님들이 시험 기간 불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하신 적 있을 텐데요. 그럴 때 한 번 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아 공부 대신 게임으로 대학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정해봤습니다.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빛나는 서바이벌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오늘날 학교에서 배워본다고 가정해보죠. 하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 가능한 게임을 '학교 교과 과정 배우듯' 접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두근두근 배그학교

 

엄마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출처: 배틀그라운드 공식페이스북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출처: 배틀그라운드 공식 페이스북

 

그래, 오늘은 월요일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며 학교에 갑니다. 이게 웬걸. 첫 시간은 지리입니다. 지리는 플레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의 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수업이죠. 칠판에는 '에란겔의 지도'가 그러져 있네요. 오늘은 '차고집'의 위치를 배웁니다. 네? 차가 없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요? 원래 현장과 이론은 괴리가 있기 마련이죠. 아무튼 '노보로트노예'의 차고집과 '게오르고폴'의 차고집을 글로 외우고 익혔습니다. 어디냐고요? 아, 노보랑 강남, 강북이요. '교과서대로' 하는 시간이니까요. 여기선 '한국이면 밀베 포친키(에디터 주-게임 지명입니다) 가야지' 이런 이야기는 안 통합니다.

 

두 번째 시간은 총기의 파츠를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조준경이네요. '레드 도트 사이트'와 '홀로그램 조준기'의 차이에 대해 A4용지 넉장 분량의 필기를 열심히 따라 적고 있습니다. 시험에 나온다고 하니까 열심히 듣고 필기해야죠. 네? 취향차 아니냐고요? 아이 참, 그럼 시험을 볼 수 없잖아요. 그리고 사실 아직 진도가 권총까지 밖에 안 나가서 '홀로그램 조준기'는 그냥 줍지 마세요. 옆에 카구팔(Kar98k)은 왜 안 줍냐고요? 어휴, 지금 진도는 권총까지라니까요.

 

'기본'이라는 이름의 똥템! 출처: 배틀그라운드
'기본'이라는 이름의 똥템! 출처: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밀밭에서 엎드려 기어 다니기의 다양한 동작을 외웁니다. 50분 정도 걸렸네요. 다음으로 총 소리 듣고 방향 계산하기 50분. 무슨 공식을 이렇게 많이 적용하는 걸까요. 잠시 쉬는 시간에는 견습용 3인용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를 돌아다닙니다. 3인용 오토바이 의문사율 제로에 도전하는 학교 거든요.

 

이걸 오십분! 출처: 배틀그라운드
이걸 50분! 출처: 배틀그라운드

마지막 시간엔 오랜만에 컴퓨터가 아닌 펜을 잡았습니다. 탄도학 이론 시간이거든요. 이렇게까지 문제를 풀어가면서 적을 맞춰야 하나 고민이 되는 시점입니다. 이거 계산할 때 적은 도망가거나 절 쏘겠지만 말이죠. 절대로 어림잡아서 쏴서는 안 됩니다. 수업이니까요.

 

뭔 여기에 포물선함수를 쓰라고... 출처: fotolia
여기에 뭔 포물선함수를 쓰라고... 출처: fotolia

수업이 끝나고 야간 자습시간입니다. 이제 맘껏 게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뇨. 앞에서 배운 걸 복습해야 합니다. '노보로트노예'에서 차고를 발견하고, 권총만 주워야 하고, 밀밭에서 열심히 기는 동작을 외우며 마지막으로 계산을 통해 정확하게 샷을 쏘는 계산을 꾸준하게 반복해야 하죠. 이쯤되면 드는 생각. 그냥 게임은 게임대로 즐기면 안 될까요?

 

이겼닭!을 위해 밥도 못먹고... 출처: 홍정기 이웃님
이겼닭! 좀 보고싶닭!... 출처: 홍정기 이웃님

막상 서바이벌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쟁취할 수 있는 문구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을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네요. 게임을 할 시간도 없고, 수업을 들을수록 오히려 실력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놈의 닭은 친구들끼리 농담으로나 써요. 

 

상상만 했을 뿐인데 참 피곤하네요. 배틀그라운드가 이렇게 꼴 보기 싫어진 적은 처음이에요. 배그 얘기를 하는데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게임을 공부로 만들지말고, 공부를 게임처럼 만들 순 없을까?

 

즐거운 서바이벌 게임 배틀그라운드도 대한민국 정규 교과 과정처럼 배운다면 과연 제대로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혹시 '배그'를 '수업처럼' 하는게 아니라 '수업'을 '배그처럼' 할 순 없을까요?

