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복병 '백야' 극복한 동물들?!
러시아 월드컵 복병 '백야' 극복한 동물들?!
  • 한다희
  • 승인 2018.06.25 12:19
  • 조회수 3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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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러시아는 백야가 한창입니다. 약 48도 이상 고위도 지방에서는 한여름에 해가 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백야'라고 하는데요. 흰 백(白), 밤 야(夜). 말 그대로 환한 밤이 지속됩니다. 그렇다고 낮처럼 아주 쨍하게 환한 건 아닙니다. 해가 막 지기 전 어둑어둑해지는 순간과 비슷한 밝기라고 해요.

 

출처: SBS 뉴스 갈무리
월드컵 또 다른 변수 '백야' 출처: SBS 뉴스 갈무리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백야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여름철 지구는 태양을 향해 23.4도 기울어져 있는데요. 북극점인 90도에서 23.4도를 뺀 66.6도까지는 하루 종일 해가 빛을 비추게 됩니다. 한편, 남극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비치지 않는 극야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꾸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위 59도에 위치해, 5월 말부터 두 달간 백야가 이어집니다. 하늘이 칠흑 같이 어두운 시간은 하루 4시간 남짓이라고 하는데요. 어설프게 커튼을 쳤다가는 컨디션 조절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빛에 잠을 설치기 십상일 테니까요.

 

거, 잠 좀 잡시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거, 불 좀 끕시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은 '멜라토닌'입니다. 해가 저물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 분비량이 늘어나고, 날이 밝으면 분비가 중지되어 '밤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멜라토닌은 어두울 때 잠을 자게 하는 호르몬으로, 백야가 심한 북유럽에서는 멜라토닌이 풍부한 '나이트 밀크'를 마시며 잠을 청하곤 합니다. 

 

우리는 백야 때 시계의 도움 없이 잠자리에 들고 나야 할 때를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교 Cory Williams 교수에 따르면 고위도 지방의 많은 동물들은 극한의 일광 조건에서도 수면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데요.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수면을 조절하는 극지방의 동물들을 소개합니다.

 

아메리카도요. 출처: Flickr
아메리카도요. 출처: Flickr

먼저 아메리카도요(Calidris pusilla)입니다. 아메리카도요는 남아메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이 되면 러시아 동북부, 미국 알래스카 등 북극권에서 여름을 나는 새인데요. 길이 13~15cm, 몸무게 27g 정도의 작은 몸집을 가진 이 새들은 백야가 계속되는 북극의 여름을 둥지를 나눠 쓰는 식구들과 수면 주기를 맞춰갑니다.

 

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잠을 자고 일어나는 방식인데요. 24시간을 주기로 하지 않는 수면 주기는 사회적 협상의 결과로 보입니다. 만약 수컷이 매일 한 시간씩 늦게 휴식을 취한다면, 암컷도 매일 몇 시간씩은 일찍 활동을 시작한다고 해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순록. 출처: Pixabay
순록입니다. 출처: Pixabay

이번엔 '루돌프 사슴코'로 알려진 순록입니다. 순록에서는 다른 포유동물이 일반적으로 갖고있는 생체시계 자체가 관찰되지 않습니다. 멜라토닌 분비량 역시 빛의 밝기에 따라 증감하지 않는데요. 순록은 우리처럼 집중적으로 잠을 자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습니다. 대신 틈틈이 낮잠을 청하죠. 대개 밥을 먹은 후입니다. 보통 순록은 하루 9~10번 밥을 먹는다고 합니다.

 

북극땅다람쥐. 출처: Flickr
북극땅다람쥐. 출처: Flickr

한편, 북극땅다람쥐(Spermophilus parryii)의 수면 주기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심지어 암막 커튼으로 햇빛을 막는 우리와 대처법도 비슷한데요. 날 중 가장 어두운 때 굴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고 해요. 참고로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등 툰드라에 서식하는 북극땅다람쥐는 꽁꽁 언 땅에도 1m 이상 깊이 굴을 팔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편, Willams 교수는 <Live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로 동물들이 서식지를 고위도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극지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동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해가는지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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