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잠수 할 때마다 '마티니 한 잔' 효과
10m 잠수 할 때마다 '마티니 한 잔' 효과
  • 김진솔
  • 승인 2018.08.21 13:05
  • 조회수 81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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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다이빙 중인 잠수부가 수심 30m 지점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합니다.

 

"물고기가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호흡기를 빼 물고기에게 주려고 애쓰는데, 물고기가 받아 물지를 않습니다. 함께 잠수한 동료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얕은 곳으로 올라오니, 정신이 듭니다. 스스로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난 물고기한테 이걸 줘야겠어요. 출처: 유튜브/RADI TV
난 물고기한테 이걸 줘야겠어요. 출처: 유튜브/RADI TV

 

크, 질소에 취한다

 

보통 스쿠버다이버들은 깊은 곳으로 다이빙하면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굉장히 행복해 하거나, 우울해집니다. 산수 계산을 틀리고, 호흡기를 빼며, 대책없이 웃기도 합니다. 필름도 끊긴다는데요.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나 안 취했어"가 들어갑니다. 바닷속 취객이 된 거죠.

 

크, 질소에 취한다. 출처: pixabay
크, 질소에 취한다. 출처: pixabay

Lippmann, John; Mitchell, Simon J.는 저서 <Nitrogen narcosis>에 깊이별 잠수부가 느낄 수 있는 기분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깊이별 잠수부 기분. 출처: 책 <Nitrogen narcosis>

술을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지만, 과하게 마신 경우 혼자서 집에 돌아갈 수 없을 지경에 이릅니다. 질소 마취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경우 웃기는 행동을 하는 정도지만, 심한 경우 사망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쿠버다이빙은 '버디'라고 부르는 동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버디가 질소 마취 증상을 보인 경우, 즉시 함께 얕은 수심으로 상승해야 합니다. 

 

다행히 깨는데 오래 걸리는 술과는 달리, 질소 마취 증상은 조금만 수면 쪽으로 상승하면 수분 내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왜 취하는 걸까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 고압의 환경에 노출되며 질소 등의 기체가 혈액에 녹기 때문이라고 추정됩니다. 

 

잠수부가 수심 10m씩 더 들어갈 때마다 몸이 받는 압력은 1기압씩 증가합니다. 일반적인 잠수부의 공기통에 들어있는 공기는 대기처럼 질소가 79%, 산소21% 그리고 호흡중추를 자극하기 위한 소량의 이산화탄소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질소는 비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혈액에 대한 용해도가 낮습니다. 그러나 주위 압력이 높아지면 이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이를 '헨리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녹은 기체는 어떤 과정으로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걸까요. 정확한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 막 안으로 녹아들어가 신경을 통한 신호 전달에 일시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초의 마취제인 에틸렌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건데요. 질소 외의 다양한 기체도 같은 효과를 가져옵니다. 지방에 잘 녹는 기체일수록 더 많이 취하게 만든다고 하는데요.

 

누가 잘 취하나요?

 

질소 마취 증상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지만 미치는 영향은 다릅니다. 질소 마취를 경험해보지 않은 초보일수록 쉽게 취하고, 과음 후에 잘 취한다고 합니다. 2008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술에 약한 사람이 질소 마취에도 약하다고 합니다.

 

깊이에 따른 질소 마취의 정도를 '마티니 효과(Martini Effect)'라고 표현합니다. 30m지점에서 10m 내려갈 때마다 마티니 한 잔을 더 마신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m마다 마티니 한잔. 출처: pixabay
10m마다 마티니 한 잔. 출처: pixabay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

 

질소 마취를 피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잠수부가 물 속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레크레이션다이빙의 영역에선 30m 이상 깊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그 이상 내려갈 경우 테크니컬다이버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며, 반드시 동행한 버디와 수시로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미 해군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은 헬륨을 포함한 특수기체를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는데요. 이산화탄소는 같은 양이 녹았을 때 헬륨의 20배에 달하는 마취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헬륨의 영향은 질소의 4.5%정도 수준에 그칩니다. 따라서 질소를 헬륨으로 대체해 질소 마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U.S. Navy Supervisor of Diving (2008). U.S. Navy Diving Manual (PDF). SS521-AG-PRO-010, revision 6. U.S. Naval Sea Systems Command. Archived from the original (PDF) on 2014-12-10. Retrieved 2014-01-21

Hobbs, M. "Subjective and behavioural responses to Nitrogen Narcosis and Alcohol." (2008).

Franks, N. P., and W. R. Lieb. "Molecular and cellular mechanisms of general anaesthesia." Nature 367.6464 (1994):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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