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 '경첩운동'으로 진화했다?!
단백질 , '경첩운동'으로 진화했다?!
  • 김진솔
  • 승인 2018.06.04 10:42
  • 조회수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물이지만,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단백질인데요. 체내 단백질들은 접히면서 기능을 수행하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고 합니다. 지구 초창기에는 단백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뻣뻣했다고 하는데요. 과학자들은 수십억년 진화의 산물인 생명체의 복잡한 작동이 단백질 진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해요. 따라서 단백질의 기능 진화는 생명체 출현의 비밀을 풀 열쇠인 셈이죠.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단백질의 접힘 '경첩운동'을 통해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츠비 틀루스티 그룹리더는 미국과 스위스 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단백질의 기능이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모형을 제시했어요. 공동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유전자가 단백질 기능에 필요한 경첩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띠(shear band)를 만들어낸다는 가설을 美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단백질의 1차, 2차, 3차, 4차 구조

 

단백질은 수 많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인데요.

 

체내 아미노산 출처: wikimediacommons
체내 아미노산. 출처: wikimedia commons

보시면 아미노산의 크기도 다르고, 아미노산을 이루는 원자들도 다릅니다. 단백질의 구조는 각각의 아미노산이 전하를 띠는지, 극성인지 무극성인지 등등에 따라 결정돼요. 이에 따라 기존 연구자들은 단백질 기능을 분석할 때,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구조에 주목했어요. DNA에 담긴 유전정보가 아미노산 순서를 결정하고, 아미노산 사슬이 뭉쳐 단백질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단백질의 구조를 우리 적혈구 속 산소운반분자인 '헤모글로빈'을 예시로 알려드릴게요!

 

단백질의 1, 2, 3, 4차구조 출처: WIkimedia commons
단백질의 1, 2, 3, 4차 구조. 출처: WIkimedia commons

 

1) 아미노산 서열을 '1차 구조(primary structure)'라고 합니다. 위 그림의 (a)가 1차 구조인데요. 아미노산이 줄줄 늘어서 있는 게 보이시죠? 분자들은 극성은 극성끼리, 무극성은 무극성끼리 붙는 걸 좋아하는데요. 1차 구조에서는 아직 아미노산 구조로 인한 상호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요.

 

2) 빙글빙글? 쭉쭉? '2차 구조'를 볼까요? 위 그림의 (b)가 2차 구조입니다. 아미노산이 바로 근처에 있는 아미노산들과 상호작용하는 경우를 본 건데요.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꼬이는 걸 알파 나선, 그리고 지그재그로 배치돼 빳빳한 리본처럼 구조가 잡히는 경우를 베타 병풍 구조라고 합니다.

 

3) 멀리있는 것들끼리 붙고 떨어지고, 이제 진짜 3차원 '구조'를 봅니다. 3차 구조! 단백질이 드디어 '형태'를 갖춥니다. 단백질의 역할에 따라 원형일지, 가지가 달렸을지, 통로일지 등등 필요한 모양이 있겠죠?

 

이를 위해 멀리있는 아미노산과 붙거나 떨어지면서 구조를 만듭니다. 이를 3차 구조라고 해요. 위 그림의 (c)인데요. 이 구조는 흡사 야구 글러브 같기도 합니다. 글러브 안쪽, 가운데 있는 Heme unit 보이시죠? 저기에 산소 분자를 붙여 가지고 다닌답니다.

 

4) 다른 덩어리끼리 붙어서 한덩어리가 된 '4차 구조'는 이렇습니다. 3차 구조가 여러 개 붙어 다니는 걸 한 단계 더 높은 '4차 구조'로 구분합니다. 헤모글로빈의 경우 3차 구조 4개가 붙어있는 것, 보이시나요?

 

단백질의 '경첩운동'

 

단백질이 기능할 때 '경첩운동'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다시 한 번 짚어드리면 경첩운동이란 단백질이 크게 뒤틀리거나 경첩처럼 접히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접혔다 폈다 하는 인테그린! 출처: Inner life of cell
접혔다 폈다 인테그린! 출처: Inner life of cell

'세포 하나'에서 펼쳐지는 '영화 같은 세상'


경첩운동을 하려면 단백질의 '가운데' 부분이 유연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진은 이 유연한 띠의 발달 정도를 진화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초기 단백질은 경첩운동을 할 수 없었거든요.

 

가운데 유연한 띠가 경첩운동의 핵심!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가운데 유연한 띠가 경첩운동의 핵심!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초기 단백질은 단단한 무극성 아미노산 결합으로만 이뤄져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경첩 운동이 불가능했죠. 그러나 세대를 거듭하면서 단백질의 무극성 아미노산 일부가 극성 아미노산으로 변형되는 돌연변이가 나타났어요. 비교적 약한 결합을 하는 극성 아미노산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진화를 거치면서 단백질 중심은 극성 아미노산으로 점차 바뀌었습니다. 극성 아미노산이 유연한 띠를 이루면서, 경첩운동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단백질이 기능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번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아미노산의 구조를 중심으로 작업하지 않았습니다. 각각의 아미노산 구조보다 큰 틀을 더 보기 위해 연구진은 200여개의 아미노산을 극성과 무극성, 두 종류로 단순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초기에는 무극성 아미노산으로만 이뤄진 기능 없는 단백질에서 시작해 한 세대에 하나씩 돌연변이가 나타나도록 시뮬레이션을 설계했어요.

 

그리고 시뮬레이션에 '적자생존 법칙'을 반영해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도태시켰습니다. 단백질 자체를 진화하는 아미노산 연결체로 보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건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화 과정을 짚어가며 단백질의 기능 발달에 주목한 거에요. 쉽게 말하면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는 경우 기능이 생겨 돌연변이가 유지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진화한 단백질과 경첩운동시 힘이 전달되는 모양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진화한 단백질과 경첩운동 시 힘이 전달되는 모양.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구진이 설계한 단백질 모형은 약 1천 세대 후에 기능을 가졌고, 약 1백만 가지의 경우의 수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

 

1) 유연한 띠

 

단백질 진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극성 아미노산으로 등장한 돌연변이가 멀리 떨어진 다른 무극성 아미노산에도 돌연변이를 일으킴을 발견했어요. 무엇보다 돌연변이가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경첩운동의 핵심이 되는 '띠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한 건데요.

 

빨강이 진할수록 더 높은 확률로 돌연변이가 발생했습니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빨간색이 진할수록 더 높은 확률로 돌연변이가 발생했습니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위 그림은 시뮬레이션한 단백질인데요. 파란색 구는 무극성 아미노산을 뜻합니다. 그리고 빨간색이 진할수록 극성으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더 많이 나타났다는 뜻이죠. 빨강으로 표현된 극성 아미노산 중심으로 적합성이 변했다고 합니다.

 

2) 멀리 떨어진 유전자 간 상관관계

 

연구진은 단백질 모형에서 나타난 현상이 멀리 떨어진 유전자 사이 상관 관계와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이제까지 멀리 떨어진 유전자들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으로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답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 진화 모형으로 유전자와 단백질 기능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단백질 기능을 반영한 진화 모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츠비 틀루스티 그룹리더는 "진화는 단백질이 기능하는 방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찾아낸다. 이번 진화 모형은 단백질 기능과 유전, 진화를 한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최초"라며 "미래에는 이 연구를 단순한 모델이 아닌 실제 단백질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