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물, '중수'에서 분자 움직임 본다
무거운 물, '중수'에서 분자 움직임 본다
  • 김진솔
  • 승인 2018.07.31 23:30
  • 조회수 40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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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 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중수(D2O)를 이용한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긴 시간 생체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중수를 넣은 그래핀 주머니로 유기 고분자 시료 손상을 늦춰 연구적으로 유의미한 전자현미경 관찰 시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투과전자현미경(TEM)이란 전자 빔을 시료에 쏘아 시료를 투과하는 전자의 정보로 이미지를 읽는 방법인데요. 전자는 빛보다 파장이 훨씬 짧기 때문에 광학 현미경보다 고배율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자를 쏠 때, 공기 입자와 부딪히면 전자가 공기 중에 산란되기 때문에, 강한 진공 상태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높은 진공상태와 에너지 때문에 액체가 증발해 액체 내 시료 관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죠.

 

수소와 중수소 출처: Wikimedia commons
수소와 중수소는 이렇게 달라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연구진은 중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이뤄진 물인 '중수(deuterated water)'를 이용해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일반 수소가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이뤄져 있는 것과 달리, 중수소는 중성자 1개가 더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중수는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분자 하나는 물분자보다 중성자 2개만큼 더 무겁습니다.

 

우리 몸은 액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용액 내에서 생체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스티브 그래닉 단장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액체가 든 얇은 그래핀 주머니를 고안해 전자현미경 사용시 발생하는 시료 건조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염색을 하지 않은 체인 형태의 고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그래핀 주머니 안에 있는 물 역시 빠른 속도의 전자와 만나면 수소와 과산화수소 등으로 분해됩니다. 액체 환경이 무너지면서 시료인 생체 고분자가 손상되고, 그래핀 주머니 안에 공기방울이 생겨 액체 내 고분자 관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었는데요. 기존에는 물에 글리세롤 등 다른 물질을 섞어 전자빔의 영향을 줄여왔지만 한계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중수에 주목했습니다. 일반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지만 중수소로 인해 전자와 상호작용시 다르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의 왼쪽이 그래핀 두 장 사이에 액체를 끼워 만든 '그래핀 주머니'입니다. 그래핀 주머니 사이에 액체가 잘 들어가 있을 경우 B와 같이 진한 색이 보이지만, 액체가 분해돼 공기방울이 생기면 C처럼 밝은 색이 나타나죠. D는 중수와 물을 비롯한 여러 액체를 대상으로 공기방울이 생기기 전까지 시간을 측정한건데요. 보시면 강한 진공상태에서 여러 액체가 분해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한 결과 붉은 색으로 표시된 중수소가 가장 오래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중수에서와 물에서의 고분자 손상을 비교했습니다. 즉 고분자가 손상되지 않고 투과전자현미경에 관찰되는 시간을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중수 안의 고분자가 2배 가량 더 오래 관찰되어 시료 손상이 훨씬 늦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중수 안 고분자는 실제 물 속에 있는 분자처럼 그래핀 바닥과의 끌어당기고 떨어지며 위치를 바꾸는 흡착-탈착 과정 및 점프 현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연구진은 중수가 든 그래핀 주머니가 다른 용액을 넣은 주머니에 비해 얼마나 오래 액체환경을 유지하는지 측정했습니다. 다른 용액 주머니가 일정시간 전자빔에 노출되었을 때, 최대 150초 가량 후 공기방울이 주머니에 가득 찼습니다. 반면 중수가 든 그래핀 주머니에서는 이 시간이 200초 이상까지 늘어났습니다.

 

시료의 움직임을 알아내는데 중요하다. 출처: fotolia (변형)
시료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데 중요하다. 출처: fotolia (변형)

이번 연구는 시료의 움직임(dynamics) 관찰을 위한 분야인 액체-투과전자현미경 분야에서 중수를 이용한 첫 사례입니다. 중수는 상업적으로 구매도 용이하고 별다른 처리 과정이 필요 없어 많은 연구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공동 제1저자인 후안 왕 연구위원은 "우리는 전자현미경에서 고분자 시료가 손상되는 문제를 근본적인 단계에서 진전시켰다"며 "이를 큰 생체물질을 보는 데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2017년 노벨상을 수상한 저온전자현미경에서도 중수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관찰시간이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온 전자 현미경은 극도로 정밀한 3D이미지를 얻기 위한 관찰 방법입니다.



액체-투과전자현미경 분야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시료 손상 문제를 개선하며 생체분자의 작동원리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CS Nano> 온라인판에 게재됐습니다.

 

##참고자료##


Wang, Huan, et al. "Longer-Lasting Electron-Based Microscopy of Single Molecules in Aqueous Medium." ACS nano (2018).

https://pubs.acs.org/doi/abs/10.1021/acsnano.8b0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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