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별자리'를 아세요?
'오줌별자리'를 아세요?
  • 김진솔
  • 승인 2018.06.20 21:00
  • 조회수 3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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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버린 폐수 출처: Jens Hackmann/kopfgeist.com
디스커버리호에서 버린 폐수. 출처: Jens Hackmann/kopfgeist.com

저 긴 꼬리가 이색적인 '천체'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별자리가 나타난 걸까요? 급격히 커브를 도는 혜성? 아닙니다. 사실 '천체'라고 할 수도 없는 건데요. 바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서 배출한 폐수입니다.

 

'우주인의 소변'을 포함한 각종 폐수를 밖으로 분출하는 장면입니다. 이 때 평소보다 상당히 많은 양을 붓게 됐는데, 지상에서 관측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위 사진은 지상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근접 촬영 영상본도 있습니다. 우주 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서 오폐수를 배출하는 장면인데요.

 

출처: NASA
우주인의 소변이 얼고있습니다! 출처: NASA

수천개의 얼음 결정이 예뻐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더 예쁜가 봅니다. 1965년에 발사된 제미니 7호의 우주인들은 자신들의 소변을 우주 밖으로 배출하며 '유리온 자리(Urion)'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거든요.

 

유리온자리, 대충 감이 오시나요? 책<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에 따르면 별자리 '오리온자리(Orion)'에 소변이라는 뜻의 'Urine'을 빗대 패러디한 그들만의 '은어'인데요. 번역이 쉽진 않지만 '오줌별자리'쯤 되겠습니다. 밖으로 배출하는 오줌이 곧바로 수천개의 결정으로 얼어붙는 모습이 마치 별자리 같았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습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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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사치?!

 

유리온자리가 탄생(?)한 배경을 조금 더 설명해드릴게요. 1965년 12월에 발사된 제미니 7호의 우주인들은 화장실은 커녕 자동차 운전석 만한 곳에서 자그마치 2주를 앉아서 보내야 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연스레 포기해야만 했죠.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에 따르면 자동차 폭스바겐의 앞좌석과 비슷한 크기라고 하는데요. 좀 더 생생하게 알아보기 위해 1960년대에 생산된 폭스바겐 차량에 탑승하는 장면을 찾아봤어요.

 

1962년 생산된 폭스바겐에 타는 모습. 출처: 유튜브/Jeroen Tieltjes
1962년 생산된 폭스바겐에 타는 모습. 출처: 유튜브/Jeroen Tieltjes

 

대략 이 정도 공간에서 2주라니, 요즘의 우주비행도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만만치 않았겠네요. 그 상황에 대소변을 본다는 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요.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소변은 놀이공원에 간 아이가 된 것처럼 병에 보고 우주선 외부와 연결된 포트를 통해 밖으로 배출했다고 합니다. 책의 표현을 인용하면 "우주공간으로 나간 소변은 즉시 자잘하게 반짝이는 수정처럼 퍼져나갔다"라고 해요. 그들은 이 반짝거리는 소변 얼음을 보고 유리온자리, 즉 '오줌별자리'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소변 왜 얼어요?

 

우주공간의 온도는 평균 2.73K(-270.42℃)으로 아주 낮아요. 그리고 완전한 진공입니다. 따라서 액체가 우주공간으로 배출되면 급격하게 얼어버려요.

물의 상평형그림

위 그림은 물의 상평형인데요. 우주선 안의 상황은 최대한 지구와 비슷하게 한다고 하니, 약 25℃ 1기압에 있던 물(소변)이 -270.42℃의 0기압에 노출된다면 급하게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 얼어버리겠네요.

 

그렇다면 대변은?

 

제미니 7호에서 대변은 정말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NASA에서 제공한 비닐봉지에 대변을 모아야 했고 뒤처리는 일회용 물티슈를 이용했다고 해요. 상당한 요령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두 우주인과 제미니 7호의 모습. 출처: NASA
제미니 우주선은 2인승이며 '제미니(쌍둥이자리)'도 2인승이라는 데서 유래. 출처: NASA

다른 사람은 비닐봉지에 대변을 담는 게 싫어도 '우주여행의 대가'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마음먹었지만, 당시 우주인 보먼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고 해요. 바로 '2주간 참기'였는데요. 미션 자체가 2주 동안 우주에서 생활하기였기에 기간을 2주로 잡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책을 참조하면 보먼이 "짐, 도저히 못참겠어"라고 하자 다른 우주인 러벨은 "5일만 참으면 돌아가잖아" 농담을 던졌다는데요. 보먼의 도전은 9일 만에 실패로 끝납니다.

 

자동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볼일 보는 장면을 상상해보니 그다지 유쾌하진 않은데요. 우주인들이 사용한 방법은 '애써 모른척하기'또는 '지구에서 대체 뭘 먹은 거냐고 따지기'였다고 합니다.

 

이밖에 달을 향한 인간의 탐사와 여러 에피소드를 독서를 통해 경험하시려면 이 책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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