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동물들의 장거리 이동 "방법 이렇다"
이주 동물들의 장거리 이동 "방법 이렇다"
  • 한다희
  • 승인 2018.07.03 11:34
  • 조회수 4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들이 무리지어 환경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하는 행위를 '이주'라고 합니다. 철새 말고도 제왕나비, 연어류, 바다거북 등 매우 다양한 동물 종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대이동이 확인되는데요. 정확도가 높습니다. 시베리아 서남부에서 여름을 나고 남유럽이나 북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는 유럽울새는 5,000km 이상의 거리를 센티미터 단위 오차 안에서 비행한다고 해요. 

 

비행왕 유럽울새. 출처: pixabay
비행왕 유럽울새(Erithacus rubecula). 출처: pixabay

과학자들은 동물의 이주를 3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1) 장거리 단계(long-distance phase) 

 

2) 귀소 단계(homing phase) 

 

3) 핀 포인트 단계(pinpointing-the-goal phase)

 

동물이 기존의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이동하는 '장거리 단계'에서는 천체나 지구 자기장처럼 어디서든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를 나침반 삼아 항해합니다. 이주 경험이 없는 동물들도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메커니즘이죠.

 

철새. 출처: pixabay
철새. 출처: pixabay

경험이 풍부한 동물들의 진가는 목적지에 근접해가는 '귀소 단계'서부터 드러납니다. 학습된 지형이나 환경 정보를 토대로 경로를 정밀하게 조정합니다. 항해의 막바지 '핀 포인트 단계'에서는 주요 지형지물이나 냄새처럼 보다 구체적인 기억이 필요합니다.

 

수천 킬로미터 척도에서 유용한 항해 지표와 몇 킬로미터, 미터 혹은 센티미터 척도에서 유용한 지표는 같을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동물은 매 단계에서 수집한 다양한 외부 정보를 각 단계에서 다르게 처리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출처: pixabay
어디로 가야하나. 출처: pixabay

태양이나 별을 기준으로 방향을 안정적으로 잡기까지 모종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천체의 위치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인데요. 어린 동물들은 태양의 궤적을 관찰하면서 태양의 방위각과 생체 리듬을 맞춰가는 법을 배워갑니다.

 

밤에 이주하는 동물들은 별의 궤적을 보면서 밤하늘의 중심을 찾아내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북반구에 사는 동물이라면 회전의 중심을 북쪽으로 해석하는 식이죠.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리는 교육이라고 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에 한정해서 말이죠.

 

북쪽을 찾아라. 출처: pixabay
북쪽을 찾아라! 출처: pixabay

반면, 자기장을 감지해 방향을 찾는 일은 학습이 아닌 체내 나침반의 몫입니다. 자기수용(magnetoreception)은 일반적으로 자철석과 크립토크롬으로 설명됩니다. 주자성 세균(magnetotactic bacteria)은 자기 방향을 따라 운동합니다. 균체 내에서 합성된 자철석이 자기수용체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자성을 띠는 입자가 같은 종의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특정 조직, 특정 세포 안에 모여 있다면, 또 신경계와 연관돼 있다면 자기수용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자성 세균. 출처: LMU magnetolab
주자성 세균. 'magnetosome'이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출처: LMU magnetolab

실제로 많은 동물에서 자철석 결정이 확인됩니다. 하지만 자기 감각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일례로 2000년대 초 비둘기 위쪽 부리에서 발견된 자철석이 풍부한 세포는 대식세포였습니다. 부리 위에 자석을 부착하면 비둘기가 방향 감각을 잃었다는 사실과는 별개였죠.

 

이후 과학자들은 '크립토크롬'에 주목합니다. 망막에는 크립토크롬이라는 광수용체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자기장을 인지할 수 있는 특이한 전자쌍 배열을 갖는데요. 2010년 매사추세츠 의대 연구팀은 크립토크롬이 초파리에서 빛 의존적인 자기장 감지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Nature>를 통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출처: UIUC theoretical and computational biophysics group
자기장 지도. 이렇게 보일 거예요. 출처: UIUC theoretical and computational biophysics group

이처럼 동물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활용해 이주의 정확도를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이주 단계가 무엇을 기준으로 전환되는지, 단계가 전환됨에 따라 정보 처리 전략은 어떻게 바뀌는지, 한편 상충되거나 불완전한 정보는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더 생각해 볼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참고자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