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우다보면 동물의 독특한 행동을 목격하곤 합니다. 잠이 든 동물이 '꿈을 꾸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일 때가 대표적인데요. 눈을 감고 움찔움찔 거리는 고양이나 개, 햄스터 등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찰하게 됩니다.

이제까지 발견된 모든 동물은 잠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사람, 새, 악어, 심지어 벌레까지 잠을 잔다고 합니다. 다만 잔다고 다 꿈을 꾸는 건 아닌데요. 학계에서는 '포유류'와 '조류'만 꿈을 꿀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도마뱀'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도마뱀이 꿈을 꾼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도마뱀에게서 '렘 수면' 단계가 발견된 덕분입니다. 여기서 '렘'이라는 말은 빠른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 REM)에서 따온 약자입니다.

잠을 자는 사람에게서는 뇌가 쉬는 서파 수면(slow wave sleep)과 뇌가 활발히 활동하는 렘(REM) 수면 단계가 번갈아 나타나는데요. 렘 수면 상태에 있는 사람의 뇌파를 측정해보면 마치 깨어있는 것과 비슷한, 활발한 파형을 나타냅니다. '꿈을 꾼다'는 건 활발한 두뇌 활동이 동반되는 렘 수면 단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서파 수면 상태에서 뇌 활동이 느려지며 렘 수면 때 꾼 꿈을 잊어버리죠.
독일에 있는 막스플랑크두뇌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Brain Research)의 신경과학자인 질 로랑(Gilles Laurent)과 동료들은 호주에 살고 있는 중부턱수염도마뱀에게서 사람이나 조류와 같은 렘-서파수면 사이클과 유사한 수면패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원래 연구진은 도마뱀의 잠이 아니라, 도마뱀이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여 먹이 등을 어떻게 쫓는지 알아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극을 이용한 뇌파를 측정했는데요. 도마뱀이 밤에 다른 두 패턴의 뇌파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어요. 4Hz 와 20Hz의 느리고 빠른 뇌파 리듬이 번갈아 나타났는데요. 마치 사람이나 포유류, 새의 수면중에 서파 수면과 렘 수면 리듬이 번갈아 나타나는것과 같았다고 해요.
뇌파 리듬 뿐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서 빠른 리듬이 나타날 때 도마뱀의 눈이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것 또한 관찰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빠른 안구 운동', 즉 '렘수면'에서 나타나는 형태와 같지요. 이 연구는 <Science>지에 실렸습니다.

위 도마뱀은 무슨 꿈을 꿨을까요? 꿈 속에서 먹이를 먹고 있을까요? 혹은 따뜻하게 볕을 쬐거나, 천적을 피해 달리고 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참고자료##
Slow waves, sharp waves, ripples, and REM in sleeping drag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