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상태가 색깔 이미지로 나타나?!
감정 상태가 색깔 이미지로 나타나?!
  • 강지희
  • 승인 2018.06.19 13:39
  • 조회수 777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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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는 이번에 필진을 새로 모집했습니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요. 과학 자체를 좋아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작성해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멋진 분들인데요. 이런 점 감안해 학생들의 콘텐츠는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서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음악을 들려 줬을 때 강아지의 감정 상태 변화를 관찰한 적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여러 종류의 음악을 들려 주었을 때 강아지들은 음악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요.

 

강아지들은 자신의 심장 박동수(80bpm)와 비슷한 bpm 수를 가진 음악인 레게 음악을 들었을 때 가장 정서적으로 안정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점은 k-pop이나 팝송 등의 음악도 80bpm의 속도로 틀면 강아지들이 안정된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것입니다. 한 번 장비가 갖춰진다면 실험해 보고 싶네요.

 

그런데 강아지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강아지들의 정서 변화는 어떻게 측정한 걸까요?

 

개들은 음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개들은 음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출처: SBS 동물농장 갈무리

프로그램 화면을 잘 살펴보면 화면 속 강아지 주변에는 강아지의 정서적인 반응에 따라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 보라색 등의 색깔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강아지의 몸에는 작은 기계가 부착되어 있고요. 처음에는 이 화면이 사이비 과학에서 말하는 '오라' 같은 것을 표현한 건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03년 러시아에서 개발된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을 활용한 장면이었더라고요.

 

강아지 주변의 이 초록색 오라는 무엇일까요? (캡처 출처: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00000010171&pgm_build_id=12&pgm_mnu_id=4037&contNo=22000276985)
강아지 주변의 이 초록색 오라는 무엇일까요? 출처: SBS 동물농장 갈무리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은 자율 신경계는 물론, 심혈관계와 호흡계에도 영향을 끼치는 전정기관의 감정반사(VER, Vestibular Emotional Refle)를 기반으로 사람의 감정상태를 측정합니다. 기존에 표정, 제스처 등의 검증되지 않은 생리 현상을 이용했던 거짓말 탐지기보다 좀 더 정확하게 감정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의 접촉식이었던 거짓말 탐지기와는 달리 비접촉식으로 검사를 해서 인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하네요.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아도 영상으로 감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캡처 출처: http://www.vibrasystem.co.kr/product/sub21.asp?idx=5)
사람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아도 영상으로 감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출처: vibrasystem

그렇다면 이 기술은 정확히 어떤 원리를 이용하는 걸까요?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에 사용되는 VER, VOR,(Vestibulo-Ocular Reflex) 개념, 대칭성(Symmetry) 개념 등은 모두 전정기관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전정기관은 귀의 가장 안쪽(내이)에 위치해 있는 기관으로, 머리의 선형 가속도와 회전 운동을 감지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림프액과 다양한 크기의 돌이 들어 있는 원형과 타원형의 주머니로 이루어져 있고, 이 돌과 림프액이 주머니 안에서 움직이면서 운동을 감지합니다.

 

귀의 구조 (캡처 출처: http://study.zum.com/book/14578)
귀의 구조. 출처: study.zum.com

먼저, VOR은 머리 움직임의 반대 방향으로 눈을 움직여서 눈에 보이는 영상을 안정화시키는 반사적인 움직임입니다. 이 움직임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영상이 안정화되지 못해서 또렷한 상을 얻기 힘들지만 이 움직임 때문에 머리를 빠르게 돌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어떤 기준(바라보고 있는 사물의 초점이 망막 중심에 위치하는 곳)을 중심으로 눈이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몸의 움직임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칭성 개념은 머리의 자연스럽지 않은 움직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규칙적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머리의 움직임 외의 다른 움직임은 수직적 중심을 가지고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부자연스러운 머리의 움직임을 판단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대칭성 개념과 VOR를 바탕으로 측정된 전정기관으로 인한 머리의 움직임은 사람의 감정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전정기관의 시스템이 감각기관과 자율신경계의 시스템을 포함한 사람의 몸 전체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감각기관은 자극의 종류, 강도, 위치, 지속되는 기간을 받아들이고, 전정기관은 이 자극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전정기관은 전신의 상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특정 자극이 주어졌을 때 사람의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자극에 대한 사람의 반응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서 디지털 화소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해서 감정 상태를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바이브라이미지의 색은 진동수, 크기는 진폭과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진동수와 진폭이 크다면 머리를 많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은 강아지의 음악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 외에도 거짓말 탐지기를 대체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경찰은 2010년에 이 기술을 도입했고, 2013년 기준으로 기존 거짓말탐지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거짓말을 좀 더 정확하게 탐지하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네요. 거짓말 탐지기의 대용으로 사용될 만큼 이 기술의 정확도는 나름대로 중요한 문제인데요, 기존 거짓말탐지기와 결과를 비교했을 때 83% 정도 일치하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합니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피검사자만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사람의 심리를 신체변화를 이용하여 설명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과학자와 심리학자가 시도해 왔던 일입니다. 그만큼 사람의 몸 상태는 감정과 매우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겠지요.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한 여부, 상대의 감정상태 등을 파악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굳이 말로 전부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상대를 배려하거나 의중을 파악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으로 상대의 감정을 전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에 소개한 바이브라 이미지 기술처럼 기술의 도움을 받아 타인의 마음을 더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항상 타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이런 기술들이 발전할수록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타인을 속이는 사람들이 줄어들 거라는 기대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참고자료##

 

-바이브라이미지 기술을 이용한 진술기반 거짓말탐지방법
Testimonial Analyze with Vibraimage Technology 최진관, 정석화, 한지수, 황성택, 이재석, 2015/4

-Application of Vibraimage Technology and System for Analysis of Motor Activity and Study of Functional State of the Human Body V. A. Minkin1 and N. N. Nikolaenko, 2008/3

-YTN 사이언스 [과학수사의 세계] 바이브라이미지, 2013/11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18학번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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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2018-08-24 17:57:05
흥미로워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첫번째 등장한 vesribulo-ocular reflex에서 x가 빠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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