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맞이 준비에 나서게 되는 초여름입니다. <이웃집과학자>가 이웃님의 여름맞이를 함께하기 위해 호러 콘텐츠를 준비했는데요.
'이과호러'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에디터가 임의로 '으스스한' 상황을 설정해보겠습니다. 함께 상상해 보시죠. 최대한 무섭게 쓰려고 했으나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합니다.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호러 소설 쓰는 인공지능 '셸리'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이탤릭체로 쓴 부분은 어디까지나 설정입니다. 어쨌거나 시작하기 전에 거울 한 번 보시는 건 어떨까요?
쇼윈도에 비친 모습을 보며 립스틱을 그리던 당신, 갑자기 보이지 않는 의문의 존재가 유리에 비친 당신의 목 위로 립스틱을 그었다.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쳤다. 여전히 립스틱은 거울 속 당신의 목을 지나고 있었다.
도망가도 립스틱은 목 높이에...왜?!
립스틱을 바르려고 쇼윈도를 보며 립스틱을 꺼냈는데, 입술에 립스틱을 그리는 내 손과는 별개로 제 2의 립스틱 자국이 당신의 목 위에 그어졌다는 설정입니다.
뒷걸음질 쳐봐도 여전히 당신의 목을 지나는 립스틱 선. 이 부분을 간단한 수식으로 들여다봤습니다. 네. 정말 쓸데없는 증명을 해보려고 해요! 거울은 이상적인 평면이라고 가정하고 거울의 두께 등등은 무시합니다.
거울 속 허상의 목높이와 눈높이의 가운데 립스틱이 그어져 있죠? 평면 거울 속 상과 거울의 립스틱, 그리고 립스틱과 내 눈이 이루는 두 삼각형을 그려보면 정확히 합동이에요. 즉, 형태와 크기가 같고, 완벽하게 포개짐을 알 수 있어요. 이는 거리가 멀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풀어서 설명하면 눈과 목의 높이는 일정하고, 그 거리는 같으니 항상 머리와 높이의 중간이 거울면이 되겠죠.
좀 더 명백한 증명을 원하시는 분들께, 이차방정식으로 나타내면 이렇게 되는데요. 혹시 립스틱보다 이차방정식이 더 무서우시다면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x1=-x2이니 y절편은 (y2+y1)/2 죠? y1과 y2의 값은 일정하니 따라서 x값이 변해 기울기가 변한다 해도 y절편인 (y2+y1)/2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네요. 따라서 립스틱을 피하려면 'y값, 즉 높이'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웃님들, 혹시 이런 상황을 마주하신다면, 걷거나 뛰지 마시고 바로 주저앉거나 도망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거울 속 당신, 사실 초록빛깔?!
친구가 나를 보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더니, 거울 속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말하길, '어, 너 얼굴이 초록색인데?'
이런 상황 설정 의아하시죠? 이웃님들 중 거울을 보고 슈렉처럼 초록색 피부가 된 걸 느껴보신 분은 없을 겁니다. 눈으로 구별 가능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아주아주아주 '약간' 초록색이거든요.
거울은 거울에 비친 모든 걸 조금 더 초록색으로 반사시킵니다. 바꿔 말하면 '거울 색깔이 초록색'으로 보인다는 건데요. '반사 스펙트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거울은 대부분의 빛을 반사시킵니다. 그렇지만 아주 '약간'의 빛은 흡수해요. 아래 그래프의 굵은 선을 보시면 파장대별로 빛이 반사되는 비율이 다른 걸 알 수 있는데요. 가장 흡수가 덜 되는, 즉 잘 반사되는 영역은 510nm, 즉 '초록'입니다.
물론 그 차이가 크지 않아 눈으로 바로 구분하긴 힘들지만, 분광기로 분석해보면 우리 얼굴의 실제 색보다 거울에 비친 얼굴의 색이 약간 더 초록색으로 나올 겁니다.
참고로 거울이 초록색인 걸 직접 확인하고 싶으시다고요? 거울 두 개를 마주 대 보세요. 반사가 많이 될수록 점점 초록색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으실 거에요.
점점 더 초록으로 되며 마치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데요. 보기만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시원합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군요. 이웃님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