 

책 <뇌를 해방하라>에서는 '덕질에도 배움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놀이라는 건 종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퍼져있는 학습법이라고 해요. 유인원 뿐 아니라 까치, 돌고래 등 머리가 좋은 축의 동물들은 모두 놀면서 배웁니다. 놀이는 진입 장벽은 낮추고 퇴출 장벽은 높입니다. '재밌는 게임'을 얘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요소이기도 하죠. 놀이는 모든 종류의 가르침에 이상적인 구조를 제시합니다. 과거 우리는 '소꿉 장난'으로 사회성을 배우고, '땅따먹기'로 뜀뛰기와 균형 감각을 배웠거든요.

 

뇌를 해방하라

뇌를 해방하라

이드리스 아베르칸 저/이세진

어떻게 하면 갇혀 있는 우리의 능력을 풀려나게 할 수 있을까? 이십대에 세 개의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이자 프랑스의 인지신경과학자인 이드리스 아베르칸은 뇌를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무거운 물건이라도 손잡이가 달려 있으면 쉽게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듯이, 뇌를 사용할 때에도 손잡이가 달려 있으면 어려운 문제를 가볍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 뇌의 잠금장치를 풀 수 있을까? 지적 능력을 확대시키는 방법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은...

 

 
 
 
 
 
 
 
 
 
집중도 집중할만해야 할수있다냥~ 출처: pixabay
집중도 집중할만 해야 할 수 있다냥~ 출처: pixabay

지식이란 주의력 곱하기 시간

 

<뇌를 해방하라>의 저자는 '지식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지식을 경제적으로 표현하면,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지식’φ(k)’의 양은 주의력'A' 곱하기 시간't'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으로도 쓸 수 있어요.

 

교환된 지식의 양! 출처: 뇌를해방하라
교환된 지식의 양! 출처: 뇌를해방하라

 

미국의 경제학자 벡과 데이븐포트가 주의력, 즉 관심의 경제학이 있다는걸 밝힌 바에 따른 것이죠. 사람들은 지식을 뇌로 넣기 위해 주의력A와 시간t를 지불해야 한다는 거에요. 여기서 교육자는 '마케터'가 되어야 합니다. 마케팅에 공을 들여 소비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지식 구매욕'을 최대화 해야한다는 거죠. 이를 '지식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지식 마케팅이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요? 성공한 게임처럼 되는거죠! 게임은 At, 주의력과 시간 모두를 기막히게 잡아내는 분야입니다. 어떤 사람이 학교 생활 내내 쏟는 관심과 시간보다 월드컵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는 경우는 흔하죠. 이 책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인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700만년이 넘는 시간을 부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사육’은 그만

 

사람사육을 멈춰주세요! 출처: 뇌를해방하라
인간 사육을 멈춰주세요! 출처: 뇌를해방하라

워크래프트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기획에 최선을 다합니다.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교과 과정에서의 커리큘럼과 같은데요. 워크래프트와는 달리 실제 제도권 학교 커리큘럼의 핵심은 지식의 전달에 핵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학생의 주의력은 상대적으로 천대받습니다. 그리고 이를 '개인의 집중력 문제'로 가져가죠.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학교에서는 학생의 뇌를 의존적이고 순응적으로 만들고자 하고, 순응적인 학생에게 '사육하듯' 많은 지식을 주기적으로 쏟아 넣습니다. 

 

호불호가 가장 심하게 갈리는 과목이 '수학'이지 않나 싶은데요. 많은 사람에게 수학, 특히 수학의 '첫인상'은 갑갑하기만 합니다.

 

수학먹기 냠냠 출처: 뇌를해방하라
수학...♡ 출처: 뇌를해방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수학을 배우는 건 그다지 재미가 없죠.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뜻하는 '수포자'는 전세계 어딜 가도 있을 겁니다. 음식은 재료를 맛있게 요리해서 배고플 때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뇌에 수학을 넣을 때는 맛있는 요리와 때를 찾아야 하는데, 마치 거위에게 먹이를 꾸역꾸역 먹여 비대해진 거위 간을 얻는 모양으로 지식을 넣고 있죠.

 

저자는 인간의 뇌에게 학교를 닮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학교가 인간의 뇌를 닮게 하라고 말하며 이를 진정한 '뉴로네상스(뉴런+르네상스)'라고 말합니다. 책에서는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요. 지식의 능률을 추구하며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것보다 지식이 행복을 가져다 주도록 하는 것, 바로 '뉴로네상스'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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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찬 2018-05-22 22:34:25
한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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