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철 항상성은 '헵시딘'이라는 호르몬으로 조절됩니다. 헵시딘은 세포막 단백질인 FPN1에 결합하여 철이 혈장으로 유리되지 않도록 합니다. 철의 체내 이용은 철 과잉 시 헵시딘 합성이 증가하고 철 결핍 시 합성이 감소하는 방식으로 조절되는데요.
전남대학교 최현일 교수팀에 따르면 살모넬라가 증식하는 장소인 대식세포 내 소기관(SCV, salmonella containing vacuole)의 철 농도도 헵시딘을 통해 조절됩니다.
살모넬라는 주로 오염된 음식물에 섞여 동물의 입을 통해 감염됩니다. 강산성의 위액으로부터 살아남은 살모넬라는 장으로 이동한 후 대식세포에 포식되는데요. 살모넬라는 SCV라는 특이적인 막 구조를 형성하여 숙주세포의 면역 반응을 회피합니다.
살모넬라에 감염된 대식세포에 헵시딘 처리를 하면 SCV에 존재하는 FPN1이 분해됩니다. 이에 따라 SCV 안의 철 농도가 감소했고, 대식세포에서의 활성산소(ROS) 생성이 저해됐습니다. 그 결과 살모넬라가 활발히 증식할 수 있었다는데요.
반대로 헵시딘 발현을 억제하는 GSK5182 처리를 하면 FPN1은 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이는 곧 SCV 내부의 철 농도 증가로 이어졌고, ROS의 생성도 증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살모넬라를 효과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었습니다.
최현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병원균과 숙주 모두에게 중요한 핵심 공유인자인 철을 조절함으로써 세균 감염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되었다"며, "특히 이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른 미생물들의 감염 제어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5월 29일 논문으로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