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들 안구가 납작해지는 이유?!
우주비행사들 안구가 납작해지는 이유?!
  • 한다희
  • 승인 2018.07.16 11:14
  • 조회수 5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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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ISS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 귀환한 우주비행사들은 시력장애를 호소하곤 합니다. 공통적으로 시야가 흐려졌고 초점을 맞추기 힘들어 했다는데요. 우주 비행과 관련된 신경안구증후군(Space Flight-Associated Neuro-ocular Syndrome, SANS)은 장기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비행사의 3분의 2가량이 겪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의과대학 Noam Alperin 교수는 RSNA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우주비행사에서는 시력 저하뿐만 아니라 안구 자체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관찰된다"며, "이는 우주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복귀했다고 하더라도 시력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눈 초음파 검사. 출처: NASA
초음파 눈 검사 중입니다. 출처: NASA

연구에 따르면 시력장애를 호소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납작한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안구 뒤쪽이 납작하게 눌려 앞뒤 길이가 짧아졌는데요. 결과적으로 원시를 초래하죠. 영상 검사에서는 시신경이 꺾이거나 부풀어 올라 있고, 맥락막에 쭈글쭈글하게 잔주름이 생긴 모습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SANS의 증상은 지구에서의 특발성 두개내압 항진증(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 IIH)과 비슷합니다. <대한안신경의학회지>에 실린 '특발두개내압상승의 병태생리' 리뷰에 따르면 IIH는 거짓뇌종양이라고도 불리는 신경질환인데요. 종괴나 종양이 없는데도 두개내압이 상승해 두통과, 시각 혹은 청각 장애를 유발합니다.

 

망막과 맥락막에 주름이 생겼어요. 출처: NASA
망막과 맥락막에 주름이 생겼어요. 출처: NASA

IIH는 뇌척수액의 순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뇌척수액은 중추신경계인 뇌와 척수를 동동 떠있는 상태로 만들어, 뇌가 뇌 자체의 무게로 짓눌리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또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뇌와 척수를 보호해주죠.

 

하지만 뇌척수액의 생산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유출에 장애가 생길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뇌척수액은 뇌실이라는 뇌 안쪽의 빈 공간에 있는 맥락얼기에서 하루 500ml 정도 생산되는데요. 뇌실에서 거미막밑공간으로 흐르다가 거미막과립을 통해 정맥동으로 흡수됩니다. 역시 같은 양인 500ml 정도 흡수되죠.

 

안구 뒤쪽이 납작하고 시신경에 굴곡이 생겼어요. 출처: RSNA
안구 뒤쪽이 납작하고 시신경에 굴곡이 생겼어요. 출처: RSNA

거미막과립 기능에 변화가 생긴다면 뇌척수액 흡수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순환되는 뇌척수액 양이 증가함에 따라 순환계의 저항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뇌척수액의 흐름이 저해될 텐데요. 이를 IIH의 구조적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SANS 역시 뇌척수액의 순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소실되어 체액이 전신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게 됩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체액이 상대적으로 하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다르죠. 다시 말해 무중력 환경은 체액의 상방 이동 효과를 가져옵니다.

 

NASA에 따르면 탐사 중인 우주비행사의 다리에서 머리 쪽으로 이동하는 체액의 양은 약 68 온스로, 2 리터가량 됩니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들은 얼굴은 붓고 다리는 얇아지는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안압은 92%까지 상승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체액 분포 변화. (A) 우주비행 전, (B) 우주비행 중, (C) 귀환 후. 출처: 대한의사협회지
체액 분포 변화. (A) 우주비행 전, (B) 우주비행 중, (C) 귀환 후. 출처: 대한의사협회지

장기간 우주 비행을 하면서 체액의 일종인 뇌척수액 역시 머리 쪽으로 몰리게 됩니다. 뇌실에 분포하는 뇌척수액의 부피만 늘어날 뿐만 아니라, 안와 주변에 분포하는 뇌척수액의 부피도 늘어납니다. 눈이 뇌에 걸리는 과도한 압력을 조절하는 밸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안와란 안구가 들어있는, 머리뼈로 둘러싸인 공간을 말합니다. 안와에는 눈 말고도 눈의 운동을 관장하는 근육과 혈관, 신경 등이 자리하는데요. 뇌척수액이 안와를 차지하는 공간이 증가하면서 안구 뒤쪽을 압박하게 됩니다. 그 결과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납작눈이 되고, 안구 자체도 앞쪽으로 돌출됩니다. 그리고 시신경 다발의 주행도 꺾이게 되죠.

 

OCT 검사. 출처: NASA
우주에서도 눈 검사는 진행됩니다. OCT 검사. 출처: NASA

특이한 건 이러한 시력문제가 남성 우주비행사에게서만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과학자들은 ISS로 수컷 생쥐를 보내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정확한 결과는 올 하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SANS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주 환경이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변화를 유도하는지, 행동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또 그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본격적인 우주 여행시대를 맞이하기 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아 보이는데요. 같이 응원해볼까요?

 

## 참고자료##

Space flight-associated neuro-ocular syndrome(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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