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논문 게재, 저자는 얼마 받을까?
학술지 논문 게재, 저자는 얼마 받을까?
  • 김진솔
  • 승인 2018.07.26 00:20
  • 조회수 8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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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 학술지에 논문을 낼 때 '원고료', 얼마 정도 받을까요? 놀랍게도 원고료는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논문 게재료를 내야 하죠. 

 

지금 아무 대학교 연구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세요. 그리고 논문 실적이 적힌 탭을 눌러봅니다. 보통 Achievement나 Publication 등으로 표기합니다. 논문 실적이 리스트로 나오는데요. 자랑스러운 연구 결과지만 홈페이지에서 논문 자체를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논문 게재료와 함께 논문의 모든 '저작권'을 해당 학술지 측에 넘기기 때문입니다.

 

리스트는 있는데 파일이나 내용은 없어요.
출처: 서강대학교 나노구조물연구실 홈페이지, 카이스트 기초과학연구원 홈페이지

게재료가 없는 곳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원고료는 여전히 받지 못하고 저작권을 전부 넘겨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저자나 연구실이라도, 낸 논문을 배포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연구원이 자기가 쓴 '게재된 논문'을 다시 다운받고 싶을 때는 자신이 쓴 논문을 돈을 주고 사야합니다.

 

논문을 보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 <Nature>의 경우, 논문 하나를 다운로드 받으려면 약 1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연구원들은 논문을 수 십 개씩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Cell>은 24시간 동안 pdf 파일을 다운받는데 3만6천 원 정도를 내야 하는군요. 매일 같이 논문지를 뽑아야 하는 연구원이 감당하기는 힘들죠.

 

Nature과 Cell지의 논문 열람 비용 출처: Nature, Cell홈페이지
Nature(좌)와 Cell(우)의 논문 열람 비용. 출처: Nature, Cell 홈페이지

따라서 대학 도서관이나 연구기관에서는 소속 연구자들이 논문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논문지를 구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굉장히 비쌉니다. 학생들 등록금이 높은 이유로 지목되기도 하는데요. 따라서 모든 논문지를 구독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는 선택적으로 논문지를 구독합니다. 이웃님들 중 일부는 소속 학교가 열람하고자 하는 논문지를 구독하지 않아 다른 학교 학생의 아이디를 빌려 논문을 열람한 경험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2017년 말,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컨소시엄은 전자정보자료 공급업체인 사이언스 다이렉트(Science direct), DB피아, KISS 등을 보이콧 하기도 했습니다. 구독료 인상 때문이었는데요. 대교협에 따르면 해당 업체들이 막무가내로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반면 학술 DB업체는 콘텐츠의 양과 질 증가, 콘텐츠의 높은 효용성, 이용 효율을 위한 신규서비스 구축, 연구환경 지원 및 연구성과 홍보 등을 가격인상의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자들의 권리는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논문지든, 공급업체든 학자에게 수익을 주는 기관은 없기 때문인데요. 학자가 논문을 아무리 많이 냈더라도, 구독료에 따라 얻는 이익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쉬운 사람이 숙이는 수밖에

 

이런 논문 시스템은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논문지가 가진 넘볼 수 없는 '권력' 때문인데요. '어떤 논문지에 논문을 게재했는가'가 바로 학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실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문지 게재료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그런데 그 논문 실적으로 더 많은 연구비를 따지 않나?'라는 반론에 직면합니다.

 

이런 구조 안에서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시스템은 유지되고 있는 거죠. 게다가 연구비의 경우 상당 부분은 세금인데요.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결과적으로 연구를 위한 국가적인 투자가 사기업을 배불리는 데 쓰이는 셈이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게재료에 대한 연구원들의 대화. 출처: BRIC
게재료에 대한 연구원들의 대화. 출처: BRIC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아카이브(arXiv)에서 논문을 찾기도 합니다. 코넬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출판 전 논문(preprint)'을 수집하는 웹사이트인데요. 정식으로 논문을 내기 전 자기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또 먼저 아이디어를 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장소죠.

 

아카이브에선 누구나 무료로 논문을 다운받아서 읽을 수 있어요. 따라서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이전 버전을 다운받을 수 있고, 심지어 참고문헌으로 쓸 수도 있어요. 

 

물론 한계는 있어

 

다만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최종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지식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논문에 대한 검토를 맡기는 '피어 리뷰(peer review)'라는 단계를 거칩니다. 이 논문의 내용이 적합한지, 아니면 수정이 필요한지 평가받는 과정입니다. 아카이브에선 이런 시스템이 없어 신뢰도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생깁니다. 피어 리뷰를 맡는 사람들은 교수 등 상당한 '고급 인력'인데요. 피어 리뷰에 대한 인건비는 얼마나 될까요?

 

피어리뷰를 하면 얼마를 받을까요? 출처: pixabay
피어리뷰를 하면 얼마를 받을까요? 출처: pixabay

답은 '0'원입니다. 논문 게재와 마찬가지로 얻을 수 있는 건 명성입니다. 논문지 시스템의 구조를 보면 실제로 연구해서 논문을 쓰는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전혀 없습니다. 

 

한편, 최근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WASET)이라는 유령 학회가 문제가 됐습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와 MBC가 18개 나라 23개 언론사의 국제 공조 취재팀과 함께 학술적인 가치가 없는 국제학회에 대해 심층취재를 했는데요. 국내 연구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학계에 상당한 충격을 줬습니다. '연구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건데요.

 

이쯤 되면 신진 연구자들이나 내실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학자들에게 '지식의 가치'가 제대로 산정돼 배분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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