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세요? 님 잘못 아닙니다"
"수포자세요? 님 잘못 아닙니다"
  • 함예솔
  • 승인 2018.07.26 11:10
  • 조회수 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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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출처: pixabay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의 저자이자 수학자인 폴 록하트는 "수학은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 G.H.하디도 수학을 예술이라고 평가하는데요. G.H하디는 "수학자는 화가나 시인처럼 패턴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화가나 시인보다 수학자가 만드는 패턴이 더 영속적인데 그 이유는 생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학을 쉽고, 예술처럼 느끼는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보긴 힘든데요. 이러한 수학자들은 왜 수학이 예술이라고 말할까요? 자, 다음 그림을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직사각형 안의 삼각형 그림(1)
직사각형 안의 삼각형 그림(1), 자체 제작.

사각형 안에 있는 삼각형은 사각형의 면적에서 얼마를 차지할까요? 다들 생각해보셨다면 아래 그림을 살펴봐주세요.

 

직사각형 안의 삼각형 그림(2)
직사각형 안의 삼각형 그림(2), 자체 제작.

그림 속 점선은 직사각형을 두 조각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삼각형의 두 변은 각각의 조각을 가르는 대각선이 됩니다. 즉, 삼각형은 사각형 면적의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네요.

 

포인트는 '발상'

 

사실,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사각형 안에 있는 삼각형의 면적이 아닙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점선을 긋는다는 발상'입니다.

 

처음 그림을 봤을 때 직사각형과 그 안의 삼각형의 관계를 바로 알아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 점선 하나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이에 저자는 "무(無)로부터 심오하고도 단순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며 "이것이 예술의 본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수학은 본래, 창조적인 행위로 흥미를 자아내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대입을 위해 주입되는 메마른 암기와 문제 풀이법 따위가 상상의 모험인 수학을 망쳐놨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한 수학자의 탄식).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한 수학자의 탄식), 직접 촬영.

 

한 음악가가 꿈을 꿨다. 꿈속에서는 음악 교육이 의무인 이상한 나라였다.

 

음악 감상이나 연주는 최고급 과정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일러야 대학, 대게는 대학원에 가서 비로소 접할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각종 부호를 여기 저기 옮겨 적는 법을 훈련한다. 오선지 가득 그려진 음표를 베끼고 조바꿈을 수없이 연습한다.

 

입시를 위해서는 화성법, 대위법, 음계와 선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정작 노래, 악기연주, 음악 감상은 하지 않는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 음악가는 이 모든 게 허황된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한다. - 본문 중

 

저자의 악몽에서 '수포자' 분들의 학창시절 수학시간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수학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풀었던 시간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삼각형 면적을 구하기 위해 공식을 외웁니다. 

 

삼각형 면적 공식 사진
삼각형 면적 공식 도식, 자체 제작.

 

저자의 관점에 비춰본다면 우리는 수학의 창조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다루기 때문에 진정한 수학을 경험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혹시 근의 공식을 기억하시는지요.

 

근의 공식.
근의 공식 도식, 자체 제작.

오래된 기억 속에서 근의 공식을 끄집어 내셨다면, 다음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근의 공식은 뭘 의미하는 걸까요?

 

저자는 수많은 어른들이 머릿속에 근의 공식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공식을 스스로 발견하거나 고안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죠.

 

대학원서 수학 재능 없음 발견하는 경우도

 

그동안 우리가 배워왔던 수학교육은 암묵적으로 수학공식과 정의를 주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외우는 수학을 잘한 학생들은 대학원 과정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수학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픔에 잠깁니다. 

 

본래 수학은 스스로 문제를 풀고, 그 과정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해법을 찾으며, 수학의 예술과 창의성, 역사와 철학 같은 관점을 배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받는 수학 교육은 '진짜수학'이 빠진 '껍데기 수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학은 논증의 예술이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덧붙여 "어떤 과목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잃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학교 교육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잘못된 수학교육이 젊은 정신들을 영원히 불구로 만들어버린다"고 말합니다. 수학은 어떤 책보다도 오래됐고 어떤 시보다도 심오하며 추상적인 예술을 지닌다는 겁니다.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진짜 이유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수포자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건넵니다. 수학 교육에 의문을 품어왔던 많은 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책입니다. 참고로, 이 책은 15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수포자 여러분께서는 이 책으로 뒤늦게나마 수학에 대한 애증 혹은 미움을 삭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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