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살렸다 죽였다'…노벨 수상자 하버
인류를 '살렸다 죽였다'…노벨 수상자 하버
  • 김진솔
  • 승인 2018.08.06 23:20
  • 조회수 9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인을 배고픔에서 해방시킨 사람이 있습니다. 프리츠 하버라는 화학자입니다. 하버의 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공기에서 빵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를 이용해 비료인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인 하버 공정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버법을 만든 하버 출처: Wikimedia commons
하버법을 만든 하버. 출처: Wikimedia commons

하버 공정은 다음 화학식처럼 진행되는데요. 기체 질소분자 하나와 수소 분자 세개가 만나 암모니아 분자 두 개를 만듭니다.

 

N2 + 3H2 → 2NH3

 

질소는 공기의 약 78%를 차지합니다. 질소끼리 굉장히 강하게 결합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자로 변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버는 이 반응을 효율적으로 일으키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반응이 쉽게 진행되도록 산화 금속 촉매를 넣고, 또한 반응이 진행될 고온(400~650℃), 고압(200atm) 조건을 알아냈죠.

 

질소비료. 출처: fotolia
질소 비료. 출처: fotolia

하버에 이어 칼 보쉬가 이 과정을 완성했습니다. 두 과학자 덕분에 인류는 암모니아를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화학 공장을 세워 질소 비료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곡류 재배 환경을 비옥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연히 생산량이 증대됐죠. 인류는 보편적인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1999년 체코의 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하버-보쉬 공정이 없었으면 1900년 16억명이었던 인구가 60억으로 늘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합니다.

 

하버는 전범이었다

 

하버는 유태인 출신 과학자로,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터졌습니다. 공개적으로 전쟁을 반대했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하버는 다른 독일 지식인들과 함께 전쟁에 찬성했습니다. '93인의 성명서'으로 불리는 전쟁 찬성 문서에 서명도 합니다.

 

하버를 통해 전쟁에 화학전이 전면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화학물질을 전쟁무기로 연구한 겁니다. 사용했을 때 효과와 영향까지 고려한 첫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염소 기체를 사용을 고안한 것도 하버였으며 실제로 살포를 지휘한 것도 하버였습니다. 염소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살포할 경우 방공호나 참호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따라서 참호에 숨어있던 병사들은 그대로 독가스를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죠. 염소 가스는 1915년 4월 22일 벨기에 서부 서플랑드르 주의 이프르(Ypres) 처음 사용됐습니다.

 

초록색의 염소기체 출처: Wikimedia commons
초록 빛깔 염소 기체. 출처: Wikimedia commons

염소는 물에 잘 녹는 기체입니다. 그리고 염산과 하이포아염소산을 생성하죠. 


Cl2 + H2O -> HCl + HClO


따라서 군인들이 흡입한 염소가스는 코, 입, 그리고 폐까지 염산으로 덮이게 했습니다. 몸 안이 녹아내리는 고통은 참혹함 그 자체였죠. <뉴욕타임스>는 1915년 4월 26일 염소 가스에 대해 보도합니다. '어떤 군인들은 제때 도망갔지만, 운이 나쁜  대부분은 새로운 위험이 뭔지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로 인해 독살 당했다. 도망 간 사람 중 대부분은 기침하며 피를 뱉었고, 염소(Chlorine)는 점막을 공격했다. 사망자들은 한 번에 검정색으로 변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사람 죽이는 독한 기체? '하버상수' 따지기도

 

화학물질의 독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하버상수'라는 것도 등장했는데요. 책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를 참고하면 하버상수는 죽음에 이르는 시간과 가스의 농도를 곱한 값입니다. 즉, 하버상수가 작을수록 적은 양으로 사람을 빠르게 죽일 수 있는 독한 기체라는 뜻입니다.

 

하버는 세계인을 굶주림에서 구한 공을 인정받아 191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합니다. 하버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공과 과를 동시에 세운 인물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Smil, Vaclav (1999). "Detonator of the population explosion" . Nature. 400: 41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