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막단백질 '라민'의 역할은?
핵막단백질 '라민'의 역할은?
  • 김진솔
  • 승인 2018.07.17 23:20
  • 조회수 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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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입체적 형태를 제어하면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막단백질의 역할이 보고됐습니다. 순천향대학교 김영조 교수와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샤오빈 젱 박사, 이쉬안 젱 박사 국제공동연구팀이 핵막 단백질인 라민이 유전체 3차 구조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합니다.

 

3차 구조는 입체적 구조를 뜻합니다. 연구팀은 세포의 핵막에 존재하는 라민 단백질이 DNA의 특정 부위가 팽창하거나 핵막으로부터 분리되는 걸 억제해 3차 구조 형성과 유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어요.

 

라민 없으면 어찌될까

 

라민은 세포 핵막에 있는 단백질입니다. 핵막 바로 안쪽에 단백질 층을 형성하며 주로 유전체가 단단히 접혀있는 부위인 헤테로크로마틴과 결합하고 있는데요.

 

이번 연구를 통해 라민과 결합하고 있는 헤테로크로마틴뿐만 아니라 직접적 결합되지 않고 풀려있는 유전체 부위, 유크로마틴의 3차 구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전사가 이뤄지는 부분은 풀려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라민의 존재가 전사 유무에도 영향을 주는 거죠.

 

라민 유무에 따른 DNA의 구조 변화. 출처: 한국연구재단

빗금으로 표기된 부분은 핵에 있는 라민 단백질, 그리고 보라색은 계속해서 뭉쳐있는 DNA로, 지속적 헤테로크로마틴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은 핵막과 강하게 결합해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상대적으로 세포 핵막과 느슨하게 결합돼 있지만 뭉쳐있는 DNA인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입니다.

 

핵막에 라민이 없다면 보라색으로 표기된 지속적 헤테로크로마틴이 팽창하는데요. 이 때문에 세포핵막과 느슨하게 결합했던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이 세포핵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과 인접한 유크로마틴, 즉 풀려 있는 DNA의 입체 구조까지 변형돼 발현되는 유전자 부위가 달라진다고 해요. 아래 그림에서 밀려들어간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이 보입니다.

 

라민이 없으면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은 핵막에서 분리됩니다. 출처: 한국연구재단
라민이 없으면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은 핵막에서 분리됩니다. 출처: 한국연구재단

위쪽이 정상세포입니다. 빨간색 형광인 세포핵막과 초록색으로 표기된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이 매우 근접하게 자리합니다. 그러나 라민이 없는 아래쪽 세포들에서는 동일한 부위가 세포핵막으로부터 분리돼 세포핵질에 존재해요. 초록색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이 안쪽으로 들어와 있죠?

 

한 마디로 정리하면, 라민이 없는 세포에서는 DNA 특정 부위의 3차 구조, 즉 입체구조가 변형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부위의 유전자들은 비정상적으로 발현됩니다.

 

전통적인 유전학의 관점에서는 선천적으로 부여되는 DNA 염기서열과 여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전사인자들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특정 질환과 연계한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질환 유전자를 조절하는 전사인자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어요.

 

그러나 21세기 들어 다양한 대용량, 고해상도 유전체 분석이 개발되면서 염기서열 외의 주변 화학적, 물리적 환경 또한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요. 영양, 환경, 노화 등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성유전학적 변이(화학적 변화)와 유전체 3차 구조의 물리적 변화는 많은 비유전성 인체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성유전학적 변이와 유전체 3차 구조가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전체 3차 구조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생 학문 분야입니다.

 

유전체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유전체'라는 말은 생물체가 세포핵 안에 가지고 있는 DNA 염기서열 전체를 의미합니다. DNA는 단단히 꼬이고 접혀져 염색체 형태로 있다가 필요한 부분을 느슨하게 펴서 유전 정보를 발현해요. 타고난 DNA 염기서열의 이상과 관계없이 후천적으로라도 DNA의 3차원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유전정보 발현 양상이 달라지면서 질환이 유발될 수 있어요.

 

고등 동물의 유전체를 쭉 펴면 길이가 약 2m인데요. 이 DNA서열이 히스톤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실패에 꽁꽁 감겨 직경 10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좁은 세포핵 안에 존재합니다. 엄청난 수준의 접힘(folding)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죠.

 

DNA는 단단히 뭉쳐있어요. 출처: Wikimedia commons
DNA는 꼼꼼히 뭉쳐 있어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번 연구 결과는 조로증을 비롯해 라민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약 20가지 유전성 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영조 교수는 "이 연구는 DNA 3차 구조 형성에서 핵막단백질의 역할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향후 노화와 퇴행성 질환에서의 라민과 유전체 3차 구조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과 전혀 다른 신개념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후속 연구 계획을 덧붙였습니다.

 

이 연구 성과는 세포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 온라인판으로 공개됐으며, 9월 6일 출간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바이오아카이브'에서 보실 수 있어요.

 

##참고자료##

 

Zheng, Xiaobin, et al. "Lamins organize the global three-dimensional genome from the nuclear periphery." bioRxiv (2017): 21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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