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봉 말고 빙붕?! "붕괴 원리 규명했다"
빙봉 말고 빙붕?! "붕괴 원리 규명했다"
  • 한다희
  • 승인 2018.06.19 10:30
  • 조회수 2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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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에서 눈은 녹는 속도보다 빠르게 쌓입니다. 이때 아래에 쌓인 눈은 압력을 받아 얼음 덩어리로 변하게 되는데요. 이를 '빙하(glacier)'라고 합니다. 육지를 뒤덮고 있는 두꺼운 빙하는 자체의 무게 때문에 낮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바다로 흘러든 빙하가 녹지 않고 깊은 바다 쪽으로 뻗어 나간다면 빙하는 바다에 둥둥 떠 있게 될 텐데요. 이를 '빙붕(ice shelf)'이라고 합니다. 

 

출처: UCSD
빙하(ice sheet)와 빙붕 모식도. 출처: UCSD

지난 2017년 남극의 라르센 C 빙붕에서 서울 면적 10배에 달하는 빙산이 떨어져 나왔습니다. 남극 지도를 고쳐 그려야할 만큼 큰 변화였는데요. 유럽우주국은 "이번 붕괴는 기존 빙붕의 10% 가량이 사라진, 크기로 따지자면 역대 10위 내 드는 규모였다"며 "다른 빙붕에도 영향을 미치고 해수면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잠깐. 빙하가 녹아내리고 빙붕이 무너져 내린다고 어떻게 해수면이 높아질 수 있을까요?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면 원래 공간을 채우는 정도일 텐데요.

 

출처: NASA earth observatory
라르센 C 빙붕 모습입니다. 출처: NASA earth observatory

맞습니다. 빙붕이 무너지는 것 자체가 해수면을 높이지는 않습니다. 같은 질량에서 얼음의 부피는 물보다 크니까요.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대량의 빙하가 한꺼번에 바다로 내려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유입된 부피만큼 해수면이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빠르게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그리고 남극대륙으로 접근하는 따뜻한 물의 흐름을 막아줍니다. 다시 말해 빙붕은 빙하의 버팀목으로써 해수면의 상승을 억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빙붕은 비정상적으로 붕괴했습니다.

 

빙붕의 두께가 얇아지거나 붕괴되는 모습은 여러 차례 관측됐지만, 붕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었습니다. 이에 극지연구소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텍사스대학교, NASA는 머리를 맞댔습니다.

 

난센 빙붕 출처: ESA
난센 빙붕. 출처: ESA

국제공동연구팀은 2016년 붕괴된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난센 빙붕을 관측한 인공위성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빙붕 하부에 만들어진 물골(basal channel)이 빙붕 상부에 균열을 만들었고, 이는 곧 빙붕의 붕괴로 이어졌다는데요.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진 바닷물이 빙붕 밑으로 유입되면 빙붕 아랫부분이 녹게 됩니다. 얼음이 녹은 물은 바닷물보다 밀도가 낮아 빙붕 바닥을 따라 흐르면서 물골을 만듭니다. 이후 평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빙붕의 상부에도 아래로 움푹 파인 구조(surface river)가 형성됩니다.

 

출처: science advance
출처: science advance

이렇게 위 아래로 얇아진 빙붕에는 수직방향으로 거대한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이곳으로 유입한 물이 얼면서 균열은 더욱 커지게 되고, 결국 빙붕의 끝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지구온난화로 빙붕의 붕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수면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해수면 상승 예측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Science Advance> 6월호에 'Basal channels drive active surface hydrology and transverse ice shelf fractur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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